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발명가 이보석

그의 얼굴이 알려진 건, 지난해 11월 24일 KBS 2TV <안녕하세요>에 출연하면서부터였다. 당시 200회 특집이었던 <안녕하세요, 2030편>에서 그는 ‘만드는 족족 쓰레기 취급을 받는 발명가’로 등장했다. 수저 분리기, 자동차 자동 비 막이, 간편 개봉 우유 팩 등….
엉뚱한 발명품들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지만, ‘돈을 주고도 못 살 아이디어’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인터뷰는 이보석과 기자의 6년 만의 재회였다. 한때 대학 시절 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했던 기자에게 그는 사회 과목을 배웠다. 그를 만나러 양재역 카페로 향하던 날, 기자의 머릿속에는 중학생이었던 그의 모습이 선연히 떠올랐다. 당시 내성적인 성격임에도 그는 관심 분야에서는 질문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게 했다. 그가 기자와 친해진 계기도, 특별히 많은 주의를 받았던 탓이었다.
“제 별명이 중학교 때까지 ‘쭈그리’였어요~. ‘맨날 쭈그려 있다!’며 친구들이 붙여줬어요.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했는데, 입시 위주 분위기 속에서 주눅이 들어 있었거든요. 학원에서는 그나마 분위기가 자유로워서 기질이 분출됐어요(웃음).”
‘보석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최근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그의 사연이 더욱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오랜 지인을 만나 반가워하며, 자신의 변천사를 풀어놓았다.

창의력의 바탕은 바로 도덕성!
이보석은 좋아하는 분야에 마니아처럼 열중하는 성격이다. 발명의 꿈을 갖기 전에도, 집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 컴퓨터나 라디오를 죄다 분해했을 정도였다. 끊어진 전선을 잘못 연결해서, ‘펑’하는 폭발음에 놀란 적도 많았다. 그는 탐구심이 많은 자신의 성향을 따라 초등학생 때에는 과학도가 되길 바랐다.
“유치원 시절에 많은 어린이가 과학자를 꿈꾸잖아요. 저도 세계 최고의 과학자가 꿈이었어요. 자라날수록 그 꿈이 절실해지더라고요.”
그가 발명의 길로 들어선 건,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 진학 후 발명 동아리에 가입하면서였다.
“발명동아리에 들어올 사람이 있나? 내가 그 학생을 스타로 만들어주겠다!”
교실 강단에서 동아리를 홍보하는 기계 제어과 배은식 선생님 모습을 보고, 그는 덜컥 발명동아리에 가입했다. 이렇다 할 진로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그에게 발명은 전환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마침 실업계 고등학교는 인문계보다 성적관리가 수월해서 마음껏 발명에 몰두하기에도 좋았다.
“처음에는 발명이 너무 어려웠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분야였으니까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더라고요. 교내 대회에서 저를 제외한 모든 동아리 친구들이 입상하는 걸 보며 자괴감도 느꼈지요.”
10개의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과제에 50개를 써올 만큼 열정적이었지만, 그는 한때 포기를 고민했다. 다행히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하고, 지도 선생님의 조언을 새겨들을 줄 알았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도 도덕성이 없다면 실패하게 된다!’라고 강조하셨던 선생님의 가르침 속에는 그에게 절실했던 발명 정신이 담겨있었다.
‘내가 만든 물건으로 누군가가 좀 더 편해진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
이후 그는 지역 요양원과 복지관에서 봉사하며, 사회적 약자를 도울 방법을 생각했다.
그의 발명품 중 대다수는 이와 같은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KBS 2TV <안녕하세요>에 소개된 ‘간이식 소변기가 구비된 링거대’ 역시 병원에 갔던 중 우연히 고안한 것. 다리가 불편한 환자를 위해 만들어진 이 물건은 2012년에 ‘제2회 카이스트 발명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특허로도 등록됐다.

KBS 2TV <안녕하세요> 200회 출연 장면. 이보석은 해당 회당 회에서 우승으로 상금 200만 원을 획득했다.
KBS 2TV <안녕하세요> 200회 출연 장면. 이보석은 해당 회당 회에서 우승으로 상금 200만 원을 획득했다.
1초 부끄러움, 1년을 바꾼다!
발명 동아리 활동으로 그는 재학 중 많은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한 번, 두 번 횟수가 거듭되면서 자신감을 얻어 나중에는 디자인과 포트폴리오 등 공모전에도 나갔다. 이뿐 아니라 평소 독서를 좋아해서 도내 백일장과 글짓기 대회도 참석, 수상했다.
“대회를 나갈수록 제가 ‘우물 안 개구리’라고 절감했어요. 사실, 지원할 때는 부끄러움도 많이 느끼는데요. ‘1초의 부끄러움을 무릎 쓰면 제 인생 1년이 바뀐다!’라고 생각해요.”
그는 개인적으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속담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가만히 있을 순간에 용기를 내고 도전을 하면, 배울 기회가 더 생겼기 때문. 여기에 스스로가 더 노력해서 모르던 분야를 배우고 노력하면, 도전은 그 자체로도 인생의 한 획을 긋게 된다.
무엇보다 그는 ‘도전할수록 자신이 행복해진다’라고 말한다. 이는 한 차례, 한 차례 큰 산을 넘을 때마다 새로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평범한 학생의 신분으로 사회 각 분야의 인재들을 만날 수도 있다. 실제 그는 2011년부터 3년간 전국학생과학창의대회에 출전하며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은 박준하, 김진우 등 발명 인재와 친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인연은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는 등 발명계의 선후배로 돈독한 정을 나눈다.
연약했던 마음을 단련시키며, 리더십도 키울 수 있다. 단적인 예로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12년에는 발명동아리 부장으로 KBS 1TV에서 방영된 <‘꿈의 기업 입사 프로젝트’, 스카우트> 57회 부강 샘스 편에 출연했다. 3주간의 미션 제작 기간이 2학기 기말고사 준비와 겹칠뿐더러, 다른 대외활동과 함께 준비해서 입상이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동아리 전체가 교내 숙식으로 등하교 시간을 줄이며 노력한 결과, 전국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여기에 힘을 얻어 그는 이듬해에는 전국학생과학창의대회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또 고등학생으로 tvN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와 삼성 SDS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KBS 1TV <‘꿈의 기업 입사 프로젝트’, 스카우트>의 부강샘스 편 준우승 모습
KBS 1TV <‘꿈의 기업 입사 프로젝트’, 스카우트>의 부강샘스 편 준우승 모습
취업보다 꿈이 우선이다
“공부를 할수록 저는 제 부족함이 많이 느껴져요. 유능한 주변 친구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요. 그것이 끊임없이 저를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돼요.”
고등학생 때부터 모 기업들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지만, 그는 이에 안주하지 않는다. 지질자원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도 연구에 필요한 학문을 닦고자 대학에 진학했다. 항상 할 일이 수두룩하다. 학과 대표이면서도 대전 대덕 초등학교 과학 동아리 전임강사로 활동해서 그는 입학 후 하루 6시간을 자본 적이 거의 없다. 여기에 비영리 기업 Musixalus의 부대표와 주한일본대사관의 홍보업무도 겸한다. 올해 초에는 그가 만든 교내 창업동아리가 충북대학교 2015 창업지원단에 최종 선정되었다. 창업지원금 700만 원과 사무실을 지원받아 동아리 이름인 Heart Beat으로 서비스업 사업등록증도 받았다.
“요즘은 대학생활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요. 대학 공부가 인문계 고등학교처럼 암기와 시험 위주인 것 같아서요. 입시의 테두리에서 창의력을 발산하기가 어려울 거 같아요. 저는 학점관리를 하면서도 앞으로 남는 시간에 발명과 사업개발을 하고 싶어요.”

갓 스무 살을 넘겼지만, 그는 현재 TV 출연이 9번이나 있는 발명인재이다. 지난해 방영된 <안녕하세요> 외에도 2012년에는 KBS 2TV <남자의 자격> 중 ‘남자, 그리고 발명왕’ 편, 2013년에는 KBS 2TV <우리말 겨루기>와 EBS <장학퀴즈>, TV조선 <대담 프로그램 창조경제 편> 등에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방영 후, 많은 분이 저를 알아봐 주세요. 악성 댓글을 각오했는데, 최근에는 중학생들이 ‘와! 쓰레기 발명가다!’라며 좋아해 주더라고요. 격려와 응원이 많은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요.”

2시간의 인터뷰가 끝날 즈음, 기자는 그가 이미 젊은 사업가의 눈빛을 가졌음을 깨달았다. 더불어 그의 장래가 더욱 기대됐다.

사진 | 홍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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