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연극 동아리 <연세극예술연구회>

연기를 하며 관객들에게, 사회에 나가서는 동료들에게 크게 사랑받고 있는 연세대 연극 동아리 연세극예술연구회. 그 비결이 궁금해 동아리 방을 찾았다. 선배들로부터 탄탄한 연기력 배우기, 서로 진솔하게 마음 나누기, 다양한 경험 쌓기 등 이들의 이야기에서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매력이 무궁무진하게 느껴졌다.

▲ 왼쪽부터 김재선(문화디자인경영학과 2), 조용준(건축학과 2), 홍지혜(언론홍보영상학부 2), 강수훈(건축학과 2)
▲ 왼쪽부터 김재선(문화디자인경영학과 2), 조용준(건축학과 2), 홍지혜(언론홍보영상학부 2), 강수훈(건축학과 2)
1920년 일제강점기, 연세대학교가 연희전문학교였던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 대학 중앙동아리인 연세극예술연구회가 탄생했다. 단지 연극이 좋아서 모인 학생들이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6.25전쟁이 일어난 동안에는 활동이 중단되기도 했었고,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연극도 하는 등 오랜 역사를 지난 연세극예술연구회가 탄탄하게 성장하여 오늘날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창작극, 정극, 실용극 등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여름·겨울 방학 등 1년에 두 번 정기공연을 하며, 학기 중에는 스터디를 열어 연기, 움직임, 각본 등을 연구한다. 한 학기 동안의 스터디를 마치면 공부한 내용을 실전에 적용해보는 길거리 발표회도 연다.
비록 전문 배우가 아닌 아마추어 대학생들이 무대를 꾸미고 연기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큰 사랑과 칭찬을 받고 있다. 관객들은 이들의 밝고 재미있는 작품을 보며 함께 즐거워하기도 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을 보면서 예술적 가치를 느끼기도 한다.

▲ 연세 창립 125주년 기념 동문합동공연으로 졸업한 선배들과 함께 로렌초 다 폰테의 희곡 <피가로의 결혼>을 연극하는 모습.
▲ 연세 창립 125주년 기념 동문합동공연으로 졸업한 선배들과 함께 로렌초 다 폰테의 희곡 <피가로의 결혼>을 연극하는 모습.
탄탄한 선배, 탄탄한 연기
연세극예술연구회에서는 그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일제강점기 시절에 활동했던 나이 지긋한 선배부터 연극배우 김소희, 배우 김수현, 전 <개그콘서트> PD 서수민 등 많은 배우, 연출가, 극단 대표, 작가로 일하는 실력파 선배들이 많이 배출됐다.
회원들은 선배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많은 선배들이 후배들을 찾아 발성, 연기 등을 가르쳐주고 조언을 해주며 함께 대본 리딩을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보며 자연스럽게 삶의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연극배우이신 56학번 오현경 선배님은 송년회 때마다 찾아와 주시고, 3~4시간에 걸쳐 발성법에 대해 세미나도 해주셨어요. 실제 무대에 서서 연기하시는 선배님들이 애정을 가지고 저희를 가르쳐주시기 때문에 연기력에서는 저희 동아리가 다른 동아리에 비해 훨씬 월등한 것 같아요.”
“김동곤 선배는 법대를 나오셨지만 연기를 좋아하셔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계세요. 제 친구들은 취업 등 눈앞에 닥친 일에 걱정을 하는데, 동아리 선배들을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면 취업에 쫓기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내가 좋아하고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 되었고, 더 멀리 보게 됐어요.”

 
 
합평회로 마음 나누기
연극을 준비하다 보면, 대본의 내용을 현장감 있게 표현하고 추상적인 것을 현실로 만들어야 되기에 함께 작업하는 배우와 스태프들 사이에 의견충돌이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작업 도중 감정이 상해있으면 완성된 작품을 향해 잘 달려갈 수 없기 때문에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고자 공연 준비 중반부와 모든 공연을 마치고 합평회(합동평가회)를 한다.
합평회를 하기 전, 작업을 같이한 모든 회원들은 게시판에 아쉬운 점, 작업하면서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 개선 방안 등을 써서 올린다. 작성된 답변을 회장단이 검토하고 주요 안건을 정한 다음 다함께 토의한다. 그렇게 면대면으로 서로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면 어느새 아쉬움, 갈등은 다 풀어져버린다. 비록 많은 우여곡절이 있지만, 이들은 소통하고 조율하며 서로의 관계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을 배운다.

▲ 108회 정기공연으로 몰리에르의 희곡 <서민귀족>을 상연한 후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 108회 정기공연으로 몰리에르의 희곡 <서민귀족>을 상연한 후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연극만 하진 않아요!
연극 동아리 회원들이라고 해서 연극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직접 톱질, 망치질을 해서 무대를 세우고, 관객석을 만든다. 한 회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약 300만 원의 비용이 드는데, 4000원짜리 공연 티켓을 판매하여 얻은 수익금으로는 그 액수를 채우기에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회원들은 주로 방청객, 공연 진행 요원 등 단체로 아르바이트를 하여 공연 준비 비용도 번다.
또한, 배우를 하면서 스태프 역할도 함께 한다. 이 두 가지 역할을 다 해보면 확실히 힘들긴 하지만, 연극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고 연극을 전반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연극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만 좋아야 되는 것이 아니라, 조명과 음향도 시기적절하게 나와 주어야 하고, 무대도 예뻐야 하는 등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야 좋은 연극이 나오는데,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총체적인 시각을 키워준다.
이러한 결과로, 연세극예술회 회원들은 무대 뒤에 고생하는 손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책임감과 고마움을 느낄 줄 안다. 그래서 지금은 이들이 사서 고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학로나 사회에 나가 활동할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이다.

사진 |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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