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근로장학사업 우수사례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것도, 학업 도중에 시간을 따로 내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싫었다. 마침 국가근로 장학사업에 참여하면 학기 중 공강 시간에 틈틈이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국가근로 장학금을 신청했다.
처음으로 국가근로를 하도록 배정 받은 곳은 내 전공 학과 사무실이었다. 조교 선생님 한 분과 나와 같은 근로 장학생 2명과 함께 일했다.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기 전, 지난 학기에 학과 사무실에서 일을 하시던 분께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이 일이 얼마나 어렵겠어?’라는 생각에 대충대충 듣고 흘려보냈다. 그렇게 나의 첫 단추는 잘못 끼워졌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닌 서류 정리부터 시작하여 행정 업무, 수업 준비 등 나는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조교 선생님께 하루도 빠짐없이 꾸중을 들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너무 죄송스러웠다. 게다가 소심한 성격이었던 나는 꾸중을 들을 때마다 점점 작아져만 갔고, 혼자 알아서 할 수 있는 일도 굳이 물어보고 또 물어보았다. 그렇게 일의 효율은 떨어졌다. 무엇보다 스스로 잘하고 싶지만, 잘할 수 없음을 느꼈을 때의 기분은 나를 더더욱 작아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학과 일을 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져갈 무렵, 불행 중 다행으로 함께 일하던 다른 두 명의 근로 장학생 친구들이 계속해서 나를 독려해 주었다. 그 친구들 덕에 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다사다난한 일들이 지나가던 중,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국가근로를 같이 하던 친구 한 명이 갑자기 자기 마음대로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이다. 몇 번의 경고도 있었지만 결국 그 친구는 국가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3명이 하던 일을 2명이 하려니 일도 많아진 것 같고,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두 명이 일을 하니 의견 일치도 더 수월해졌고, 서로를 더 믿고 의지할 수 있어서 꿋꿋이 한 학기 국가근로 장학사업 업무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학과 사무실에서 국가근로를 했던 경험은 나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듯,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쉬워 보이는 일일지라도 자만하고 주변을 살펴보지 않으면 일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 잔소리만 들으면 작아지는 나에게 든든한 동료들의 격려는 따뜻하다는 것, 또 자기에게 주어진 일은 포기하지 않고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메인로터만 사용하여 비행하는 새로운 비행물체를 만드는 모습.교내 캡스톤경진대회에서 인기상을 수상했다.
메인로터만 사용하여 비행하는 새로운 비행물체를 만드는 모습.교내 캡스톤경진대회에서 인기상을 수상했다.

나의 나침반, 국가근로 활동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하게 된 두 번째 국가근로 장학사업은 학과 선배가 운영하는 1인 기업 N.I.S로 배정 되었다. 이론으로만 접해오던 전공 공부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곳이라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첫날 일을 하러 가보니 장소도 협소한데다 힘이 들 때 기댈 수 있는 동료 한 명 없이 선배 혼자 쓸쓸히 일을 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1인 기업이 무엇을 위한 기업인지 납득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이런 생각이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학부생인 나는 그렇게
그렇게 많은 전공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일을 도와드리지는 못했지만 납땜, 회로 설계, 부품정리 등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최대한 많이 도와드렸다. 일을 도우면서 보고 느낀 것은 자기만의 연구, 자기만의 색깔, 자기만의 꿈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이 한 번 더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에 연연하여 자신의 적성에도 맞지 않는 대기업, 중기업에 들어가 원치 않은 일을 하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고, 나 또한 꿈 없이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방학 기간 중 대회에 출전했는데, 학부생의 지식으로는 해결 되지 않는 부분을 N.I.S에서 일하시는 선배에게 여쭤보고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 결과, 2013 한양대 지능형 자동차대회에서 예선통과를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창업 관련 아이디어 공모전인 2013 웨어러블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대상(카이스트 총장상)과 제1회 실사구시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강원대학교 창업교육센터장상)을 수상했다. 1인 기업이라는 창업 업체에서의 경험은 내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길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해주었다.

변속하는 선행차와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한양대 지능형 자동차대회에서 80개 팀 중 10위를 기록했다.
변속하는 선행차와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한양대 지능형 자동차대회에서 80개 팀 중 10위를 기록했다.
배움의 연속
세 번째 국가근로 활동을 할 곳으로 배정된 곳은 내 전공과는 다른 컴퓨터 분야 회사로 대표와 3명의 직원이 함께 일을 하는 제이크리에이티브라는 이름의 작은 업체였다. 회사의 규모는 작았지만 이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대만까지 진출한 것이 놀라웠다. ‘본의 아니게 내 전공과 관련 없는 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시작부터 앞이 캄캄했다.
다행히도 대표님이 매주 한 번 직원들과 회의를 하여 나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을 맡기셨다. 애플리케이션에 쓰일 자료 조사도 하고, 회사 내의 컴퓨터를 설치하고 연결하는 일도 했다. 처음에는 내 전공과 전혀 다른 일을 시키셔서 내가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의기소침해 있었다. 그때마다 직원 분이 내게 “다 할 수 있어” “노력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시작할 생각도 안 하냐?” 하시며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배우면서 컴퓨터를 관련해 많지는 않지만 나에게 도움될 만한 일을 배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회사란 무엇이며 회의를 어떻게 진행해 나가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학기 중에 조별 과제가 있었는데 업체에서 경험했던 회의 방법, 절차 등은 조별 과제를 보다 탄력적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 이제 곧 취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인 나에게 근로 장학생의 경험은 나의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이자 앞으로 펼쳐질 꿈의 한 조각이 되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아직 많은 조각들이 더 필요하지만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3개의 조각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 조각들이 나를 꿈의 길로 인도해주는 빛나는 조각이 되길 희망한다.

 
 

한동희
취업을 앞두고 스펙 쌓기에서 벗어나 하루하루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노력한다. 몸과 체력을 관리하며 변화된 자신의 모습 또한 거울로 비추어 보며, 외국인에게 길을 가르쳐주다 자연스럽게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조금 돌아가는 길이더라도 돌아간 한 걸음까지 자신의 꿈을 이루는 한 조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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