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레이븐
▲ 더 레이븐

잔혹연쇄살인극과

에드가 앨런 포의 이야기 그 중간쯤에서.

<더 레이븐 The Raven>


추리 소설의 창시자 '에드가 앨런 포', 이 인물의 죽음 전 마지막 48시간은 매우 미스터리한 걸로 알려져있다. 그 과정에서 '가상의 이야기'를 진짜처럼 만들어낸 미스터리 잔혹추리극. 일단 추리소설의 대가였던 그를 두고, 이러한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워낙 말이 많고 미스테리하기 때문에, 죽음 전의 48시간에 갖가지 의혹을 두고 이러한 미스터리 가상살인극까지 만들어졌다.




에드가 앨런 포는 누구인가?



일단, 그에 대해 알아보는게 영화를 이해하기에 더 재밌을 것 같다. 일찍이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죽고 숙부 '존 앨런'에게 입양되었지만, 학교마저도 그만두어야했던 그의 생은 '암흑'으로 점철되어있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적 세계관에는 항상 '어둠'이 깔려져있었다.


비참한 삶 속에서 술에 의지해오던 그는 드디어 1845년에 '갈까마귀 (더 레이븐: The Raven)'를 내놓으면서 일약 유명 작가가 된다. '갈까마귀'의 주인공 청년처럼 이 영화에서 역시 포는 이제는 가고없는 연인에 대한 사랑과 추억에 가득차있는데, 그러한 모습들이 잘 반영되어, 영화에선 극 중 사랑하는 '에밀리'라는 연인을 구출하는데 목숨까지 걸게된다.


그의 마지막은 몇일간 길거리를 헤매다 술집앞에서 발견되어 혼수상태에서 병원에 실려왔고, 정신질환으로 사나흘을 앓다가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 몇일간의 정확한 행적을 알 수 없기에, 그 사이의 일을 가상으로 만들어본 게 바로 영화 <더 레이븐>이다.

 

 
 

<실제 에드가 앨런 포의 사진>



일단 영화에 대해서는 보기전부터 미국에서의 혹평과 흥행실패, 국내개봉후에도 지루하다, 밋밋하다는 평이 많아서, 역시 그런가보다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말씀하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는게, 영화가 사건에 사건만 계속 꼬리를 물고 '클라이막스'라고 할만한 부분이 크게 없듯이 마무리가 되기에, 약간의 단조로움을 피할 수가 없었는데, 그것마저도 본인에겐 '에드가 앨런 포'가 내놓은 소설대로 이어져가는 '살인극'을 쫓아가는 재미덕분에 무난히 넘기며 볼 수 있었다.


내용은 다 아시다시피 '에드가 앨런 포'가 지금까지 내놓은 소설들을 바탕으로 똑같이 연쇄살인극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범인은 그에게 마치 도전하듯이, '나를 잡아봐!, 잡으려면 술에 취한채 새 글도 못 써내는 그 머리로는 잡을 수 없을꺼야. 새 글을 써내!'라는 마인드로 이 잔혹극을 이끌며 포 역시 사랑하는 연인이 납치되면서 정신차리게된다.

 
 

범인은 누구인가?



자기가 써놓은 소설의 방식대로, 살인극이 일어난다. 이런 류 이제는 많이 봐왔지만, 언제봐도 흥미롭다. 초반은 이런 설정 때문에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를 나름 생각해보았다.



술에 빠져서 새로운 창작을 못하고있는 '에드가 앨런 포', 창작욕과 흥행을 불러일으키기위한 그의 자작극은 아닐까? 혹은 알려진대로 그의 정신착란 증세는 영향이 없을까? 그에게 포커스가 맞춰질 무렵..


계속해서 잔인한 살인극이 일어나고 (참고로 이 영화는 매우 잔인합니다, 쏘우에 버금가겠더군요;) 조금씩 범인의 포커스가 '포 자신'에게서 주위의 다른 사람에게로도 넓혀진다. 하나둘씩, 의심가는 주위인물들...


이러는 와중에 '포'는 자신의 작품을 다시금 꿰어맞추게되고, 그를 도와주는 '필스 형사 (루크 에반스)'가 전면에 나서게된다. 자신의 소설과 끝까지 맞아떨어져가고, 이윽고 새로운 작품으로 '이 살인극'을 마무리하라는 범인의 요구.... 그 안에서 '포'는 죽음과 맞서는 새로운 작품의 창작을 해야되는데...

 

 
 

'더 레이븐'이 담고있는 세 가지.



영화는 크게 세 가지를 담고있는 듯 했다. '에드가 엘런 포'라는 인물의 짧게나마 만나본 깊은 어두움의 세계, 그리고 그의 작품세계를 폄하하거나 칭송해마지않는 이들의 존재, 마지막으로 '창작이란 얼마나 고통스럽고 어려운 것인가?'였다. 단순히 살인극이라고 보이는 <더 레이븐>에는 '포'의 고통스러운 세계관과 함께, 작가로써의 능력 & 창작의 비관적임과 함께, 그의 세계를 칭송, 폄하하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담겨져있다.



'천재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내면과 과거가 있기에, 남들은 갖지못하는 고통의 능력으로 불후의 작품을 남기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게했던 반면, 그의 생을 바라보면 죽음의 순간까지 매우 안타까울 정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가 죽고난 후 극중에서도 나온 말처럼 '그의 작품은 영원히 남게되었다.'. 하지만, 그 자신은 사는 동안 무척이나 불행했음을 생각해보면... 이 삶의 아이러니함에 대해서는 한탄의 한숨만 나올 뿐..

 
 


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영화가 더 재밌어질지도 모르겠다. 범인이야 중반 조금 지나면 눈치챌 수 있고 사건을 계속 쫓아가는 느낌이다보니 '추리극'이라고 할만한 부분에선 어느정도 마이너스겠지만, 끝까지 그와 그의 작품적 세계관을 쫓아가며, 맞아떨어지는 극구성에 시나리오는 꽤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감독인 '제임스 맥티그'는 <브이 포 벤데타><닌자 어쌔신> 등을 만든 감독으로, 개인적으로는 취향에 잘 맞는 편인데, 이번 작은 조금 무난했지만, 차기작을 또 기대하고싶다. (까마귀를 표현하는듯한 감각적인 엔딩크레딧도 마음에 들었다.)



배우들의 열연과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더욱 더 에드가 앨런 포을 제대로 표현해내기위해 살도 빼고, 수염도 기르면서 그와 비슷해진 '존 쿠삭'의 간만의 열연은 꽤 볼만한 연기포인트다. 그의 눈에는 '어둠'과 '불안함'이 내내 공존하고있었다. 인상깊은 배우 한 명 더, 캐릭터자체는 극 중 도움되는 큰 역할이 못 되주었지만 (엔딩빼고) 배우 자체가 매우 인상깊었던 '루크 에반스'다. 최근작 <신들의 전쟁>에서 특히나 인상깊었던 배우인데, 더더욱 눈에 들고있다. 처음에는 포를 잡아들이는 적으로, 하지만 후에는 누구보다 이해를 해주고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었던 '필스 형사', 캐릭터보다 배우의 연기와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배우다.

 
 

잔혹한 연쇄살인극과 '에드가 앨런 포'의 전기적 느낌에서 약간 오가는 느낌을 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꽤나 재미나게 두 가지를 모두 무난하게 취하면서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마치 그의 작품빼고는 잘 몰랐던 그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되면서 영화적인 재미까지 느꼈다고 할까? 그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 전까지의 '미스터리'를 두고 이런 가상의 흥미진진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낸 창의력에도 약간의 박수를.


'에드가 앨런 포'라는 인물을 다시금 바라보며...


<갈까마귀>라는 작품을 써내 일약 유명작가가 되었던 '에드가 앨런 포', 그야말로 일생은 물론 죽음의 순간까지 까마귀를 연상케했던 그의 모습. 그 자체가 죽음과 어둠의 갈까마귀가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를 보면서 어두운 망토를 휘두르며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내달리는 그의 모습에서, 흡사 한 마리의 갈까마귀를 본 것 같았다. 그런 그를 흥미롭게 다루면서 잔혹연쇄살인극을 그려낸 <더 레이븐 The Raven>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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