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세계 3대 폭포’ 하면 미국-캐나다 국경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브라질의 이구아수 폭포, 그리고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를 꼽습니다. 이 3대 폭포 중 가장 높이가 높은 빅토리아 폭포가 있는 나라가 바로 제가 사는 잠비아입니다. 만약 누군가 제게 잠비아가 어떤 나라냐고 묻는다면 저는 ‘데이비드 리빙스턴David Livingstone의 심장이 묻힌 나라’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리빙스턴이라는 이름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의사이자 선교사였던 그는 아프리카에 기독교를 전파하고 의술을 펼쳐 수많은 생명을 살렸습니다. 탐험가로서도 이름이 높아 앙골라에서 모잠비크까지 중앙 아프리카를 좌우로 관통하는 잠베지 강을 따라 탐험하며 아프리카 지도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길이 없는 곳에는 길을 만들어 훗날 많은 이들이 아프리카에 들어올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그 리빙스턴에게는 항상 그를 따라다니며 도운 두 명의 몸종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임스 추마James Chuma와 압둘라 수시Abdullah Susi입니다. 추마는 돌봐줄 가족도 친척도 없는 열한 살짜리 노예 소년이었습니다. 리빙스턴은 그런 추마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 주었을 뿐 아니라, 가족처럼 대하며 먹는 것과 입는 것 등 모든 것을 그와 함께하였습니다. 추마가 열네 살 되던 해, 리빙스턴은 추마를 인도 뭄바이로 데려가 일 년 동안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거기서 그는 평생 친구가 되는 수시를 만났고, 이듬해인 1865년부터 리빙스턴 박사와 함께 탐험을 하게 됩니다.

수시는 같은 동족인 흑인들을 유럽의 노예상인들에게 팔아넘기는 앞잡이였습니다. 리빙스턴 탐험대의 벌목꾼이 된 그는 리빙스턴 역시 잔인하고 잇속에만 밝은 노예상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직접 만난 리빙스턴은 강직하면서도 온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인품에 감화된 수시는 이후 평생 리빙스턴의 노예해방 운동과 의료봉사에 함께하는 삶을 살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수시와 추마 두 사람은 청소, 요리, 빨래, 통역, 정글을 헤치고 길 트기 등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리빙스턴을 뒷바라지했습니다. 그들에게 리빙스턴은 인종을 초월한 가족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실제로도 아버지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상전과 하인의 관계가 아닌, 마음의 동반자였습니다.

1873년, 리빙스턴은 잠비아 방그웨울루 지역의 치탐보 추장 마을에서 질병을 이기지 못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세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추마와 수지는 그의 심장을 꺼내 무푼두 나무 아래에 묻었습니다. 이는 ‘그의 몸은 죽었어도 그의 마음은 우리와 함께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체를 방부처리한 후 햇볕에 말려 미라로 만들었습니다. 방그웨울루 지역은 저도 가 본 적이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넓은 늪지대이자 동물과 습지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오지입니다. 항구가 있는 탄자니아까지는 절대 직선 코스로 갈 수 없고, 험하고 거친 대지를 돌고 돌아 2천 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가야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탄자니아의 바가모요 항구까지 그 머나먼 길을 리빙스턴의 주검을 매고 걸어가 유럽인들에게 인계해 주었습니다. 유럽인들은 ‘주인이 죽었으니 이제 너희는 자유다’라고 말했지만, 두 사람이 ‘우리 주인의 시신을 가족에게 넘겨주고 장례식까지 참석하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영국에서 치러진 장례식까지 함께한 뒤 두 사람은 탄자니아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추마와 수시는 각각 탐험대의 리더가 되어 주인이 못다 한 일들을 계속했습니다. 특히 수시는 기자 출신 탐험가 헨리 모턴 스턴리와 함께 콩고 지역을 탐험하며 레오폴드빌(현재 콩고공화국 수도인킨샤사)의 무역기지 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이, 아프리카 정글에서 노예로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소년들이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일까요? 바로 진심으로 존경하고 배우며 따를 훌륭한 스승과의 만남 덕분이었습니다. 리빙스턴과의 만남이 그들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리더로서 자신을 희생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살 수 있는 사람으로 놀랍게 바꾸어놓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마음에 진정 존경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미국 UCLA대의 얀시 박사 연구팀은 12~17세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존경하는 인물이 있는가?’라는 주제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존경하는 인물이 있는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그 존경하는 인물이 지인知人일 경우에는 성적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는 것은 삶 속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분명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인물을 닮고자 끊임없이 정진하는 동안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겸손해질 수 있습니다. 평생 리빙스턴을 좇으며 그를 존경하고 배우는 동안 어느 새 리더가 되었던 추마와 수시처럼, 여러분도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먼저 마음의 스승이 될 만한 분을 찾아보십시오. 그 스승을 닮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연히 그의 사상과 철학을 받아들이면서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스승이 겪었던 어려움이나 고난 등도 뛰어넘으면서 새로운 자신이 만들어집니다. 그런 마음의 스승을 만날 수 있다면 여러분의 삶에도 분명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우승윤
잠비아에서 현지 청소년과 교사들에게 소통과 교류를 주제로 한 인성교육을 실시한 지 올해로 꼭 10년째다. 최근에는 잠비아 대통령의 요청으로 청소년센터를 건립하는 일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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