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향한 나라는 프랑스였다. 그곳에서는 또 한 명의 굿뉴스코 출신 청년이 한-불 비즈니스 포럼 준비팀의 일원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파리 10대학에 재학 중인 김요셉 씨다. 인생의 절반을 아프리카에서 보낸 덕에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되는 붙임성을 체득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국 → 나이지리아 → 가나 → 카메룬 → 한국 → 카메룬 → 프랑스. 지금까지 내가 살았던 나라들이다. 14살 때 선교사이신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에 처음 온 이후, 우리 가족은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한 학교에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2년 정도를 다니며 총 여덟 번이나 이사를 다녔다. 나라마다 생활환경이나 국민성도 다르고, 언어도 달라(나이지리아·가나:영어, 카메룬:프랑스어) 적응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거주지와 학교를 자주 옮기며 처음에는 힘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나라를 다니며 나와 전혀 다른 가치관을 지닌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내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 상식이나 틀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알았다. 상대가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었 다. 낯선 외국인을 만나도 피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대화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 자세는 이번 박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을 준비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 소속은 한-불 비즈니스 포럼 준비팀으로, 120여 개의 프랑스 기업들을 포럼에 초청하여 한국에서 온 100여 명의 경제사절단과 파트너십을 맺도록 돕는 것이 업무였다. 포럼의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함께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일에 익숙지 않아 한 번 물어보면 10분 만에 끝날 일을 1시간 넘게 혼자 끙끙댔던 적도 있었다. 또 어떤 업무든 진행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곳에서 변수나 차질이 생기기 마련인데,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동안 그런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되는 걸 볼 수 있었다. UNICEF나 OECD 등 국제기구에서 일했던 분들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면서 그 분들의 조언을 듣고 앞선 사고방식을 벤치마킹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었다. 한국과 프랑스 를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아프리카에서 해외봉사단 매니저이신 아버지를 도와 일하는 동안 내 한계를 넘는 일이 많았다. 수천 명이 모인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베냉 대통령을 통역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피하고 싶었지만, 그런 한계들을 하나둘 극복하다 보니 큰일을 해낼 힘이 생겼다. 친구들이 내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부럽다. 나도 너처럼 해외봉사 가고 싶다’이다. 나와 다른 문화, 언어,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동안 내 마음의 시야가 넓어진다. 물론 그 사람들도 행복해 한다. 흔히 해외봉사는 남을 돕기 위해 간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가치관이 바뀌고 도움을 받는 사람은 자신이다. 해외봉사를 통해 남을 도우며 사는 행복을 경험하길 바란다.

김요셉
프랑스 파리 10대학 정치외교학 전공 3학년. 올해 27살인 그는 자신의 인생을 크게 3막으로 나눈다. 한국에서 살던 14살까지를 1막, 아프리카에서 살다 한국에서 군복무까지 마친 26살까지를 2막, 국제기구에서 아프리카 전문가로 일할 미래를 꿈꾸며 파리에서 유학하는 지금이 3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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