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도 전문성도 No! 이제는 도전정신의 시대다

일본 교토의 시골 창고에서 출발한 ‘일본전산’은 초창기인 70년대 다소 ‘엽기적인’ 방법으로 신입사원을 뽑아 화제가 되었다. 큰 목소리로 인사하기, 밥 빨리 먹기, 화장실 청소하기 등이 입사시험 과목이었다. 주변업체나 지역언론에서는 ‘그게 무슨 입사시험이냐?’고 비아냥댔지만, 창업자인 나가모리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누구나 긴장하는 면접장에서 큰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뜻을 당당히 펼칠 수 있다.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은 대개 결단과 행동이 빠르고, 일처리 속도도 빠르다. 화장실 청소 시험은 아무도 하려 들지 않는 궂은일도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들 일꾼을 가려내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도전정신으로 꽉 찬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 나가모리 사장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뽑은 인재들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한 일본전산은 기라성 같은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초소형·정밀모터 분야 세계 1위로 우뚝 서기에 이른다.
더 이상 기업들은 ‘일만 잘하는 인재’를 원하지 않는다. 쉽고 편한 길 대신 불편하고 힘든 길도 마다 않고 달려가 새로운 길을 개척할 인재를 필요로 한다. 취업 컨설턴트 김세준 교수가 전하는 도전정신의 중요성과 실제 취업현장에서의 트렌드 변화, 그리고 해외봉사로 도전정신을 체득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신입사원은 미래의 CEO 후보생이다

바야흐로 11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시기다. 취업이 힘들다 보니 취업준비생(취준생) 한 사람당 적게는 30곳, 많게는 50곳도 넘게 지원서를 쓰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렵사리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면접장에 서면 ‘제 능력을 발휘해 회사에 이바지하겠습니다’ ‘뽑아주시면 제 청춘을 아낌없이 바치겠습니다’라고 열변을 토하며 의욕을 내비친다.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공부에 매달리고, 등록금과 용돈을 벌기 위해 힘든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틴 것도 취업이란 지상과제 때문이었다.

그토록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에서 충분히 보람과 만족을 느끼며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어느 취업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80%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단다. ‘업무가 적성에 안 맞다’ ‘상사가 너무 엄격하다’ ‘급여나 복지혜택이 열악하다’ 등 이유는 다양하다.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나는 이렇게 조언한다. ‘취업을 위해 하루하루를 전쟁 치르듯 보낸 여러분 못지않게, 여러분을 뽑느라 전쟁을 치르다시피 한 회사의 입장도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신입사원 채용은 해마다 이맘때면 열리는 ‘연례행사’가 아니다. 보통 6개월 전부터 인사팀장을 비롯한 중역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지원서를 놓고 ‘어떻게 하면 이 중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재를 뽑아낼까?’ 하는 치열한 논의와 검토 끝에 채용을 진행한다. 신입 한 명을 뽑는 데 수백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기도 한다.

회사에서 여러분을 채용하며 이토록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쏟는 것은 여러분을 ‘미래의 CEO 후보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장실 갈 몇 분을 아껴가며 일하는 바쁜 대기업 회장들이 저녁시간을 뚝 떼서 신입사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걸 어렵잖게 본다. CEO들이 이토록 신입사원에게 공을 들이는 것은 그들이 성장해 그 회사를 이끌 핵심인력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CEO들 상당수가 공채로 입사해 그 회사에서 수십 년을 보내며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여러분이 수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리더가 되길 기대하며 채용한 것이다. 신입사원이란 타이틀 뒤에는 이렇게 많은 이의 눈물과 땀이 배어 있다.

앞으로 취업의 키워드는 ‘도전’이다

 
 
최근 몇 년간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7대 신흥 경제대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기존 G7 국가들을 앞질렀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7대 신흥대국이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브릭스 4개국에 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를 포함한 것으로, 이들 ‘신 G7’ 국가들의 구매력이 기존 G7 국가들을 추월하리라는 전망이다. 앞으로는 신 G7 국가들에서 나오는 구매력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한다는 것. 신 G7 국가들이 속한 남미나 동남아, 아랍권에 새 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남들이 보지 못한 눈으로 세상을 보며, 아무도 가지 않은 곳에 달려갈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인재들이 필요하다.
GS건설은 올 상반기 채용한 신입사원 58명을 모두 중동, 이집트, 터키, 동남아 등 해외로 발령냈다. 새 나라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으라는 의미다. 스페인어·아랍어·베트남어 등을 구사하는 입사지원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기업도 늘었다. 우리 학생들이 그간 영어에 밀려 외면받던 스페인어·아랍어·베트남어를 통해 새로운 꿈을 꿨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아랍권 전문가가 되겠다’ 식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들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큰 경쟁력이 된다.

대기업, 공기업만 짝사랑하지 말고 중소기업에 눈길을 돌려라
‘○○그룹, 취업경쟁률 100 대 1’ ‘○○○공사, 지원자 사상 최대’… 취업시즌만 되면 신문, 방송에서 흔히 보는 헤드라인들이다. 이처럼 취업난이 심각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 산업자동화 등으로 예전보다 일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면 훨씬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 수는 342만 개, 근로자 수는 1,342만 명에 이른다. 특히 지식경제부가 뽑은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기업들을 보면, 세계 1, 2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영업이익률은 무려 40~50%에 달하는 회사들이 즐비하다.
금속관 이음쇠를 만드는 ‘성광벤드’라는 회사가 있다. 연봉 및 복지혜택이 여느 대기업 못지않으며 기술력과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하지만 본사와 공장이 지방에 있고, 세간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 인력을 뽑기가 힘들다고 한다. 반면 샘표식품은 직원이 700명 이하의 중견기업임에도 인지도가 높아 공채경쟁률이 300 대 1이 넘는다. 개인적으로는 ‘취업난도 대다수의 취준생들이 대기업이나 인지도 높은 기업, 정년이 보장된 공기업에 몰리면서 나타난 착시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년들이 모험과 도전을 즐기기보다 안정을 추구한 결과라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배는 항구에 머물러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이유는 아니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007년 네이버를 떠나며 한 말이다. 이런 도전정신을 앞세워 그는 카카오톡을 개발했고, 현재 우리 IT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사람에게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는 법이다.
 

 
 
도움말 김세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아시아나 항공 인사팀에서 다년간 근무했다. 이후 인사 담당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취업 컨설턴트로 변신, 현재 국민대 경력개발센터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취업과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많은 대학생들의 해결사로 맹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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