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탈출하기1_마시멜로 유혹의 비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인의 새해 스타트는 유난히 늦은 편이다. 음력으로 설을 쇠기 때문에 ‘기분학’상 1월 말에서 2월은 돼야 새해 느낌이 난다. 게다가 1월은 방학기간, 여유를 즐기느라 새해 힘차게 뛰어야 할 인생의 시동 걸기를 미루고 있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내일부터 하자’고 미루면 그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내 남은 삶의 출발점인 지금이 변화를 설계하고 실천할 때다. 1월호에 이어 작심삼일 탈출법을 소개한다.

 

 
 
15분의 작은 차이, 15년 뒤 ‘하늘과 땅’ 차이
‘마시멜로’는 서구권 특히 미국 등 북미 사람들이 즐겨 먹는, 외형과 식감이 스펀지 같은 과자다. 우리에게는 여러모로 생소한 마시멜로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약 10여 년 전, 그것도 과자로서가 아닌 심리테스트를 통해서다.

1966년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인 월터 미셸Walter Mischel 박사는 만 네 살 정도의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실시했다. 아이에게 마시멜로 하나씩을 주면서 ‘원한다면 지금 당장 이 마시멜로를 먹어도 좋지만, 만약 15분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눈앞의 ‘작은 달콤함’과 인내의 쓴 과정 뒤에 주어질 ‘큰 달콤함’ 사이에서 아이들은 크게 괴로워하며 갈등했다. 이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은 모두 653명으로, 이들이 마시멜로의 유혹에 인내한 시간은 평균 3분에 불과했다. 15분을 견디고 마시멜로 두 개를 차지한 아이들은 전체의 30% 정도였다.

내친 김에 미셸 박사는 마시멜로의 유혹을 이겨낸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15년 뒤에 어떻게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추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선 학교성적에서 차이가 났다. 수학능력시험SAT에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은 아이들은 800점 만점에 600~700점을 받았지만, 먹어버린 아이들은 500점대에 그쳤다. 두 그룹 간의 평균점수 차이는 125점이었다.

그밖에도 마시멜로를 참아낸 아이들은 긍정적인 가치관을 갖고 다른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등 조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불안이나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도 뛰어났다. 반면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아이들은 쉽게 좌절하고 고집이 셌으며 자주 짜증을 부리는 등의 특징을 보였다.

45년이 지난 뒤, 마시멜로를 참았던 아이들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근무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었다. 반면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아이들은 비만과 각종 질환,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각종 신문과 잡지, TV에 의해 집중조명되며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유혹을 이겨낸 ‘마음 옮기기’ 전략
그렇다면 아이들은 마시멜로의 유혹을 어떻게 이겨냈던 걸까. 유혹을 이겨낸 마음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원들은 아이들에게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걸었다. 우선 연구원들은 ‘얘야, 조금만 참아. 그러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먹을 수 있어. 생각만 해도 너무 즐겁지 않니?’라고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십중팔구 마시멜로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무의식에 새겨진,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마시멜로의 맛과 향이 머릿속에 더 강렬하게 떠올랐던 것이다.

다음으로 연구원들은 아이들에게 ‘요즘 배운 노래 중에 뭐가 제일 좋아? 집에 가면 뭐 하며 놀 거야?’ 하고 마시멜로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한 아이들은 평균 10분이상을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버텨냈다. 연구원의 도움 없이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낸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채택한 마음의 전략도 이와 비슷했다. 마시멜로를 탁자 아래로 치워버리는 아이, 노래를 부르거나 우스운 표정을 지으면서 혼자 연극놀이를 하는 아이, 입에 넣으면 따스함에 녹아내리는 마시멜로의 맛을 상상하기보다는 ‘마시멜로가 차가운 뭉게구름처럼 생겼다’고 생각한 아이. 심지어 코나 귀를 후벼 나온 것(!)을 만지작거린 아이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마음의 초점을 마시멜로와 다른 곳으로 옮겨 버렸다는 것이다.

인생은 마시멜로 같은 유혹의 연속이다. ‘참자. 15분만 참으면 마시멜로가 하나 더 생긴다’식으로 이를 악물거나 스스로를 닦달하는 게 유혹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미셸 박사에 따르면 그런 방법은 실패하기 딱 좋은,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떻게든 주위 환경을 이용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꾸거나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 유혹을 이기는 힘은 결국 그 유혹이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이 만든 허상임을 깨닫고 그 세계로부터 탈출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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