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도 전문성도 No! 이제는 도전정신의 시대다

해외봉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국제적인 규모의 행사를 기획하고 사회를 볼 만큼 매끄러운 영어 실력, VIP의 수행을 책임지는 의전,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포용력, 그리고 일의 우선순위를 매겨 계획성 있게 진행하는 추진력까지…, 모두 내가 해외봉사를 하며 배운 것들이다.

나는 지난 2008년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7기로 중국에 다녀왔다. 마침 2008년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해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역동성을 가까이에서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하얼빈, 청도, 대련, 등 여러 도시를 다니느라 기차 안에서 보낸 시간만 무려 240시간! 길게는 한번에 꼬박 48시간 동안 기차를 탄 적도 있다. 중국의 기차 좌석은 대부분 4~6명이 좁은 테이블을 사이에 놓고 마주 앉는 구조로 되어 있다. 비록 처음 보는 사이지만 마주 앉은 채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친구 사이가 되었다. 오지에 사는 소수민족인 묘족苗族을 만난 일이나 양꼬치·마라탕·돼지삼겹살조림 등 중국요리에 매료된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해외봉사를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세계문화체험박람회, 월드캠프, 대학생 리더스 포럼 및 글로벌 리더스 캠프, 세계 청소년부 장관 포럼 등 굿뉴스코가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에 팀장이나 매니저, MC로 참여했다. 굿뉴스코 행사는 전문가가 아닌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미흡한 점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매니저나 팀장이 되면 맨땅에 헤딩하듯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해야 할 때도 많다. 하지만 다른 단원들과 힘을 합쳐 일하다 보니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도 기꺼이 덤벼드는 도전정신은 물론, 우리 팀 외에 조직 전체가 일하는 프로세스까지 같이 살피는 안목을 터득할 수 있었다.

학업과 대외활동을 한번에 잡는 시간관리법
해외봉사 못지않게 중요한 학생의 본분은 학업이다. 하루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학업과 대외활동을 병행하기 위해 나만의 시간관리 전략을 세웠다. 첫 번째는 ‘일의 우선순위 정하기’이다. 종이에 내가 오늘 해야 할 공부나 일을 모조리 적은 뒤, 우선순위를 매기고 반드시 끝내야 할 것 3가지를 정해 무조건 끝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일이 밀리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고, 비생산적인 일들에 시간을 뺏기지 않아서 좋다.

두 번째는 ‘목표 잘게 쪼개기’이다. 만약 기말고사가 다가온다면 기말고사 범위가 총 몇 페이지이며 내가 하루에 공부할 수 있는 분량이 몇 페이지인지 정해 하루 단위로 세분화해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막연히 ‘어렵다’고만 느껴지던 일도 잘게 쪼개 그날그날 해놓으면 의외로 어렵지 않다. 그러다 보니 공부에도 차츰 재미가 붙고 성적도 올라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다.

졸업 후에는 외국계 보험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넣었다. 싱가포르 지사에 있는 면접관과 전화로 영어면접을 보았다. ‘학교 성적도 훌륭하고 대외활동 경력도 풍부한데, 어떻게 시간관리를 했냐?’는 질문에 앞에서 말한 나만의 시간관리 전략을 소개했다.

최종면접을 통과하고 미국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회장님 강연을 들었다. ‘여러분은 자신이 맡은 업무가 어떻게 회사라는 큰 톱니바퀴와 맞물려 돌아가는지 알고 일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해외봉사단 활동을 하며 배운 ‘모두와 한마음이 되어 일하라’는 마인드와 일맥상통했기에 내심 놀랐다. 첫 출근날 부사장님과 면담하며 ‘우리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내 나름의 계획을 말씀드리자 부사장님은 ‘그런 일은 입사 후 10년은 돼야 할 수 있다’고 하시며 ‘신입사원은 엑셀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서류를 작성하는 등 기본적인 일부터 해야 하는데, 요즘 신입들은 그런 일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라’고 당부하셨다. 역시 해외봉사를 하며 자주 듣던 이야기였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답이다
현재 나는 소비자보험 상품개발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외국계 회사인 터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외국인들과 일하다 보니,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포용과 배려는 꼭 필요한 자질이다. 해외봉사 경험이나 카투사로 복무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해외봉사에서 배운 마인드 중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끈기’라고 생각한다. 해외봉사 단원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부딪히곤 한다. 그럴 때면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끈기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시험을 칠 때 나오는 문제들이야 교과서를 펼쳐보면 정답이 나와 있지만, 직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은 그렇지 않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끈기다.

신입사원 연수 때도 ‘미국에서 판매 중인 금융상품을 아시아에 도입하는 데 알맞은 전략을 수립하라’는 프로젝트를 부여받은 적이 있다.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사람들도 많았지만 팀원들과 끈기를 발휘한 끝에 프로젝트를 해결했고, 최우수팀으로 선정되어 회장님 앞에서 발표할 기회도 얻었다.

직장생활과 해외봉사는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서 밑바닥부터 하나씩 배워야 한다는 점 등 서로 비슷한 면이 많다. 인생의 황금기인 20대, 1년을 해외에서 보내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그 해외봉사가 주는 열매는 크고 달콤하며, 여러분이 미래에 훌륭한 직장인으로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글 | 지명근(경희대 경영학과 졸업, 현재 외국계 보험회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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