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의 드레스를 벗어라 ‘핑계’

방학이 되자 아침에 식사도 거르고 빈둥거리다가 듣는 부모님의 잔소리, 그에 반응하는 재빠른 뇌와 입. 그래서 툭하면 핑계대기에 바쁜 그대.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어그러지고 있어도 한번 시작된 핑계는 그칠 줄 모른다. 지금 이런 상태라면 인간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핑계를 대고 있다면 그만큼 잃는 것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호에서는 자존심 때문에 핑계 댄 A군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관계의 고민을 풀어보려고 한다.

 
 
10대부터 습관적으로 핑계를 댄 A군. 사소하게 시작한 거짓말을 비롯해 습관적으로 굳어진 그의 핑계에 부모님은 두 손을 들었다. 그래서 나에게 ‘A군을 사람 좀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문제는 A군이 핑계를 대거나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를 깨뜨린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A군 하는 말을 정말 못 믿겠어요.” “A군, 대화가 안 되네.”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A군은 순간적으로 핑계를 대고 상황을 모면한 것 같지만, 사람들은 점점 그와 말을 섞기 싫어했고 상태가 더욱 심각해져갔다. 그런데도 정작 당사자는 귀찮거나 불리한 상황에 몰리면 다른 사람의 전화도 받기 싫다고만 이야기했다.

“저도 처음에는 핑계 대는 것이 석연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황을 모면하려다 보니 핑계 대는 게 훨씬 쉬웠고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솔직히 말하려니 왠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상대를 무시했더라고요.”

물론 A군의 이야기처럼 핑계 댄 사람의 속마음 또한 편안할 리는 없었다. A군을 만나 정기적으로 상담을 시작하면서 A군 은 자신이 사람들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자책하고, 반면 억울하다는 감정까지 뒤섞여 갈등을 겪고 있음을 알았다.

1년 동안 여러 차례 현장에서 그의 잘못 을 목격하고 바로잡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심경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도록 했다. ‘자존심을 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 때문에 이 핑계 저 핑계를 댔지만 그런 회피하는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솔직한 이야기를 시작한 A군
그는 나에게 자신이 왜 핑계를 대기 시작했는지 이야기했다. A군의 핑계는 어릴 적에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됐다. 매일 장사를 했던 그의 어머니는 사랑스러운 아들 A군에게 용돈을 많이 주었다. 그 외에도 그의 어머니는 아들 몸에 좋은 건 다 먹였지만 외동아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은 잘 몰랐다. 주머니가 넉넉한 A군은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겼다.

주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특별히 그를 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급기야 돈이 필요하면 어머니의 지갑까지 손을 대서 적은 액수의 돈을 훔쳤고,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했다. A군의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야단도 치고 달래보기도 했지만 점점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A군이 거짓말을 안 했는데도 주변 사람들이 그를 믿지 못하자 화가 났고 속이 상했다. 이를 계기로 속 깊은 대화까지 나누게 된 A군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과거 어두웠던 그가 밝고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A군은 점차 핑계 대고 싶은 유혹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가 있게 됐다. 얼마 전 그런 A군이 결혼해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자존심을 내려놓으면 보이는 것들
A군처럼 핑계를 대는 사람은 대부분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상대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그 이유도 생각하지 않는다. 자존심만 세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조언을 정확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난 이럴 수밖에 없었어.’ 하고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 해, 진정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삶의 성공을 가로막는 크고 작은 장애물은 바로 자기 생각만 옳게 여기는 자존심이다. 자존심만 세우고 핑계 대는 사람은 상대에게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차라리 부끄럽더라도 지적받고 인정하면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자존심이 센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의 권고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발전하지 못한다.

반면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본질을 빨리 파악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바로 시인하고 받아들이면서 몰라볼 정도로 달라지는 과정을 밟게 된다.

훌륭한 인물들 중에는 다른 사람의 권고를 피하지 않고 헤쳐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도 핑계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순순히 인정할수 있다면 소통불능의 인간관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경호
2014 코리아 헤럴드와 함께하는 투머로우 글로벌 리더스캠프 (20개국 참여) 대외협력 실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2030 청춘들을 자주 만나며 봉사와 취업에 대해 조언한다. 2015 캄보디아 교육봉사부문에서 장관상을 수상했고, 2015 캄보디아 벨티대학교에 초청강사로 섰다. 2015 코트디부아르 보건복지부장관상 봉사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이번 호에 오랫동안 직접 상담을 나눈 A군의 이야기를 편집부로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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