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진흥법이 이달 21일 시행된다. 2014년 12월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 법은 세계 최초로 국가 행정·교육기관 전반에서 인성교육을 체계적·의무적으로 확대 실시토록 한 법이다. 지금의 지식·기술 위주의 교육과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강조하는 실력 위주의 교육에서 나타난 인성파괴와, 공동체정신의 붕괴로 인한 한계와 부작용을 바로잡는 한편,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자는 것이 이 법의 입법취지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며 자신의 감정을 기준 삼아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요즘 초·중·고학생들 내면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인성교육진흥법에 의해 실시되는 새로운 인성교육을 통해 자신의 이기심과 감정에서 벗어나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공동체의 발전과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체득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무한히 밝을 줄 확신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실시될 인성교육의 올바른 방향과 핵심은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을 아주 간단한 마음의 원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람이 자신이 가진 것을 고집하는 이유는 더 좋은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구형 휴대폰을 쓰고 있다가 훨씬 더 많은 기능과 편의성을 갖춘 신형 휴대폰을 보면 어떤 사람이든지 신형 핸드폰을 가지고 싶기 마련이다. 이런 심리를 인성교육에도 적용해보자.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보다 훨씬 아름답고 뛰어난 훌륭한 마음을 보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내 마음을 버리고 더 훌륭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배우고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번은 어느 학부형과 중학생 남매가 나에게 상담을 받으러 왔다. 어머니가 보기에는 아이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아이들이 보기에는 어머니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게 요지였다. 그 어머니는 간질과 후천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어머니를 둔 아이들은 이기적이고 자신의 감정만을 앞세우는 요즈음 대부분의 청소년들처럼 장애가 있는 어머니를 미워하고 무시하고 있었다. 어머니 역시 ‘내가 이러니…’ 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한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 인생의 커다란 터닝포인트가 된 소중한 경험 한 가지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대학을 마치고 1년간 남미 페루로 해외봉사를 떠났어. 해외봉사를 하면서 나는 내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비참하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
한번은 봉사여행을 하다가 윌리엄이란 아이를 만났어. 그 아이는 리마 산동네에 살았는데 우리를 자기 집이라고 데리고 간 곳에서 나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거친 시멘트 바닥에 스프링이 다 보이는 침대와 허름한 작은 가구, 그리고 병으로 누워 계신 어머니와 그 바닥에서 노는 동생들.
그런데 내가 더욱 놀랍고 충격을 받은 것은 그런 비참하고 어려운 형편 속에 살고 있는 윌리엄이 조금도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하루하루 즐겁고 감사해하며 살고 있는 것이었어. 내가 ‘너, 힘들지 않아?’ 라고 물었을 때 윌리엄은 ‘저는 어머니가 이렇게 살아서 제 곁에 계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요. 제 친구들 중에는 어머니가 안 계신 애들도 정말 많거든요’ 하고 대답했지. 나는 윌리엄보다 나이도 많고 공부도 많이 하고 아는 것도 많았지만, 내게 없는 마음을 윌리엄이 가진 걸 보면서 좋은 형편 속에서도 늘 원망하고 불평만 했던 내 마음을 버릴 수 있었단다. 그리고 나도 윌리엄이 가진 마음을 배워서 어떤 형편에서도 감사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조건을 찾을 수 있었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윌리엄의 마음에 비하면 자신들의 마음은 정말 잘못된 것임을 스스로 발견했다. 나는 아픈 몸을 추슬러가며 어렵게 아이들을 키운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고, 아이들의 마음을 어머니의 마음과 연결시켜주었다. 아직 순수한 중학생 남매의 마음이 짧은 순간에 변화되고, 상담을 마치고 갈 때는 올 때와 전혀 다른,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가는 걸 보며 기쁘고 신기했다.
이 두 남매처럼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갇혀 있는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이 있다. 해외봉사에서 윌리엄의 마음을 만나 내 마음을 버리고 새 마음을 얻은 경험이 없었다면 나 역시 여전히 내 감정과 생각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나는 꿈이 있다. 이번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아름답고 훌륭한 마음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인성의 명품백화점’이 되길 바란다. 백화점에 가면 아이들은 ‘아버지, 나이키 신발 가지고 싶어요’ ‘나 스와치 시계 사 주세요’라고 말한다. 나이키 신발이 좋다는 것을 알고, 나이키 신발을 가진 것이 또래 사이에서 자랑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인仁, 의義, 예禮, 지知,효孝와 같은 아름답고 훌륭한 가치가 많다. 우리 기성세대가 이런 아름다운 인성과 마음을 배우고 실천하는 등 모범을 보여준다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그런 마음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가지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할 것이다.
더 좋은 것을 보면 가지고 싶은 ‘마음의 원리’에 바탕을 둔 인성교육은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아가 이런 인성교육의 성공사례가 세계화되어 K-Pop, K-Drama, K-Food와 함께 K-Mind의 열풍으로 이어지길 소원해 본다.

최은성
월간 <투머로우> 기획이사로 마케팅 및 홍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타고난 친화력과 집요한 섭외력을 지닌 그는 이번호에서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에 앞서 인성교육의 방향을 마음의 원리에서 찾아 제시해 기고해 주었다. 상담을 원하는 학생은 이메일 coolces@naver.com로 문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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