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우면서도 내구력이 강해 오래 쓸 수 있는 신형엔진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자동차회사가 있었다. 경력이 20년 넘는 연구원 십 수 명이 달려들어 밤낮으로 연구를 진행했지만, 좀처럼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재료였다. 내구력이 강한 금속들은 하나같이 무게가 무거웠고, 그렇다고 가벼운 알루미늄 같은 금속을 쓰자니 내구력이 약했다. 연구원들은 사장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인력을 증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날, 사장은 대학을 갓 나온 신입사원을 하나 데려와서는“이 청년과 함께 연구해보라”는 말을 남겨놓고 가 버렸다. ‘사람 좀 보내달랬더니 고작 저런 풋내기 하나 붙여주고 끝이야?’ 연구원들은 속으로 사장에게 원망의 화살을 날려대며 연구를 계속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지만 아무런 성과도 못 올린 연구가 아니었던가. 거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연구원들에게 신입사원이 말을 건넸다.

“제가 보니 다들 가벼우면서도 강한 재료를 찾고 계신가 보군요. 금속 대신 탄소섬유는 어떨까요? 무게는 일반 금속의 반밖에 안되지만, 내구성과 내열성은 두배나 뛰어납니다.”

 
 
그제야 연구원들은 머리를 쳤다. ‘엔진은 당연히 금속으로 만드는 것’이란 고정관념에 빠진 나머지, 비非 금속재료로 눈을 돌릴 생각을 못했던 게 문제였다. 사장은 보고를 받는 순간 이미 그 점을 간파하고 신소재공학을 전공한 이 사원을 보낸 것이었다. 그로부터 한달 뒤, 연구원들은 마침내 꿈에 그리던 신형엔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삶에서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 그 변화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내가 보기엔 답이 없어’ 하는, 고립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해결할까?’로 마음의 시선을 옮기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한때 ‘중국산=싸구려 짝퉁’으로 취급받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던 세간의 인식이 ‘요즘은 중국산도 제법 괜찮더라’로 바뀌고 있다. 아니, 어떤 분야에서는 중국산이 국산을 훨씬 능가할 정도다. 대표적 사례가 중국의IT 업체 ‘샤오미’다. 샤오미는 지난해 애플과 삼성을 밀어내고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 1위 를 차지했다. MIT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기업 50’에서도 2위에 올랐다. 2011년에야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 샤오미가 불과 5년 만에 이토록 급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첨단기술의 집결체인 스마트폰 한 대를 만들려면 수백 명의 엔지니어가 동원된다. 샤오미의 개발팀 엔지니어 수는 약 100명. 하지만 실제 개발에 관여하는 사람은 7천만 명이 넘는다. 바로 샤오미폰을 쓰는 고객들이다. 이들은 샤오미 홈페이지 게시판에 매일 20만 개나 되는 의견을 쏟아낸다. 제품을 사용하며 찾아낸 버그나 문제점을 해결책과 함께 올려놓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 의견들을 하나하나 분석해서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나간다. 덕분에 샤오미의 운영체제OS는 일주일에 한 번씩 새 버전이 나올 만큼 시쳇말로 ‘미친’ 개발속도를 자랑한다. ‘다음엔 이런 기능도 넣어주세요’ 하는 희망사항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샤오미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새롭게 추가되는 기능 중 3분의 1이 이런 고객제안을 수렴해 나온 것이라고 한다.

‘김 서방 셋이 모이면 제갈공명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도 지혜를 모으면 뛰어난 사람을 얼마든지 능가할수 있다는 의미다. 셋만 모여도 이럴진대, 하물며 7천만 고객이 한마음으로 ‘연합군’을 이루어 끊임없이 문제점을 개선하고 최적의 대안을 찾아가는 제품이라면? 샤오미가 경쟁업체들을 빠르게 앞지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무리 고민해도 풀리지 않는 골치 아픈 문제가 있다면 마음의 연합을 결성해 보는 건 어떨까?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다. 멀리 눈을 돌릴 필요도 없다. 나와 스타일이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평소 마음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던 사람에게 다가가 해결책을 묻는 것이다. “이 문제, 어떻게 풀면 좋을까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숨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독재자 히틀러를 물리친 것도, 제국주의 일본을 굴복시킨 것도 ‘연합군’의 힘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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