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 환자 혈압이 올라가고 있어요!

어느 날 밤늦게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목사님, 최요한이가 죽어가고 있어요!”
해외봉사단원이었던 최요한은 밤에 자다가 ‘따끔’ 하고 무언가에 물린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너무 곤하여 그냥 잠에 취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함께 지내던 봉사단원에게 말했다.
“나, 어젯밤에 자다가 무엇에게 물린 것 같아.”
“형, 그것 전갈 아니야?”
“웃기지 마. 전갈은 무슨 전갈! 내가 전갈에게 쏘였으면 벌써 죽었어.”
“그래도 몰라. 우리 방에도 이따금씩 전갈이 들어와.”
“아니야. 전갈은 아닌 것 같아.”
최요한은 그렇게 이야기한 후 웃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후가 되어 몸이 굳어지고 혀가 말려들어가고,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의사가 고개를 저었다.
“전갈에게 쏘였어요.”
쏘인 즉시 데려와도 살기 어려운데, 독이벌써 온몸에 퍼졌으니 살 가능성이 없다고 하며 받아주지 않았다. 다른 병원에 찾아갔으나 역시 거절했다. 세 번째로 찾아간 병원에서는 ‘그냥 있으라’고 해서 최요한 단원을 병상에 누였지만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혈압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상황이 긴급해 현지에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으며 그날 아침에 읽었던 성경 말씀이 기억났다. 이사야 40장 31절의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라는 말씀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어려움을 만나는데, 어려움을 만날 때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 보통 산에서 길을 잃으면 당황하게 된다. 이때 빨리 길을 찾으려고 헤매게 되고, 금방 지치고 만다. 몸이 피곤하니 잠이 오고, 잠이 들면 얼어 죽는다. 잠들면 몸이 일하지 않고 쉬기 때문에 금방 얼어붙는 것이다. 반대로 잠이 들지 않으면 웬만한 추위도 이겨낼 수 있다. 잠이 들었을 때와 깨어 있을 때 추위를 이기는 힘은 천지차이인 것이다. 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도 그렇다. 마음에서 병을 이기려고 할 때와 마음이 병에게 졌을 때 병이 치료되는 차이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최요한이 전갈에 쏘여 전갈의 독이 몸에 퍼져 죽어가고 있을 때, 그에게도 ‘지금 내가 죽어가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요한이는 죽는다. 요한이를 살리려면 먼저 요한이 마음이 살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요한이 마음을 살리지?’
마음에 힘과 소망을 주는 데에 성경 말씀보다 좋은 것이 없다. 나에게 전화를 한 사람에게 “내가 요한이와 전화로 통화할 수 있는가?” 하고 물었다. 그가 “요한아, 박 목사님이야!” 하고 전화기를 요한이에게 넘겨주었다. 요한이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한아, 내 목소리 들려?”
“예... 목사님.”
다행이었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힘이 되는 말을 그의 마음에 넣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요한아, 너는 아프리카산 전갈에 쏘였어. 그래서 네가 죽어가고 있대. 네가 전갈의 독을 이기려면 힘이 필요해. 내가 오늘 읽은 성경 이사야 40장 31절에 뭐라고 쓰여 있느냐면,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는다고 했어. 네가 하나님을 앙망해 봐. 하나님을 바라보고 의지하라는 말이야. 그러면 너는 반드시 마음에 새 힘을 얻을 거야. 그러면 전갈의 독을 이길 수 있어.”
나는 요한이에게 마음에 힘을 얻으면 몸에 힘이 생기고, 그 힘으로 독을 이길 수 있다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소망은 사람의 마음에 새 힘을 준다. 마약을 하거나 술에 중독되거나 도박을 하거나 문란한 일에 자신을 내던져 방탕하게 사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소망이 없는 이들이다. 확고한 소망이 있어서 내일이 밝은 사람은, 그런 유혹이 찾아오지만 자신을 방탕에 쉽게 내던지지 않는다. 사람이 방탕하게 사는 것은 마음이 먼저 방탕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탕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마음이 먼저 방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젊은이들에게 내일에 대한 소망이 필요한 것이다.
방탕한 삶을 살기 전 마음이 먼저 방탕에 빠지듯, 죽음도 몸이 죽기 전에 마음이 먼저 죽는다. 15분 가량의 국제전화, 그 시간이면 죽음으로 끌려가는 최요한의 마음에 소망을 넣어주기에 충분했다. 요한이가 성경 말씀을 마음에 받아들인 것을 확인한 후, “요한아, 빨리 일어나라” 하고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감동적인 소식을 들었다. 나와 통화한 후 요한이의 마음에 소망이 생겼다고 한다. ‘내가 하나님을 앙망하면 새 힘을 얻는구나. 그러면 내가 죽지 않고 살겠구나!’ 얼마 전까지 절망 속에 있던 요한이의 마음에 소망이 가득했다. 소망은 금보다 귀하지만, 돈 없이 가질 수 있다. 요한이는 곧 잠이 들었다. 소망 안에서 잠이 들고 소망 가운데 깨어나는 것보다 복되고 건강에 좋은 것은 없다.
몇 시간 후, 담당 간호사가 소리쳤다.
“선생님, 이 환자 혈압이 올라가고 있어요! 기적이 일어났어요!”
다음날 아침에 요한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갈에 쏘인 발도 곧 아물었다. 그 일이 있은 지 어느덧 7년이 지났다. 청년이었던 최요한은 결혼해 튼튼한 아들을 낳은 아빠가 되었고, 미국 LA에서 그곳의 젊은이들을 위해 IYF에서 땀을 흘리며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박옥수
현 기쁜소식강남교회 담임 목사이며, (사)국제청소년연합 IYF 설립자로 각종 중독과 범죄로 고통받는 청소년을 선도하고 있다. 마인드 강연 전문가로도 활동하며 매년 국내외에서 개최되는 대학생캠프에 초청 받아 강연 중이다.
저서로는 17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외 40여 종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전갈에 물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마음에 힘을 얻어 건강을 회복한 최요한의 스토리를 전한다.

디자인 | 전진영 기자 일러스트 | 최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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