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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열심히’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서평_브리짓 슐트의 <타임 푸어>
김성훈 기자 | 승인 2015.08.31 10:56

<투머로우> 7월호에 실린 독일 무전여행 스토리를 읽은 어느 대학생이 메일을 보내왔다. 내 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그녀는 지난 1년 동안 학업과 취업,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말 그대로 ‘하루하루를 꽉꽉 채워’ 살았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영어학원에 달려가 토익 수업을 듣고, 전공은 물론 인문학 등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강의를 챙겨 들었다. 공강시간 에는 같은 직장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과 취업스터디를 하거나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공모전이나 인턴을 하면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열심이었다. ‘인맥도 어느 정도 갖춰두면 사회에 나가 도움이 된다’는 어느 선배의 조언을 따라 그녀는 나름의 3가지 원칙을 세웠다. ‘①새로 받은 연락처는 바로바로 휴대폰에 저장한다. ②걸려온 전화는 놓치지 않고 꼭 받는다. ③카톡 메시지는 10분 안에, 메일은 12시간 안에 답변 한다’ 등이다. 다행히 노력은 헛되지 않아 우수한 성적으로 원하던 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몹시 피곤하고 공허했다고 한다. 스펙과 취업에 꽉 매여 사느라 정작 주체가 되어야 할 ‘나’에 대해 생각하고 배려할 시간이 전무했다는 것. 빡빡한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자신이 생각한 만큼 능률도 오르지 않는 느낌도 들었다고 했다. 그런 그녀에게 금전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프랑크푸르트 곳곳을 누빈 여행담은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어느덧 바쁘게 사는 삶이 미덕인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바쁜지가 곧 그 사람이 조직이나 사회에서 얼마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었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카톡 메시지에 답변을 하고, 차로 이동하는 중간중간에는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작성한다. 이렇듯 1분 1초를 쪼개 쓰는 삶은 곧 밀도 있는 삶, 성취하는 삶, 알차게 사는 삶과 동의어로 취급된다. 그러다보니 일에 치여 정작 자신을 돌아볼 시간은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타임 푸어time poor’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타임 푸어>의 저자인 브리짓 슐트가 꼭 그랬다. 세계 최고·최대 신문사인 <워싱턴 포스트> 기자로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새벽 4시 까지 기사를 마감하며 집안 청소 및 정리, 공과금 납부, 애완동물 돌보기, 친지 선물 구입 등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러다가 내 인생은 결국 잡다한 일 더미에 파묻히는 건 아닐까?’ 강박증에 시달리던 슐트는 시간관리 전문가인 로빈슨 교수를 만나 시간관리와 활용에 대해 코칭을 받는다. 이를 계기로 기자 특유의 탐구욕에 발동이 걸린 그녀는 교육자, 생물학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며 ‘어떻게 하면 내 시간을 직장과 가정, 나 자신에게 균형 있게 할애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아나 가기 시작한다
.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해답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 이상을 연습에 투 자해야 한다’는 이른바 1만 시간의 법칙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우격다짐으로 1만 시 간을 채우기만 하면 될까? 슐트가 만난 언론인 토니 슈워츠는 ‘전 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심장이나 폐처럼 리듬이 있어 일정시간 집중한 뒤에는 반드시 휴식과 충전을 해주어야 효 율성이 올라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쉼 없는 공부, 노동, 연습 은 오히려 뇌의 휴식과 충전 주기를 깨뜨리기 때문에 집중력을 떨 어뜨린다.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보다는 한 가지 일에 100% 집중하고 휴식을 취한 뒤 다른 일을 해야 창의력 도 올라간다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또한 장시간 과도하게 일하 는 직장에서 일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량이 늘어 나 면역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하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언론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 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재조명하는 기사나 영상을 자주 소개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8시간 일 할 때 우리 부모세대들은 10시 간씩 일한 덕에 이룬 결과였 다. 하지만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신체의 리듬을 무시 한 채 일에 매달리는 하드워킹 hard-working이 아닌, 정해진 시간에는 집중해서 일하고 휴 식시간에는 뇌를 재충전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인텐 시브 워킹intensive working’이 주효한 시대인 것이다. <타임 푸 어>는 더 높은 창의성을 발휘하 고 싶은, 그러면서도 ‘일의 쓰나 미’에 휩쓸려 다니느라 잃어버 렸던 내 시간을 되찾기를 원하 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책이다.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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