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혁 쌤의 취업 X파일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면 답이 보인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학교 시험 문제뿐만이 아니라 취업 준비생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이번 호에서는 국민은행의 자기소개서 편을 취업 컨설턴트 조민혁과 함께 평가자의 의도를 꼼꼼히 분석해보았다.

 
 
제 수업을 듣던 학생들 중에서 국민은행에 입사한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모두 밝고 긍정적이었습니다. 은행에서는 학력보다는 ‘호감이 가는 외모’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본인의 외모가 은행이 말하는 ‘호감형 외모’가 아니라면 빨리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또 하나 알고 있어야 할 것은 자기소개서에 어학성적을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두 달 내내 토익 공부만 하며 고득점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던 친구들에게는 가슴 아픈 이야기죠. 그럼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제게 찾아와 “그래도 저는 글로벌 역량이 우수합니다”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하지만 은행에는 글로벌 역량이란 것이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은행에서 인턴을 했던 경험만 믿고 있다가 떨어지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막연하게 ‘이러면 될 거야’ 하는 추측이 아닌 현실적인 조언을 들으며 자신이 은행에 적합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해보길 바랍니다.

보편적인 스토리는 이제 그만!
은행에 입사하고자 하는 학생들 중에 자기소개서에 아버지 이야기를 적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20년 동안 금융업에 종사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성실함과 꼼꼼함을 배웠습니다” 하고 말이죠. 평가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쓰인 자기소개서를 본다면 아마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2012년도에 쓴 책 <기적의 자소서>와 그 이후에 출간된 굉장히 많은 책에서도 합격 사례를 공개했어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웬만한 스토리들은 이제 보편화가 됐습니다. 그런 스토리 자체만으로는 차별성을 두기가 어려워요. 자기소개서에 다른 요소가 분명히 존재해야 하죠. 그 부분에 대해 지금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 대략적인 틀을 갖춰놓습니다. 마치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미리 음식을 만들어두었다가 손님이 주문하는 것에 맞춰 나눠주듯,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의 자기소개서에도 쓸 수 있도록 ‘보급형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놓는다는 거죠. 그렇게 쓰면 안 됩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최대한 지원하는 회사에 맞춰서 글을 써야 합니다. 국민은행이라면 KB그룹에서 추구하는 바를 자기소개서에담아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채용담당자의 말에 경청해야 하는것입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옆 친구에게 물어보지 말고요.^^

 
 
채용담당자가 강조하는 ‘통섭형 인재’와 문제해결 경험
국민은행 채용팀장이었던 전홍철 씨는 서류전형을 통과한 사람들에 대해 “KB핵심가치와 조직 적합성에 맞는 사람, 지원자의 경험과 역량이 KB의 가치와 연결된 사람을 뽑았다”고 말했습니다. 늘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짜증을 내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민은행에서는 인재상을 강조한다고 채용팀장이 분명하게 말하고 있어요. 회사 중에는 인재상을 보지 않고 직무능력을 중시하는 곳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공기업은 전부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죠. 반면 은행은 업무 특성상 창구에서 고객을 대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직무능력보다는 대인관계 능력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인관계 능력’이란 것이 배우거나 무엇을 경험한다고 해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에요. 다시 말해 주변의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는 것입니다. 자기소개서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작성해야 합니다.

전 채용팀장이 강조한 또 하나의 인재상은 ‘통섭형 인재’로 “어떤 상황과 형편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여러분이 은행 등의 서비스 업무에 대해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을의 입장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고객의 요구에 무조건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은행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이번에는 오택 인사팀장의 얘기를 들어봅시다. “국민은행 자기소개서의 핵심 키워드는 ‘문제해결 경험’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문제를 어떤 방식과 소통 능력으로 해결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쓰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해결 경험’은 시험문제가 아니라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문제를 해결한 경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쓰면 불합격하겠죠?

오택 인사팀장이 말한 두 가지 중요 포인트가 있습니다. 첫 번째 포인트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대화해 보라’ 입니다. 많은 분들이 자기소개서에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쓰는데 동아리 활동은 대부분 또래의 친구나 후배들과 합니다. 다양한 계층이 아닌 거지요. 굳이 동아리 활동을 쓰겠다면 나이가 많거나 조금 껄끄러운 상대, 나와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과의 에피소드를 쓰면 좋습니다.
두 번째는 3C입니다. 국민은행이 생각하는 3C는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옆 사람을 돕는 직원간의 협업(Cooperation), 문제를 개선하려는 창의적인 사고(Creativity) 능력’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고객과의 관계에 대한 일화를, 협업은 조직 내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쓰면 됩니다. 채용담당자가 강조한 3C를 반드시 제목에 써주세요. 산처럼 쌓인 자기소개서 중에서 아무래도 3C가 들어간 제목이 눈에 띄지 않을까요?

 
 
국민은행 자기소개서의 7가지 항목 분석하기
국민은행 자기소개서에는 200자 약술형 문제 3개, 서술형 문제
4개 총 7개 문제가 있습니다. 서술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평가할 때 서술형에 비중을 더 크게 둘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평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약술형 문제가 더 사람들을 가려내기 쉽습니다. 서술형보다 약술형에 비중을 두고 기술하세요.

<약술형>
1. 성장과정을 통하여 귀하를 소개하여 주십시오. (200자 이내)
본인이 어떤 인재인지,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기술하면 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 유년시절 이야기와 부모님 소개는 쓰지 마세요. 70% 이상이 대학교 이전의 이야기를 썼을 텐데 그러면 차별화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은행에 근무하기 위한 가치관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시오’라고 해석하셔도 됩니다. 최근 대학생활 중에서 가장 3C에 해당하는 것을 쓰셔도 좋습니다.

2. 귀하가 견지하는 삶의 태도 또는 원칙을 소개하고, 입행 후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약술하십시오. (200자 이내)
신념에 대한 것을 묻는 질문입니다. ‘신념’과 ‘가치관’, 두 단어의 의미는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차이가 있어요. 1번이 행원으로서 근무할 수 있는 태도에 관한 것이라면, 2번은 정직하고 윤리적인 자신의 신념을 계속 지켜나가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써야 합니다. ‘나는 제품을 많이 팔 것이다’ 하고 직무와 관련해 풀어내면 안 됩니다.

3. 본인을 나타내는 인문학 도서 속의 인물을 소개하고, 그 이유를 보여주는 경험을 약술하십시오. (200자 이내)
어떤 인문학 도서라도 상관없습니다. 책의 내용이 아닌 책 속의 인물을 소개하고 그 인물과 나의 공통점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한 마디로 정말 책을 읽었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작은 도서라도 직접 읽고 도서 속 인물의 가치관과 태도들이 나와 어떻게 부합하는지 적는 것이 떨어지지 않는 지름길이 아닐까요? 남이 적어놓은 것을 베껴 적었다면 당장 지우길 바랍니다.

 
 
<서술형>
1. KB국민은행이 귀하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와, KB인이 되기 위하여 준비한 본인만의 경험 및 노력을 기술하십시오. (600자 이내)
나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자신이 행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직무능력을 갖고 있고,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보여주면 되는 간단한 질문입니다.

2. 타인에게 감동을 주었던 경험을 소개하고, 귀하가 생각하는 ‘고객감동’의 의미를 기술하십시오. (600자 이내)
타인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것은 3C 중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것이죠. 그 단어를 그대로 쓰십시오. 한글로 말고 영어로 Communication이라고 써주세요. 은행에서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정의와 이해 그리고 여러분의 생각을 200자 정도 쓰고, 그러한 생각을 갖게 된 경험을 300자 정도로, 나머지 100자는 제목으로 쓰면 될 것 같습니다.

3. 귀하가 ‘현장중심’적인 생각을 통하여 성취했던 경험 또는 실패했던 경험을 기술하십시오. (600자 이내)
현장중심은 Cooperation에 관해 쓰면 되겠죠? 성취든 실패든 상관없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성취했던 경험을 쓸 것이기 때문에 저라면 실패했던 경험을 쓸 것 같아요. 현장중심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크게 실패했던 경험과 그를 통해서 깨달은 것, 가령 구성원들과 같이 협업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쓸 겁니다. 여기에 아까 전홍철 채용팀장이 말했던 입사 후에 지점에 있는 선배들과 어떻게 일할 건지에 대해 쓴다면 충분히 600자를 쓸 수 있을 겁니다.

4. KB국민은행의 핵심가치(고객지향, 전문성, 혁신성, 신속성, 성과지향) 중 본인을 나타내는 가치와 그 이유를 보여주는 경험을 기술하십시오. (제한 없음)
핵심가치 중에서 여러분들이 가장 자신이 있는 걸 하나 선택해서 기술하면 되는데, 3C 중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한 가지, 바로 Creativity에 대해 쓰면 더 좋겠죠?

국민은행 채용팀장이 말하는 취준생이 알아두었으면 하는 3가지

1. 국민은행에서 여러분이 갖추길 바라는 덕목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직원과의 협업, 창의적인 사고이지 고객과 상담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아닙니다. 아마추어를 뽑아서 프로로 만드는 것이 연수원이 있는 목적이에요. 은행에 들어온 뒤 열심히 공부하면 됩니다.
⇒ 전문성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굳이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을 ‘자격증이 있는 전문인’이라고 어필하지 않아도 됩니다. 은행에 입사하기 위해 대학교 3, 4학년 때부터 자격증을 준비하는 안타까운 사람이 없길 바랍니다.

2. 요즘 대학생들은 SNS에 익숙해진 탓인지 필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전부 글이 짧아서 장문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에 애로 사항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평소 일기를 쓰던 사람은 지원서도 잘 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는 오히려 반대로 해석해봅니다. 글쓰기는 누구나 힘드니까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는 마세요. 다만 ‘대박’ 등 쓰지 말아야 할 표현들을 쓰면 안 되겠죠? 평소에 꾸준히 신문을 읽으며 필력과 면접 때 필요한 상식을 채우기를 추천합니다.

3. 자기소개서에 자격증, 수상경력, 봉사활동, 리더십 경험 등을 적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많은 학생들이 해외연수를 다녀오면서 그 경험을 살리고 싶어 합니다. 은행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으면 ‘글로벌 사업부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것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냐고 물으면 ‘해외에 나가서 지갑과 여권을 잃어버렸는데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래서 글로벌 사업부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적습니다.
⇒ 말도 안 되죠. 전문성을 강조하는 게 아니란 것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어요. 자격증은 인재개발부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게 돼있습니다.

조민혁
한국외대 법학과와 연세대 GMBA를 졸업하고 2006년 POSCO 채용팀에 입사하여 발표면접, 토론면접 등의 면접관으로 활동했다. 현재 (주)윈스펙 아카데미의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스펙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꿈과 비전을 잃고 방황하는 이 땅의 수많은 구직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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