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일독萬病一毒이라는 말이 있다. 만 가지 병이 하나의 독, 곧 피의 오염에서 생긴다는 뜻이다. 대학생들에게도 흔한 아토피, 탈모 등도 신체를 도는 혈액과도 연관이 있다니 이번 호에서는 신비롭고도 중요한 혈액에 대해 알아보고 봄철 건강한 식습관이 필요한 이유를 소개한다.

 
 
혈관의 길이를 연결하면 서울과 부산을 약 200번 정도 왕복할 수 있는 12만km이다. 혈액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심장에서부터 온몸을 돌면서 산소와 영양소 등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하여 신장을 통해 배설될 수 있도록 한다. 현대인의 여러 가지 질병이 이렇게 소중한 혈액의 오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요즘은 유아부터 이십대에 걸쳐 아토피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피부 반응, 습진, 건선, 진균증 등 만성 난치성 피부 질환까지 근본 원인은 대부분 피의 오염과 관련이 있다.
조물주가 핏속의 독을 땀구멍을 통해 밖으로 쓸어내고 있는 자기 정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하면, 이런 환자들에게 약 10일간의 절식 후 몇 개월간 생채식을 시켜 보면 거의 대부분 깨끗하게 좋아지기 때문이다.
봄철 흔한 질병으로 간주하는 알레르기비염, 축농증, 중이염도 단순히 코와 귀에 생긴 병이 아니라 피의 오염이 근본 원인이다. 그래서 코와 귀만 치료해서는 잘 낫지를 않는다. 이런 증세는 사실 그 자체가 병이 아니라 핏속의 독이 코와 귀를 통해 배설되고 있는 자기치료 과정인 것이다. 절식과 생채식을 실행하면 대부분 좋아지는데, 이는 피가 정화되어 더 이상 코나 귀를 통해 독을 배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통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통즉불통通則不痛이요, 불통즉통不通則痛”이라고 했다. 곧 피가 잘 통하면 통증이나 질병이 없고, 피가 막히면 통증이나 질병이 생긴다는 뜻이다. 나는 중증 통증 환자를 치료하면서 사무치게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만성 통증의 원인은 혈액순환이 나빠서 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좁아진 혈관 속으로 점도가 높은 피를 한사코 통과시키기 위해 프로스타글란딘 같은 혈관 확장 호르몬을 분비하며 생체 스스로가 안간힘을 쓰는데, 이것이 통증으로 지각된다. 고무줄로 팔을 묶어놓으면 처음에는 괜찮다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점 더 묶인 부위의 위쪽에서 압통이 심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혈류장애로 혈관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대부분의 만성 통증은 혈액순환 장애로 세포에 산소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런 통증 환자들에게 생채식이나 절식을 시키면 칼로리 공급이 줄어드니까 우리 몸은 부족한 칼로리를 보충하려고 핏속의 노폐물을 연소시켜 필요한 칼로리를 얻게 된다. 따라서 혈관 벽에 붙어 있던 지방 성분 등 노폐물이 자연스럽게 청소되어 피가 맑아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세포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아무 저항 없이 잘 이루어지니까 통증은 곧 사라져 버린다. ‘통즉불통通則不痛’이 되는 것이다.

피의 오염으로 병을 키운다
요즘에는 20대들이 알코올과 불규칙한 식습관에 노출되어 피의 오염 속도가 훨씬 앞당겨 졌지만 일단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은 여러가지 증상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지나친 스트레스, 과로, 과식 등 무리한 생활을 하면 교감신경이 긴장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혈관이 수축하게 된다. 또한 이런 생활 습관은 핏속에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적혈구, 혈소판 등을 많이 생성시켜 과잉 영양분, 중간대사 산물과 함께 피를 혼탁하게 만든다. 이런 혼탁한 피가 혈관 속을 흘러가려면 콜레스테롤이나 지방 성분처럼 점액도가 높은 찌꺼기들이 혈관 벽 쪽으로 밀려나야만 하는데, 이런 노폐물들이 혈관 내벽에 달라붙게 되는 것이 고지혈증이고, 이것이 심해져서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딱딱해지면 동맥경화증이 된다.
고지혈증, 동맥경화증이란 오염된 혼탁한 피가 좁아진 혈관을 효율적으로 흐르도록 하기 위해 노폐물은 혈관 벽에 달라붙게 하고, 비교적 맑은 피는 혈관 중앙 통로로 흘러가도록 생체 스스로가 자구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탄력성이 떨어지고 좁아진 혈관을 통해서 탁한 피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골고루 보내려면 심장과 혈관이 불가피하게 압력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고혈압이다. 그러므로 혈압이 올라간 것이 잘못된 게 아니고 혈관 통로가 좁아지고 피가 탁해진 것이 잘못이다. 심장과 혈관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온몸 구석구석까지 피를 잘 돌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혈압을 높이지 않으면 전신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 수분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피와 혈관 내벽의 오염된 상태는 그대로 둔 채 혈압만 낮추는 약을 쓰면 전신에 피를 잘 돌리고 있는 자기치료 과정을 방해하는 꼴이 되고 만다. 피를 맑게 정화하는 원인 치료는 하지 않은 채 혈압강하제만 쓰는 환자들에게서 뇌경색이 더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지금 뻑뻑한 피를 머리끝까지 보내려고 불가피하게 압력을 높이고 있는데 약을 써서 압력을 떨어뜨리니까 뇌혈관에 피가 잘 돌지 못하고 결국 피 찌꺼기가 쌓여 혈관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은 서서히 병들어간다
혼탁한 핏속의 과잉 영양분이나 중간대사 산물이 분해되고 대사되지 못한 채 축적되면 대사를 맡고 있는 기관들, 특히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같은 기관이 과로로 지쳐 대사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럴 경우 어쩔 수 없이 당분과 같은 과잉 영양분을 밖으로 배설시켜야만 하는데, 이것이 당뇨이다. 생체가 자신의 능력 한계 안에서 대사 작용을 수행하고자 하는 현명한 자구책, 자기치료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끈적끈적한 피 찌꺼기가 심장의 관상동맥 통로에 쌓이게 되면 협심증, 심근경색증이고,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다. 핏속의 기름기가 간에 쌓이면 지방간이고, 요산이 혈관에 쌓이면 통풍, 전립샘의 혈액순환 장애로 부종이 오면 전립샘비대증이다. 오염된 피가 관절 마디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면 관절 류머티즘이나 다발성 관절염의 원인이 된다.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혈류 장애로 인한 두뇌의 산소 부족과 관련이 있고, 이명은 좁은 혈관을 통해 혈구가 어렵사리 통과할 때 청신경이 감지하는 마찰음으로 추정된다. 이런 어지럼증과 이명 환자에게 약 10일 정도 절식을 시키면 대부분 극적으로 좋아진다. 피가 맑아지고 혈류가 좋아져 뇌에 산소 공급이 잘 되기 때문이다.
수족 냉증과 손발 저림은 대부분 신경손상이 원인이라기보다는 혈액순환 장애가 원인이다. 우리 몸의 어느 부분이라도 냉증이 있는 곳은 거의 틀림없이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고, 손발 저림이란 좁은 혈관의 틈새로 탁한 피를 보내려고 안간힘을 쓸 때 느껴지는 증세이다. 이런 증세들도 생채식과 절식 후에 거의 다 극적으로 개선된다.
대부분의 탈모는 두피에만 국한된 병증이 아니라 전신의 혈액순환 장애와 관련이 있다. 두피의 말초 혈관들이 막혀 있어 혈액순환이 안 되면 머리털의 모근毛根이 두피에 뿌리를 박고 살 수 없다. 마치 척박한 땅에는 풀이 나지 않는 것처럼 두피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안 되니가 머리털이 돋아날 수도, 자랄 수도 없게 된다. 탈모 환자가 절식과 생채식,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스 해소법을 실천하면 극적인 효과가 있다. 두피의 혈류가 개선되어 모근이 뿌리를 내려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마치 땅이 비옥해지면 풀이나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20대부터 관리하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
피가 맑고 혈액순환이 잘 되는 좋은 환경에서는 모든 세포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정상적인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피가 탁해져 저체온, 저산소, 고혈당 환경이 되면 어떤 세포들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칠 수 없으므로 불가피하게 미숙한 채로 분열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암세포가 생기는 배경이다. 세포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암이라는 비상수단의 생존 전략을 쓸 수밖에 없는 저체온, 저산소, 고혈당 환경을 만드는 원인이 혈액의 오염이다.
위에서 살펴본 병증 이외의 다른 만성적인 질병들도 그 원인을 잘 살펴보면 혈액의 오염과 피의 독으로 귀결될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병증들은 그 실체를 바로 보면 억압하고 제거해야 할 나쁜 병이 아니라 사실은 혼탁한 혈액의 악조건 속에서도 혈액순환을 잘해 보려는 자구책이며, 생체의 자기치료 과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피의 오염이라는 근본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병증은 끝끝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일생동안 건강한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대부터 혈액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홍준
전인치유 의학 권위자인 그는 지난 30년 동안 만성질환을 앓는 수만 명의 환자들을 약물을 거의 쓰지 않는 생태주의적인 의료, 자연식, 곡채식 위주로 치료를 하며 자연의 질서에 맞는 생활습관을 따르도록 가르쳤다. 통합의학 클리닉을 개원하여 환자를 진료하고 조선대학교 보건대학원 대체의학과 초빙교수, 한국통합의학포럼 상임대표,굿뉴스의료봉사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호 칼럼은 그의 저서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에서 발췌했다.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에디터 출판사)는 문화체육 관광부와 출판산업진흥원이 2014년 우수교양도서(2014세종도서)로 선정한 바 있다.

담당 |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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