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독서하자 (6)

Q&A 아마존의 베조스는 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전자책을 개발하기 위해 팀을 구성했다. 편집부는 그 팀의 개발자 중 한 명인 제이슨 머코스키를 직접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그가 미국으로 돌아간 후, 책에 관한 의견을 이메일로 주고받았다. 그의 즐거운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1. 십대, 이십대에는 어떤 청소년기를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부끄러움이 많은 소년이었어요. 10살 때는 안경을 쓰기 시작했고 다른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지 못했어요. 친구들이 저를 놀렸고 모욕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들에게서 벗어나는 한 방편이자, 제 가슴을 아프게 하는 말로부터 벗어나는 한 방편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많이 읽었어요. 13살이 되었을 때는 급격히 성장해서 새 옷이 맞지 않을 정도였는데 무척 우스꽝스럽게 보였죠. 그래도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일주일에 10~20권의 책을 읽곤 했어요.
 
2. 책을 좋아하게 된 특별한 사연이 있나요?
저는 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책은 저희 가족에게 무척 소중하니까요. 저희 할아버지는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셨어요. 하지만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글을 읽을 수 있는 척하셨죠. 그래서 때로는 책이나 신문을 거꾸로 들고 읽곤 하셨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가족 모두가 우수한 교육을 받기를 원하셨어요. 할아버지가 글을 읽지 못하셨기 때문에 저는 책을 소중히 다뤘지요. 또 저는 대학 졸업 후 오랫동안 소설가로 활동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저는 100만 단어짜리 책을 하나 썼습니다. 글도 쓰고 그림까지 그리느라 10년이 걸렸지요. 그 과정을 통해 단어와 언어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창의력도 좋아졌습니다. 창의력을 키우는 데 책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3. 머코스키 씨가 쓰신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란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굉장히 재미있었고 머코스키 씨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시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제 책을 좋아한다니 무척 기쁩니다. 특히 제 책의 한국 내 출판을 담당하고 있는 흐름출판에서 제 책을 내 주어 더 기쁘군요. 저는 킨들의 개발자 중 한 사람으로 6년 동안 아마존에서 일하면서 킨들의 초기모델 3종과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100만 권 이상의 e북을 출시하는 일을 했습니다. 킨들은 놀라운 제품입니다. 킨들처럼 e북 읽기 전용제품을 쓰면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e북을 읽으면 문자메시지나 알림음, 이메일 수신음 때문에 독서가 방해를 받고 집중이 안 되거든요. 집중하다가 방해를 받으면 이전처럼 집중하는 상태로 돌아가는 데 평균 22분이 걸린다는 걸 입증해주는 과학적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킨들 같은 e북 전용제품을 쓰면 집중할 수 있어 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터리 수명도 뛰어나고 무게도 가벼우며 느낌도 실제 종이책을 읽는 것과 비슷합니다. 오감을 자극하지요. 그래서 저는 어딜 가든 배낭이나 짐가방에 늘 킨들을 갖고 다닙니다. 저는 더 이상 10살은 아니지만 한 주에 10여 권의 책을 읽는 건 여전히 좋아합니다.


 
 


4.독서의 좋은 점과 독서를 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크지만 선뜻 독서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독서를 돕기 위해 한국인의 경향에 맞춰 많은 독서법이 제시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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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놀라우리만치 지적 수준이 높습니다. 한국에 있으면서 훌륭한 음식을 먹은 것 외에도 제가 만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기술적으로 진보한 사람들인지를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예전에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을 보니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80%는 족히 되어 보이더군요. 하지만 미국인들 역시 소셜미디어나 게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세계를 여행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배운 것은 우리가 디지털 다이어트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다이어트는 음식 다이어트와 무척 비슷해요. 여러분이 해로운 음식을 많이 섭취할 수 있는 것처럼 해로운 디지털 매체를 과도하게 소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야 괜찮지만, 너무 많이 소비하면 정신적으로 둔해집니다. 뇌는 무척 중요한 근육으로 결코 둔감해져서는 안 됩니다.
저는 2015년에 출간할 제 다음 책에 이 문제에 자세히 썼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더 많은 힘이 드는 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만큼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일입니다.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사람들은 대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경향이 있고 최고의 직업을 잡을 수 있으며, 인생을 탐험하고 놀라운 경험을 하는 최고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를 믿으시기 바랍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글을 읽지 못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버지가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사립학교에 보내셨고 대학까지 졸업시키셨습니다. 아버지는 30년 동안 신문사를 운영하셨고 저는 제가 가진 지식을 동원해 킨들을 개발함으로써 사람들이 책을 읽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

5.킨들을 통해 독서의 패턴이 달라지면서 어떤 영향이 일어났는지 예를 들어 이야기해주세요.
지난 2007년 저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킨들을 회사에서 집으로 가져와 여자친구에게 주었습니다. 그때는 세상에 킨들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마존 내에서도 극소수의, 킨들 팀에 소속된 사람들만이 킨들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제 여자친구는 기존의 전통적인 책을 좋아했지만, 킨들을 써 보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하루이틀 뒤에 킨들에 대해서 잊어버렸습니다. 침대 곁에 놔둔 걸 잊고 있다가 어느 날 침대에서 나오던 중 킨들을 밟아 망가뜨리고 말았어요. 여자친구는 진짜 책의 느낌이나 책장에서 나는 냄새 등 그 모든 경험을 좋아했기 때문에 킨들이 싫다고 했습니다.
물론 7년이 지난 지금, 여자친구는 더 이상 종이책을 읽지 않고 전자책만 읽습니다. 여자친구는 현재 킨들을 두 대 갖고 있는데, 모두 다 제가 2007년에 줬던 것보다 최신이고 성능도 뛰어납니다. 밟아도 망가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메시지는 새로운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단지 익숙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새 것을 두려워할 수는 있습니다. 제 여자친구가 처음에 킨들을 함부로 대한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자친구는 종이책보다 전자책에 장점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많은 책을 일일이 들고다니지 않아도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책을 사기 전에 1분이면 샘플북을 다운받아서 무료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종이책보다 e북으로 먼저 출간되는 책들이 많습니다. 책이 인쇄되어 나오기까지 기다리자면 몇 달은 걸리기 때문에 e북이야말로 신간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디지털 음악이나 영상처럼 문화는 책을 디지털책으로 바꿔놓을 것입니다.

 
 

6. 책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책의 중요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머코스키 씨가 책에 집중하는 동안 일어난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에피소드라면 많죠. 아마존에서 킨들 관련 업무를 하는 동안 저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대통령들과 우주비행사들을 만났습니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설립자나 구글 운영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노인부터 아이들까지 수천 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들 하나같이 책에 얽힌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더군요. 책이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책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중요한 방식으로 바꿔 놓았는지에 대해 스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책은 그토록 특별한 것입니다. 우리의 지식과 이야기들이 디지털화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인류 문명에서 수천 년 전 쓰기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만큼 중요한 시기인 것입니다. 특히 앞으로 우리가 몇 년 간 할 일은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 아이들은 종이책 대신 e북과 디지털 장치 등 순전히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양육되기 때문입니다.
순전히 제 개인의, 책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2000년 제가 저의 첫 책을 출간했을 때 저는 그 책을 세계 최초의 전자책들 중 하나로 인터넷에 올려 두었습니다. 저는 그 때 사막에서 살고 있는 중이었는데, 멀리 2,000마일 떨어진 뉴욕에서 거주하는 여성이 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그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 저를 만나 그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동안 저와 함께 사막에서 지내며 사랑하게 됐죠. 그녀는 지금도 제 곁에 있습니다. 뉴욕에 있는 집도 팔아버렸어요. 저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그녀는 바로 제 여자친구랍니다. 책 한 권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것이지요. 

 
 

7.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세요? 몇 가지만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비즈니스 분야나 전기(위인전)는 잘 읽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직접 원전原典을 읽음으로써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더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철학책이나 유전학 교과서를 읽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사실을 그대로 배움으로써 저만의 주관을 갖기를 좋아합니다. 비즈니스 관련 서적들 중에는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가공을 한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물사진 | 홍수정,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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