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혁 쌤의 취업 X파일

취업을 하기 어떤 스펙을 갖추어야 하는지 궁금한가? 취업 컨설턴트 조민혁이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 합격한 현직자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스펙 쌓기와 기업에서 선호하는 스펙에 대해 소개한다.

나의 스펙을 선호하는 회사를 찾아라!
기업에서는 인문계 지원자가 연세대 서울캠퍼스를 나왔든 원주캠퍼스를 나왔든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스펙을 보면 기업이 손해거든요. 지원자의 스펙을 믿고 입사시켜봤더니 실망을 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방 근무를 보낸다고 하면 퇴사하는 일도 많았고요.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더라도 막상 정직원이 되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도 했어요. 아르바이트생은 부담 없이 일만 하면 되지만 정직원은 매출을 올려야 하는 등 부담 있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힘들어하지요. 하지만 기업들이 스펙을 전혀 안 볼 수는 없습니다. 어느 기업의 경우 지원자가 5만 명이나 되기 때문에 스펙을 보지 않고는 도저히 지원자들을 걸러낼 수가 없거든요.

 
 
이것을 역이용하는 겁니다. 내가 가진 스펙 중에서 무엇을 회사가 선호하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회사의 업종마다 선호하는 학교, 전공이 있습니다. 토익점수가 높다고 그 사람을 선호하진 않아요.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 선호하는 회사’를 찾는 것이 중요해요.

회사마다 ‘최근 성과를 냈던 직원들의 출신 학교’에 대해 최근 3~5년 동안의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해외 대학은 거의 없는 편이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한국외대를 많이 선호해요. 이랜드에서는 기독교 학교라는 점에서 숭실대를 선호하고요. 외식 분야는 경희대나 식품계열을 굉장히 선호합니다. 여대를 선호하는 회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화여대가 좋은 대학이지만 선호하는 회사가 거의 없어요. 이화여대라는 스펙을 내려놓고 선배, 학과사무실, 경력계발센터에 문의해보세요. 다행히 CJ는 이화여대 출신을 좋아합니다. 취업을 준비할 때가장 좋은 건 어떤 회사가 나를 선호하는지 조사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지원한 회사가 나를 떨어뜨렸다면 ‘나를 선호하지 않는구나’ 하고 다른 회사나 동종업계를 지원해보세요. 입사지원서를 내도 자연스럽게 50~60개는 떨어지는데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떨어져도 많이 써보는 건 좋은 겁니다. 힘들어하지 마세요. 계속 쓰다 보면 취업되는 순간이 있어요. 강조 드리고 싶은 것은 분명 스펙을 보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스펙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회사마다 원하는 스펙, 전공이 다르다는 것이죠.

 
 
스펙 공개1
KT에 입사한 A군 합격 스펙은 ‘정보통신과’라는 전공

A군이 다니던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정보통신과는 그가 다니던 당시만 하더라도 인식이 좋지 못했다. 그는 취업이 잘 되지 않자 27살 늦은 나이에 창업을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그때부터 입사지원서를 쓰기 시작했지만 20개가 연달아 떨어져 방황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사랑했다. 마음을 다잡고 ‘통신 전공자로서의 강점을 살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계속 지원했다. 그러다보니 KT, 넷마블 등에 꾸준히 붙었다. 지원한 93개 회사 중에 17개에 합격했다. 30살이 넘어서야 합격을 한 것이다. 처음엔 지원한 회사마다 떨어졌지만, 이렇게 비행기가 이륙하듯 폭발적으로 합격한 회사가 늘어나는 것을 ‘티핑포인트’라고 한다.

그의 가장 중요한 스펙은 ‘정보통신과’라는 전공이었다. 요즘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만큼 통신, 소프트웨어 직군은 수요가 많다. 만약 A군이 너무 힘들다며 취업 준비 도중 ‘이 학벌로 뭐해? 내 전공은 버릴 거야. 이제라도 복수전공이나 할까?’라고 생각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공대 출신자 중에 자신의 전공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면 전략 짜기가 힘들어집니다. 여러분의 전공에 경쟁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공기업들은 전공을 정말 사랑하고 그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자하는 열정이 있는 지원자를 뽑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봅니다. 하지만 자신의 전공에 강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취업이 불안하고 전공에 자신감이 없어 복수전공을 하려고 합니다.

사실 회사에서 인문계 출신자의 전공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인문계 출신자 중에서 원하는 기업에 들어간 사람은 5%이고 공대생이 대부분이에요. 인문계는 전공 살리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전공을 살려야 된다는 생각은 깨야 합니다. ‘내가 이 분야를 전공했으니까 이 분야의 일을 해야해’ 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좁히지 않는 것이 좋아요.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강점에 관심이 있지 단점에는 관심이 없어요. 신입사원인데 단점이 없는 사람이 있겠어요? 오히려 본인의 단점을 알고 보완하길 바랍니다. 구직자들이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이 토익공부입니다. 하지만 채용팀은 토익점수에 관심이 없어요. A군 또한 토익점수는 갖추지 않았어요. 만약 토익이 필수였다면 그는 취업하지 못했을 겁니다. 어학점수를 아예 보지 않는 건 아닙니다. 말하기 점수는 보지만, 높은 점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응시 자격’만 갖추면 되죠.

복수전공을 했다면 그 분야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되요. 경제학을 전공했다면 “인터넷 뱅크가 출현했죠?” “금리를 계속해서 동결 시키는 거 같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사실 주변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신문만 보아도 답할 수 있습니다.

*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라는 의미로 기업이 제공하는 물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제공되는 거래 형태.
*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라는 의미로 기업이 제공하는 물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제공되는 거래 형태.
스펙 공개2
오뚜기에 입사한B군 합격 스펙은 다사다난했던 ‘경험’

가진 스펙이 없다며 고민이 많았던 인도어語 전공자 B군. 그는 두 달 동안 50개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처음에는 고향이 부산이라 부산은행에 지원했는데 서류통과는 됐지만 인적성검사에서 떨어졌다. 이렇게 떨어지면 소득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그때의 기억과 경험이 다 몸에 남는다. 한 번 도전해보니 계속 합격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샘표, 오뚜기, 농심 등 외식 분야에 낸 지원서가 다 합격됐다. 부산은행 인적성검사에 떨어진 경험이 있어 오뚜기 인적성 검사를 열심히 공부하게 됐고 최종합격을 한 것이다. 현재 27살인 그는 오뚜기에 입사해 연수를 받고 있다.

그는 인도어 전공자라서 외식 분야에 합격하기 쉬웠다. 외식 분야가 국내시장에서는 포화상태이지만, 기업들이 인구수가 많은 나라를 정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인도 언어를 전공한 점이 그에게 유리했던 것이다. 또한 매장 방문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적은 점이 큰 도움이 됐다.

어느 오뚜기 현직자는 “면접을 볼 때 단어선택을 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B군은 ‘소통’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연습을 했다. 그와 함께 면접을 본 지원자는 소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면접관이 “지금 80명째 소통의 달인들이 오셔서 여러분의 모습이 뭔지 혼란스럽네요”라며 말을 끊었다고 한다. B군은 오히려 자신의 단점을 이야기하며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공계 출신자는 지원하고 싶은 회사는 많지만 선택할 수 있는 분야가 적고, 인문계 출신자는 지원하고 싶은 회사는 없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요. 예를 들어 화학을 전공했다면 지원할 수 있는 업종은 제약, 화장품 등 TO가 적은 업종으로 제한되어 있어요.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은 것이 오히려 장점입니다. 인문계 출신은 들어가고 싶은 회사보다는 들어갈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시면 돼요. 인문계는 전공에 대한 강점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마케팅에 대해 경험이 없다면 영업관리, 점포관리, 총무, 홍보 등의 분야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인문계 출신자에게 중요한 스펙은 경험입니다. 지금 추가적으로 알바, 인턴 등을 경험할 시간이 없다면 버금가게끔 할 수 있는 경험이 있어요. 바로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장 방문’이에요. 인문계 출신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업종으로는 직접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B2C 업무가 많으니까요. 상권을 둘러보면 유동인구를 알 수 있고 매장에 직접 가서 관찰하다 보면 고객유형도 파악할 수 있어요. 매장을 찾은 담당자들이 “신제품 어떤가요? 잘 나가나요?”라고 질문하고 직원들이 대답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쓰는 전문용어도 알 수 있어요. 보고 들은 것을 녹음해도 되고, 기회가 되면 직원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지요. 이 경험을 충분히 자소서에 쓸 수 있습니다. 요즘 은행에서도 ‘지점에 한번 가보고 우리 은행의 개선점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꾸준히 매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이 조언을 실천한 여러분은 차별화될 것입니다.

 
 
2016년 상반기 공채 대비 지금부터 면접 경험 해야

올해 상반기 공채를 노리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부터 면접을 보러 다니는 거예요. 면접은 직접 해보는 수밖에 답이 없어요. 수능시험은 달달 외우고 찍을 수도 있지만 면접은 자기소개, 하고 싶은 말 등 나올 질문이 뻔합니다.

지원자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지, 어떻게 말해야 되는지 다 알고 있지만 실제 면접장에 가면 면접관을 쳐다보지 못해요. 그래서 연습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꾸 본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데, 비교해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목적만 잘 생각하시면 돼요. 옆 사람이 아무리 자신의 좋은 스펙을 이야기하더라도 ‘저는 이런 강점이 있습니다’ 하고 자신 있게 말하면 됩니다.

요즘 면접장에 가면 시사적인 것을 많이 물어봅니다. IS, 중국 등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주제들에 대해 미리 주변 사람들과 대화해야 되지요. 창의면접이라 하면 겁먹는 학생들이 많은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1. 지원한 기업이나 사회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
2. 기승전결 구성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해결방안을 도출해 내는지를 물어봅니다. 다시 말해 신문을 많이 봐야 하지요. 이공계열 출신자에게도 이러한 사회적인 이슈를 물어봅니다. “2020년이 되면 다문화 가정이 많은데 대안은 무엇인가?” “강남과 강북, 재벌과 서민 등 양극화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창의적인 방안을 도출하라.” 등.

면접관이 창의력 문제를 물어보지 않고, 이력서에 있는 내용에 대해 물어보기도 합니다. “UCLA에서 공부했는데 왜 삼성서울병원에 지원했나요?” “삼성병원의 메르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런 질문에 대해 얼마나 중립적인 태도로 밝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한 달 내내 토익만, 자소서만’ 식으로 한 가지만 준비하려는 구직자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구직활동을 할 때 자신에게 냉정하게 채찍질을 가하면 얼마든지 빨리 끝낼 수 있어요. 한 가지만 하지 말고 면접 연습도 하고, 경험도 쌓으며 함께 준비하길 바랍니다.

MD의 합격 스펙은 다양한 경험
지방 S대를 졸업한 C군은 현대종합상사 머천다이저MD에 합격했어요. 그가 합격한 비결은 상하이에서의1년간 인턴 경험이에요. 뛰어나지 않은 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2학년 때부터 전략적으로 준비한 거예요. 인문계 출신자들 중 경험이 탄탄하면 서류 통과가 잘 되는 편이에요. MD를 우스갯소리 삼아 ‘뭐든지 다 안다’의 약자라고 하듯 신입사원인데 전문가 정도의 스펙을 가지려면 경험이 풍부해야 돼요.

조민혁
대한민국 대표 취업 컨설턴트로, 한국외대 법학과와 연세대 GMBA를 졸업하고 2006년 POSCO 채용팀에 입사하여 발표면접, 토론면접 등의 면접관으로 활동했다. 지난 10월부터 ‘구직자들을 위한 정신줄 잡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앞으로 매달 2회 현직자를 초청하여 취업에 있어서의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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