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서 터득한 마인드 브레이크와 영어가 제 강점입니다

취업 선배들과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봉사활동’은 필요 없는 스펙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명우는 ‘해외봉사활동에서 얻은 경험’ 하나로 삼성중공업의 신입사원으로 발탁됐다. 그가 입사 때 썼던 자소서를 그의 남아공 봉사기와 함께 간략히 소개한다.

▲ 김명우_거제대학교 선박검사과 재학 중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왔으며, 올해 1월에 삼성중공업에 입사하여 물량운영그룹 구조물량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 김명우_거제대학교 선박검사과 재학 중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왔으며, 올해 1월에 삼성중공업에 입사하여 물량운영그룹 구조물량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자기소개-남아공 해외봉사 떠난 이유
"고등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전기를 배우곤 했는데 그때 우연히 본 조선造船 잡지의 선박 사진에 반해버렸습니다. 망망대해 위에서 발전기 하나만으로 전기를 생성해서 움직이는 커다란 배!
그때부터 목표를 조선소로 잡고 거제대학교에 진학해서 선박공부를 했습니다. 부족한 영어를 보강하고 보다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 남아공 1년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왔고 현장실습을 하며 제 자신을 단련했습니다."
2012년, 그는 아프리카 대륙의 최선진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도착했다. 여느 유명한 국제공항 못지않은 규모와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을 지나 차를 타고 빌딩들이 높게 솟은 도심을 지났다. 그리고 펼쳐지는 벌판. 그가 지내게 될 봉사센터에 도착해서 적잖이 당황했다. ‘코티지’라고 불리는 아프리카식 원형 초가집 안에 화장실까지 있는 나름 신식 주택이지만 그에게는 무척 낯설었고 익숙지 않은 냄새 때문에 환경적응이 힘들었다.
그는 봉사만큼은 자신 있었다.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가서 시작한 봉사활동을 고등학생 때까지 계속했다고 한다. 비록 대학에 올라와서는 지속되지 못했지만 봉사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순수한 열정을 갈망했다.


장점- 한 번 더 생각하는 브레이크
"브레이크의 성능이 엔진만큼 좋지 않으면 그 차는 반드시 사고가 납니다. 저에게는 제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 브레이크로 멈춰서 한발 뒤로 물러나서 한 번 더 생각합니다. 이런 장점이 작업 중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병원에서 한 친구를 만났는데 종교단체에서 기적을 경험한다며 몸에 락스를 붓는 바람에 입원했더라고요. 그런데 다시 그곳에 돌아가겠다는 겁니다. 저는 너무 충격을 받았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설득했고 한참 후에야 그 친구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더라고요. 그 친구를 보면서 사람이 가지고 살아가는 느낌과 생각은 절대로 정확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 대신 현재 내가 가진 문제를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남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때 제 생각에 브레이크를 거는 방법을 배웠죠.”
그 일을 계기로 김명우도 자신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창시절, 시험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고 자괴감에 빠져들어 자신이 왜 사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때 양로원에 갔다가 자신의 조그마한 도움에 환하게 웃는 할머니를 보고 그나마 자존감과 위로를 느꼈다. 그런 이유로 시작한 봉사활동 때문에 자살하고 싶은 생각을 멈출 수 있었지만 남아공의 학생들은 그저 자신들의 느낌과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딥슬룻이나 얼리펀댕 판자촌에 가면 청년들이 술을 마시거나 아무 할 일 없이 앉아 있습니다.. 하루 벌고 하루 먹고 사는 그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결혼이에요. ‘로볼락’이라는 결혼풍습 때문에 신부를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신부 집에 돈을 줘야 결혼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지불능력이 없는 남자들은 결혼은 못하고 불쌍한 미혼모들만 생겨나는 거예요. 우리는 빈민가 학생들이 건강하고 밝은 마음으로 미래를 꿈꾸고 살 수 있는 다양한 캠프 주최를 주최하고 무료 아카데미도 만들어서 학습의 중요성을 일깨웠습니다.”

보완점-도전하면서 습득한 영어
"저는 말하는 것이 유창하지 못 합니다. 그래서 주위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사람들과 말해보자’라는 목표를 세우고 버스를 타거나 운동할 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합니다. 그리고 매달 2권의 책과 매일 신문을 읽고 있습니다."
knife를 ‘크나이프’로 읽을 정도로 우스운 실력의 영어를 구사했던 그는 현지인들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열심히 듣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온 봉사원이라고 은연중에 그들을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자신의 엉터리 영어를 알아들어주고 못 알아들으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해주는 성의가 고마웠고 자신의 무례함이 미안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시간 있어요?’라고 대화를 시도하며 영어를 배웠다.
“1년 봉사기간 동안 봉사활동과 영어 배우기 등 뭐든지 도전의 연속이었어요. 그 중 무전여행은 제가 항상 새로운 용기를 얻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두 번째 무전여행은 8월에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고향인 ‘소웨토’로 갔어요. 때론 하루 종일 걷기도 하고 굶을 때도 있었지만 현지인들이 베풀어주는 호의에 따라서 따뜻한 차 한 잔이나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것이 무척 감사했고 재미있었어요. 그들에게 내가 살아왔던 이야기를 해주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가까워졌어요. 그러는 동안 제 영어는 일취월장했죠.”

지원동기 및 포부-아프리카 봉사활동은 내 저력!
"이전에 대우조선소의 클로브 FPSO 프로젝트에서 일하면서 ‘하나의 배에 얼마나 많은 장비들이 필요하고 이 장비들 중에 작은 것 하나라도 없으면 배가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을 보고 저의 호기심과 열정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습니다. 배와 관련돼서 제 능력을 더 발산해서 일할 곳을 찾던 중 ‘삼성중공업’을 정했습니다.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1년 동안 터득했던 적응력과 끈기, 도전정신, 열정을 가지고 삼성에 빠르게 적응하여 전문성을 기르고 발전시켜나가겠습니다. 삼성의 일원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전기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삼성의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되겠습니다."
해외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아프리카에서 경험한 도전정신을 그의 미래 준비에 보탰다. 영어사용자를 구하고 있던 대우조선소 협력사에 조선소 현장을 경험하고자 들어갔다. 외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문제들을 풀어가는 업무에서 그가 해외봉사에서 고군분투하며 배웠던 영어는 빛을 발했다. 그때 쌓았던 경험이 삼성중공업 입사에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어느새 대화를 이끌며 상담해주는 인생선배가 됐다. 특히 진로를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그는 소신껏 조언한다.

 
 


“남아공에서 겪었던 제 경험들을 빗대어서 말해줘요. 한 친구가 군 하사로 있는데 그만두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남아공 병원에서 만났던 친구 이야기를 해주며 생각을 한 번 더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자기한테 맞지 않다고 무작정 그만두면 다음 취직도 어려워지고 그곳에서도 오래 일하지 못할 거라고, 지금 생각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알려줘요. 그리고 두세 번 더 생각해보고 나한테 다시 말하러 오라고 했습니다. 친구들은 저처럼 솔직하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주는 친구가 없다며, 무척 고마워합니다.”

삼성중공업 최종 면접에서 그가 말한 것은 위에서 소개했던 아프리카 봉사활동에서 터득하고 경험한 것들이다. ‘이까말랑뭉구 김명우(남아공 현지 말: 제 이름은 김명우입니다)’라고 자기를 소개하고 그 이야기들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그를 향해서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던 면접관들의 얼굴이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결과는 합격!
그가 다녀온 해외봉사는 단순한 국제적인 경험을 넘어, 직장생활과 사회생활 중에 충분히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도전 정신과 겸손한 마인드였다. 봉사는 스펙이 아니다. 그러나 그 봉사에서 터득했던 진주알 같은 경험들은 어떤 스펙보다도 값어치가 크다.

사진 | 홍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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