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도 전문성도 No! 이제는 도전정신의 시대다

 
 
2000년대 초중반,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역량은 창의성이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제조업 및 중공업에서 인터넷 및 정보통신IT 중심으로 바뀌면서 기업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시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찾았다. 때마침 등장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열풍은 창의적인 인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08년 매출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들이 추구한 인재상을 분석한 자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기업들이 가장 선호했던 역량으로는 창의성과 전문성이 각각 1, 2위로 꼽혔다.

2008년 국내 100대 기업들이 정립한 인재 방정식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까?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013년에도 매출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동일한 주제의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88개 기업이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역량 중 1순위로 ‘도전정신’을 꼽은 것이다. 2위로는 주인의식, 3위로는 전문성이 꼽혔다. 앞서 1위에 올랐던 창의성은 4위로 밀려났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이처럼 크게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경기침체로 너나없이 어려운 시기, 강한 도전정신을 발휘해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설 인재를 선호하는 것이 요즘 기업들의 추세’라는 게 상공회의소측의 설명이다. 요컨대 ‘사무실에 앉아 머리만 굴리는 일꾼보다 현장에 나가 발품을 파는 일꾼이 더 필요하다’는 것.

이같은 트렌드의 변화는 실제 채용현장에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한 취업포털이 실시한 ‘취업하고 싶은 기업’ 설문에서 2년 연속 여대생 선호도 1위를 차지한 CJ그룹은 입사지원자들이 기본적인 지원자격만 갖추면 이후 ‘스펙’은 전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채용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SK그룹은 인재선발 과정에서 ‘패기·혁신·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를 모토로 내걸고 입사지원서에서 외국어, 수상경력, 논문 등 스펙 관련 기재란을 없앴다. 스펙 대신 면접으로만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이른바 ‘바이킹 챌린지’ 전형도 대기업으로서는 처음 도입한 것이다. 현대모비스 또한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전형 인재’ 채용을 늘리고 있다. 하나같이 도전정신이 반영된 채용사례들이다.

 
 
그밖에도 기업들은 글로벌역량을 갖춘 인재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전정신을 갖춘 글로벌 인재 육성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삼성이 199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지역전문가 제도’다. 지역 전문가란 삼성 직원들이 1년간 따로 업무를 맡지 않고 해외에서 체류하며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는 제도다. 월급과 해외 체류비 등을 합치면 1인당 1년에 2, 3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이들이 현지생활을 하며 구축하는 인맥과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는 그보다 몇 배의 이득을 회사에 가져다준다. 지역전문가 출신들 중에는 현지 주재원이 되어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이들도 많다. 세계 어디를 가든 현지의 문화와 민족성을 열린 가슴으로 포용하는 인재들이 모인 네트워크야말로 글로벌 삼성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평가는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다.

도움말 | 윤여진(CJ그룹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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