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약품공업(주) 류병환 대표이사

인간의 생물학적 나이를 100세로 전망하는 시대가 됐다. 삼성과 현대, LG, 포스코 등 대기업들은 무병장수를 꿈꾸는 바이오산업에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해왔다. 바이오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불리는 바이오 의약품 개발. 이 산업에 선두 수출 기업으로 떠오른 영진약품의 류병환 대표이사의 남다른 열정과 철학을 소개한다.

세계가 바이오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유전공학으로 대표되는 바이오산업이 고령화 시대를 맞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치료의 열쇠로 등장했다. 이와 더불어 우수한 제약 제품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제약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지난 35년의 세월을 달려온 영진약품의 류병환 대표. 자신을 지극히 평범하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국내 제약 회사에서 제약의 특허를 내기 위해 발로 뛰어 국내에 제약 산업이 발전하도록 일조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제일약품, SK케미칼, 서울제약을 거쳐 2010년 영진약품 부사장, 2013년 영진약품 대표이사가 되었다.
“제약 회사는 다른 산업 분야와 달리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산업은 피라미드 구조로 대기업이 최상위에 있고 나머지는 하청입니다. 하지만 제약 산업은 평준화되어 있습니다. 각 제약 회사는 독자적으로 제품을 생산해내고 동일한 조건에서 병원과 약국 등에 영업, 판매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제품이 있다면 국내외 기업이 동시에 경쟁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이유로 제약제품들의 특성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산업 구조 속에서 류병환 대표는 영진약품의 재무구조를 개선해 지난 6년간 흑자경영을 이뤘다. 그리고 꾸준히 해외시장도 개척해 우수 경영자로 평가받았다.
특히 해외 제약시장 중에 가장 깐깐하기로 소문이 난 일본 시장을 개척해낸 쾌거를 이뤘다. 박스 포장지 하나도 엄격히 검사하는 일본 시장에서 영진약품이 우수 업체로 인정받은 것이다. 현재 전체 매출 중 수출의 비중이 40%로 그중 일본 수출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의약품의 품질 면에서는 일본처럼 질이 높게, 가격 면에서는 중국처럼 저렴하게 공급해 한국 의약품이 우수하다는 인식을 심었다.

“우리나라 제약 산업에서 세계 100대 순위에 들어가는 기업은 없지만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생물의약품에 대한 복제약) 생산에서는 세계 4위에 오를 만큼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류 대표는 국내 제약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해온 만큼 기업 정신에 있어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국내 기업이 이윤을 내는 것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은 드물다고 토로했다.

“일본의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배울 점이 있습니다. 국민을 위
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기업 의식이 높은 점입니다. 그 결과 다양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됐습니다.
그래서 일본 대학생들은 취업 걱정을 별로 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국민들이 골고루 일자리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기업을 하는 저로서 크게 생각됩니다.”

류 대표가 일본에 첫발을 내디뎠던 때가 1988년이다. 놀라운 사실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일본 대졸 신입사원의 초봉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나눠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한국의 경우 능력과 상관없이 급여 기준이 높아서 신입사원 한 사람을 쓰는 것이 기업에서는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부가가치 창출도 낮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생각할 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속출하고 있는 점이 기업인으로서 큰 고민 중 하나입니다.”

 
 
꿈을 이루기에는 3心이 필요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지만 그 큰 꿈을 실제로 이루는 사람은 70억 인구 중 과연 몇 %일까? 세계 인구 중 24세 이하에 해당하는 16억 젊은이들이 막연히 큰 꿈만 가지고 이루지 못한다면 꿈은 한낱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다. 류 대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며 ‘현실에서 작아 보이는 꿈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저는 사람들에게 꿈을 품은 큰 스타가 되려면 3심三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진심, 둘째는 전심, 셋째는 도우심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기서 세 번째 하늘의 ‘도우심’이 없이 큰꿈만 꾸다가 대부분 좌절하거나 실패하기도 합니다. 본인이 원하고 최선을 다하더라도 우리가 이야기하는 큰 인물, 스타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진심과 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스타는 못되더라도 우수한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진심과 전심으로 최선을 다했을 때 완전히 실패하는 사람은 지금껏 보지 못했습니다. 꿈이 거창하지 않더라도 목표가 있고,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방법으로 인정을 받으면 하나씩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최고로 인정을 받고 순위에 오르다보면 굉장히 큰 꿈도 이룰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은 상층부의 최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남들이 귀찮아하는 새벽 시간을 이용하라
류 대표는 지난날 자신이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언어 공부’ 덕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약학과에 입학하고 친구와 같이 다니기 시작했던 영어 학원에서의 회화 공부. 그 당시에는 서울의 명문대학 졸업자 중에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우연히 시작했던 영어 공부를 꾸준히 재미있게 했을 때 생각지도 못하게 그의 앞날에 성공의 날개를 달게 된 사연은 이러했다.
“약대를 막 졸업하고 4평 가량의 작은 약국에서 평생을 지내는 게 꼭 좋아 보이지만 않아서 좀 더 넓은 기회를 얻기 위해 제일약품에 입사를 했어요. 입사하자마자 바이어를 상대하라고 하셨는데, 바이어를 접대하기 전에 먼저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라고 하셔서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평소 갈고 닦아 두었던 영어가 그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됐어요. 자신에게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준비해야 합니다.”

유능했던 동기생들이 한창 인기 업종이었던 금융업에 종사하다가 IMF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며 그 역시 고민이 많았다.
“인생은 가끔 외줄타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훌륭한 친구들도 겪는 어려움 속에서 내가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가 지난 35년간 바쁜 일상 중에도 놓치지 않고 자기계발을 했던 시간은 아침 5시.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을 활용해온 그에게 외국어 능력은 어떤 것보다 값진 선물이 되었다.
“한때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권장한 것은 최소한 3년간 새벽에 공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제 경험이었기 때문에 외국어 공부를 하면 말문이 트인다고 말해주었죠.”

그의 외국어 공부는 점차 일본어, 중국어로까지 이어졌다. 직접 발로 뛰고,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 계약을 성사시키는 일이 계속됐다. 올해 예순인 그가 최근에는 지난밤 과중한 업무도 잊은 채 일어나서 새벽 공기를 가로질러 달리며, 체력 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직원들보다도 정해진 스케줄을 더 빨리 소화하고 늦은 저녁 시간까지도 연장되는 업무를 마무리한다는 게 류 대표의 스케줄을 체크하는 추형식 팀장의 귀띔이다.
“류 대표님은 사장으로서의 신비감이 없을 정도입니다. 투명한 경영과 오픈 마인드로 직원들을 대하시기에 그만큼 항상 직원들과 같이하시려는 분입니다. 대표로 취임한 지 6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본인을 높이지 않고 회사 살림을 적자에서 흑자로 살려놓은 분입니다. 류 대표님은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마음이 강인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하 직원에게 존경받는 류 대표는 항상 솔선수범하는 행동력을 지니고 있으며, 부하 직원들의 발전을 위해 국제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자주 정보를 교환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전수한다.

영진약품의 화성 공장.
영진약품의 화성 공장.
전주에 있는 원료합성 공장.
전주에 있는 원료합성 공장.
붙들고 늘어져서 ‘왜Why’를 생각하라
KT&G에 인수된 이후 적자상태였던 영진약품을 흑자경영으로 바꿔놓은 류 대표는 하루 세 번 이상 자신에게 ‘왜’라는 화두를 던진다. ‘왜 내가 이곳에 있는가?’ ‘왜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뭐든지 ‘왜’를 묻다보면, 웬만한 문제들의 답과 새로운 해결책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회사에서 화를 가장 많이 내는 이유로 ‘업무 방식의 차이’가 1위를 차지했다.
서로 다른 업무 스타일이 대화를 엇갈리게 해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영진약품 사원들과 회의를 하면서도 자주 ‘왜’라는 화두를 던져 공통의 고민을 하도록 이끈다. 그렇게 팀원들이 서로 묻고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자연스럽게 한 방향의 목표 지점을 향해 모두가 동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제가 내놓은 기획안일지라도 직원들이 더 좋은 기획들을 찾아내면 도장 찍힌 서류를 과감히 버립니다. 그 자리에서 더 좋은 것을 채택하고 이전의 것에 미련을 갖지 않습니다. 만약 한 제품을 우수하다고 말할 때 어느 정도의 수준이어야 가장 우수한 제품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이 회사를 발전시키고, 회사의 주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찾는 동안 그 사람은 스스로의 성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공부할 기회도 얻게 됩니다.”

류 대표는 최고라고 자부하는 제품을 최고의 상품으로 팔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분석하고 판단해서 정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도 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상에는 어떤 일을 그대로 두었을 때 잘될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가만히 두면 모두 망가지게 됩니다. 가만히 두어도 되는 것은 우연에 의한것. 물론 하늘의 도움이겠지만요. 논리적으로는 해보면 되겠구나 싶어서 하다보면 아주 많은 것들이 부족하고 틀린것을 발견합니다. 그러면 처음 의도했던 것보다 방해받는 변수가 더 많아집니다. 화학에서 벤젠 링은 케큘러Kekule라는 화학자가 찾아낸 구조입니다. 처음 이 구조는 아무리 찾아도 누구도 발견할 수 없었는데 끊임없이 찾던 케큘러의 꿈속에 나타난 것입니다. 그처럼 의문이 나오지 않으면 의문을 만들어서라도 고민하면 ‘그렇구나’ 하고 유레카가 터지는 것입니다.”

때로 자존심이 상할 만큼 상사에게 혼이 나서 밤잠을 설치게 된다면 대인관계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때때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오픈 마인드를 가질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존심만 상한 채 마음을 정리하지 못해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류 대표는 ‘야단을 맞을 때 변명하기보다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 빨리 오픈 마인드로 나를 낮추면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배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존심이란 자기 방어적인 태도인데 일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상대가 자존심을 버리고 나올 때 오히려 미안해하고 더 가르쳐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변명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 개선시켜 주지는 못합니다. 저 또한 20대 후반에 저에게 심하게 혼을 낸 한 상무님이 계셨는데 그때 제가 오히려 진심을 담아 계속 가르쳐 달라고 적극적으로 대하니, 그분이 뒷걸음질을 치면서 도망을 가셨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장면을 목격한 동료들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 시 류 대표의 모습.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 시 류 대표의 모습.
영진약품 연구원들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연구하는 모습.
영진약품 연구원들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연구하는 모습.
코엔자임Q10이 함유된 종합비타민, 진셀몬큐텐.
코엔자임Q10이 함유된 종합비타민, 진셀몬큐텐.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
불경기에도 꾸준히 일자리를 창출해 흥업보국興業報國하는 것과 영진약품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높여 영진약품의 세계화를 추구하는 것이 류 대표의 목표이다. 2010년부터 지난 2013년까지 100명의 사원이 늘었고,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인재를 뽑고 있다.
“한 기업의 리더라면 능력과 격차에 대한 분석, 그것에 대한 판단, 그리고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실행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곳 영진약품에서 구성원들이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보다 기여를 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형성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서 어마어마한 기업을 만들기보다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로 오는 게 행복한 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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