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ORROW LEADERSHIP SERIES 리더십, 이제는 여성시대다

과거에는 뛰어난 능력과 거침없는 카리스마로 아랫사람을 휘어잡는 남성형 리더십을 리더십의 전형典型으로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 그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다.
소통과 공감, 배려와 포용으로 아랫사람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여성형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여성 리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곁에 존재해 왔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외젠 들라크루아, 1830년경
이 작품이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나타낸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전제군주인 샤를 10세를 몰아낸 7월 혁명을 소재로 한 것이다. 오늘날 IT업계는 IT혁명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기술의 우수성 못지않게 그 기술을 어떻게 결합시켜 소비자의 마음에 쏙 드는 창의적인 상품을 내놓느냐가 관건인 시대다.
그런 점에서 IT시대에는 일률적인 통제와 권위로 이뤄지는 가부장적 리더십보다는 온화함과 소통,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 여성 리더십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 교수는 ‘남성보다 언어감각이 뛰어나고, 상대의 마음을 읽고 다스리는 데 능하며,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순수한 여성이 21세기에 더 적합한 타입의 리더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IT업계의 여성 CEO 비율은 다른 업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하얀 바탕화면에 구글 로고와 함께 뜨는 파란 검색창! 디자인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도 ‘로고의 글씨체와 크기, 색깔은 물론 검색창의 비율까지… 어쩜 이렇게 아름답고 조화롭게 만들었을까’하고 감탄케 하는 이 초기화면을 만든 사람이 마리사 메이어다. 이는 단순히 미적감각이 아닌, 집요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구글 로고를 가장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글씨체와 색깔을 찾고자 그녀는 수많은 샘플디자인을 만들었다. 특히 검색창에 들어가는 파란색 하나를 정하려고 41가지나 되는 색깔을 바꿔가며 디자인을 진행했다니, 그 완벽주의는 ‘구글의 잡스’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후 구글 검색, G메일, 구글 맵스 등 알짜배기 서비스를 담당하며, 2천 명의 엔지니어를 거느리는 구글의 핵심멤버로 성장했다.
그런 마리사 메이어가 지난 2012년 7월 야후의 새 CEO로 영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IT업계는 크게 들썩였다. 당시 그녀는 출산을 앞두고 있었고, 구글 내에서도 부사장을 맡는 등 입지도 탄탄했다. 얼마든지 안정적인 삶을 택할 수 있는데도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 것이었다. 더구나 그 ‘새로운 곳’은 다름 아닌 야후였다. 한때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구글에게 검색시장의 주도권을 내주며 내리막을 걷고 있던, ‘침몰하는 타이타닉’과도 같던 회사였다. 과거 5년간 CEO가 6번이나 바뀔 만큼 대책 없는 회사가 야후였다.

 
 
그러나 메이어는 출산 2주 만에 사장실로 출근하는 등 넘치는 의욕으로 CEO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그녀가 단행한 첫 번째 특단의 조치는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전면 금지시킨 것이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일에 집중하라는 배려였던 재택근무가 오히려 직원들을 나태하게 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음을 간파했기에 내려진 조치였다. 심지어 재택근무를 하며 창업을 준비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메이어는 주차공간이 부족하던 구글과는 달리 텅 빈 야후의 주차장을 보며 이런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c)Yahoo
(c)Yahoo
그러나 메이어의 출근금지 조치가 단순히 해이해진 직원들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IT기업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복도에서, 카페테리아 토론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서, 즉흥적인 회의에서 나온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스탠포드 입학 당시 마우스도 제대로 쓸 줄 몰랐지만 열심히 컴퓨터 공부에 매달려 컴퓨터 석사 학위까지 받을 정도로 재능 있는 모범생이었던 마리사 메이어. 그러나 그녀가 훌륭한 리더로 손꼽히는 이유는 재능 때문이 아니다. 끊임없이 나태해지려는 인간의 본성을 알아차리고 이를 타파함으로써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은 통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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