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화장품기업 티스킨 김형준 대표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집어내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창업해 억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1인 기업들이 늘고 있다. ‘티스킨T.SKIN’의 김형준 대표도 그 중 하나다.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여 만에 각종 포털의 화장품 인기브랜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비결은 다년간에 걸친 철저한 준비 외에도 ‘나부터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만 판다’는 고집에 있다.
너도 나도 제2의 아모레퍼시픽을 꿈꾸며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지만 정작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등 기존업체들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 신규 브랜드는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실제로 주변의 화장품 업체 사장들 서너 명에게 전화해 요즘 사업이 어떤지 물으니 하나같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유는 다양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어 수출길이 막혔다’ ‘고만고만한 업체들끼리 경쟁하다 보니 어필할 게 가격뿐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밑지다시피 팔 수밖에 없다’ 등.
티스킨의 김형준 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귀가 번쩍 뜨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레드오션인 화장품 업계에서 어떻게 매달 5천만 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걸까? 인터뷰는 이 질문과 함께 시작되었다.
김형준 대표가 화장품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생 때였다. ‘천연성분으로 만든 좋은 비누가 나왔는데, 열심히 팔아서 학비에 보태자’는 친구의 권유로 비누를 팔기 시작했다. 한 세트당 2~3만 원, 많게는 5만 원씩 하는 고급비누였다. 열심히 팔다 보니 수입도 제법 괜찮아 슬슬 재미가 붙었다. 다른 비누와 화장품도 떼어다 파는 식으로 영역을 차츰 넓혀나갔다. 전공인 컴퓨터공학을 살려 인터넷에 온라인 쇼핑몰도 구축했다. 그의 남다른 사업수완을 눈여겨 본 어느 업체에서는 자사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할 권한까지 주며 판매를 독려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업체들과의 사이에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약속한 날짜까지 판매할 제품이 들어와야 하는데, 공장에서 문제가 생겨 납품이 며칠 늦어지는 일도 있었어요. 우리가 워낙 제품을 잘 파니까 시샘이 난 나머지 ‘이제 우리 제품은 우리가 팔겠다’며 돌연 제품공급을 중단하는 업체도 있었어요.”
온라인으로 열심히 홍보도 하고 판로도 열어주었는데, 그 모든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것이었다. 독자적인 브랜드가 없어서 겪는 설움이었다. 그때부터 ‘나도 내 브랜드를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화장품 업체들을 부지런히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화장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지 견학도 했다. 화장품 관련 서적도 구해 읽고, 인터넷으로도 자료를 검색하며 해박한 지식을 쌓아나갔다.
나름대로 2년을 착실히 준비한 끝에, 2010년 씨코리아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사실 화장품을 만드는 일은 알게 모르게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우선 ‘얼굴에 유분이 많아 고민인 20대 여성’ 식으로 타겟을 정확히 잡아야 한다. 어떤 성분을 어떻게 배합해 화장품을 만들지도 철저히 연구하고 생각해야 한다. 또 화장품이 아무리 좋아도 용기나 포장의 디자인이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면 판매가 거의 불가능하다. 내용물도 외부 생산업체에 대량으로 생산을 의뢰하다 보면, 품질이 균일하게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 제품 하나를 기획해서 최종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6개월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의욕이 지나치게 앞서다 보니 마케팅을 할 홈페이지도, 판매할 판로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10여 종이나 되는 제제품을 내놓은 것이 문제였다. 특히 화장품은 관련법규상 특정성분이나 사용시 주의사항을 반드시 박스에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박스를 만들었다가 나중에 스티커를 덧붙이는 등 한바탕 난리를 치러야 했다.
“결국 그 많은 제품을 고스란히 폐기처분해야 했어요. 제대로 만들어 팔았다면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어치는 됐을 제품들이었는데…. 그 일을 교훈 삼아 매사를 신중히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하며 진행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 뒤에도 한 번 더 실패를 맛본 뒤 내놓은 브랜드가 지금의 티스킨T.Skin이다. ‘티 없이 맑은 스킨 케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2011년 6월 상표등록을 신청해 2012년 5월 2일 등록이 완료되었다. ‘티스킨’이라는 이름으로 첫 제품이 나온 것은 2013년이었으니, 간단한 화장품 하나를 만드는 데도 얼마나 인내가 필요한지 짐작이 간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원하지만 정작 시장에는 나와 있지 않은 화장품은 뭘까?’를 깊이 살피고 연구했어요. 그러다 찾은 게 여드름, 뾰루지, 잡티 같은 트러블이었어요. 연고 같은 약품은 많이 나와 있었지만, 정작 화장품 중에는 트러블을 개선해주는 제품이 거의 없었어요. 트러블 케어 화장품을 콘셉트로 잡고 제품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만든 제품을 어떻게 팔았을까? 화장품은 자칫 잘못하면 고객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상품이다. 그래서 그는 제품을 직접 써 보기로 했다. 자신이 믿고 쓸 수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권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자신이 써 보고 별 이상이 없으면 그 다음에는 가족들이 임상실험(?)의 대상이 된다.
티스킨에 들어오는 주문은 하루 50~100건 정도다.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 들어온 주문도 있다. 제품을 발송할 때 그가 이용하는 것은 우체국 택배다. 요금은 다른 택배사들보다 약간 비싸지만 배달이 신속하고 사고도 적어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품공할 수 있다는, 작은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