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곳이 아프리카인가? 케냐의 두 얼굴 (1)

지난 여름 폴 오투오마 케냐 전 교육청소년부 장관의 만남을 계기로 케냐를 방문했다. 오랫동안 언론에 소개된 아프리카의 기아와 가난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케냐는 발전하고 있었다. 특히 수도 나이로비를 거닐다가 놀라웠다. 아프리카 하면 사자가 나올 것 같기만 한데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전혀 다른 얼굴이었기에. 글로벌 포커스에서는 케냐를 소개한다.

 
 

처음 아프리카 동부 케냐에 도착해서 깜짝 놀란 것은 5시부터 수많은 사람이 어디론가 열심히 걸어가는 광경이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느리다(?)는 관념이 첫 번째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런 광경은 나이로비의 이른 새벽에 주로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수도 나이로비 사람들은 한국 사람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인이었다. 1년 내내 가을과 초겨울 같은 날씨 탓으로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는데 대부분 무표정했다. 동부와 서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이 발달한 케냐는 개발과 발전이란 변화를 겪고 있었다.
두 번째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놀란 것은 나이로비 시내의 5분 거리가 교통 혼잡에 걸릴 때면 몇 시간이나 걸린다는 점. 현지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하다. 자체 생산 구조가 없어서 혼다, 기아, 현대, 벤츠, 폭스바겐 등 모든 차가 수입된다. 수입차의 대형 공장 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곳곳에 보이는 주유소, 정비소도 자동차가 많은 현실을 반영해주었다.
‘정말 이곳이 아프리카인가?’ 하고 의심이 들 정도였다. 택시를 이용하려면 30분 거리의 길은 보통 한국 돈 1만 원 정도로 먼저 계산을 하고 탄다. 1,2만원도 큰돈인 아프리카에서 택시비가 한국과 엇비슷하다. 결국 택시는 부유한 계층만 이용할 수 있다. 빈부격차가 심한 아프리카의 현주소를 자동차 소유로 확인해볼 수 있다. 케냐에는 공장이 없고 생필품이 부족한 데 반해 이 많은 자동차가 도대체 어떻게 나이로비에 가득한지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정도였다. 또한 부유층들은 제값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수입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고 하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국민들이 존재하는 아프리카에 부정부패가 척결되고 젊은이들을 위해 비전을 갖고자 하는 정부의 고충이 이해됐다.
시내 이곳저곳에는 한국 브랜드도 쉽게 볼 수 있다. 삼성, 기아, 현대 등이 이미 진출해 있었고, KICC 홀은 나이로비의 중심 센터로 한국의 국회의사당 같은 곳이다. KICC 홀은 삼성마크가 붙어있고, 많은 사람들이 삼성 브랜드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케냐 사람들에게는 특히 한국인들에 대한 좋은 인상이 심겨 있었다.

아프리카 케냐의 산업 전반에 진출한 인도와 중국
케냐에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 때부터 인도인이 진출해 다양한 상권을 장악한 상황이었다. 나이로비는 여느 아프리카 도시보다 도로가 잘 닦여진 편으로 중국인 사업가들이 건설 분야에 뛰어들어 꽤 큰 이윤을 남기고 있었다. 때때로 재래시장이나 길을 걷다가 아시아계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중국어로 말을 걸어올 정도로 중국인들의 진출이 보편적이었다.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도 좁은 한국 땅에만 국한되어 살지 않고, 드넓은 아프리카에 진출해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중국인들이 아프리카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아프리카 어느 곳에서도 현지인들처럼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가게를 얻거나 길거리에서 팝콘, 휴대폰을 팔기 시작하면서 뿌리 깊은 아프리카를 느끼고 차이나 타운을 형성한다. 과거와 달리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기보다 잘 갖춰진 상태에서 사업하기를 원하는 한국인들과는 마인드에서 큰 차이가 난다. 케냐에 이미 진출한 인도, 중국인들이 상권을 장악할 수 있는 그들만의 노하우는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려 사회를 형성해가고 있는 점이었다.

 
 

케냐의 재래 시장
케냐는 한국의 가을처럼 서늘하다. 무더운 낮에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7,8월의 케냐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싱싱한 야채와 과일들이 재래시장에 가득했다. 재래시장이 무척 발달해있어서 과일과 야채가 풍성하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 말로 상인들이 세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케냐 국민들이 얼마나 언어 감각이 뛰어난지 알 수 있다. 과일을 사지 못하고 허탕친 취재진에게 한국말로 ‘한번 맛보라’는 말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청년들이 웃음 가득 손짓하고 있는 게 아닌가.
가까이 다가가자 성격 좋게 여러 가지 과일을 소개하며 그 맛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당도가 높은 아프리카 열대과일은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하고, 한끼 식사가 될 정도로 칼로리가 높아서 다이어트는 포기해야 한다. 두리안의 사촌으로 불리는 잭 푸릇. 처음 구린내와 달리 한입 먹어보면 그 단맛 때문에 손을 멈출 수 없다. 달고 부드러운 맛이 혀에 감길 정도였다. 특히 입에 살살 녹아서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망고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

▲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열심히 어디론가 사라지는 나이로비 사람들은 전형적인 현대인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늘이나 자동차 그늘에 앉거 누워 쉬는 자연적인 모습도 눈에 띈다.
▲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열심히 어디론가 사라지는 나이로비 사람들은 전형적인 현대인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늘이나 자동차 그늘에 앉거 누워 쉬는 자연적인 모습도 눈에 띈다.

(인터뷰) 진위단, 27세_ "2010년 중국에서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접하고 아프리카 케냐로 1년간 파견돼 활동했다. 그녀는 아프리카의 청년들의 문제가 심각해 그곳에서 봉사하는 삶을 선택했다. 현재 케냐타대학교 석사과정에 있는 그녀는 국제학교에서 중국어 교사로 활동 중이다. 청소년 문제를 선도하는 IYF 월드캠프를 유치할 때 중국의 5개 회사를 다니며 5천 달러 이상을 협찬받았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사업가들은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을 위해 재능을 환원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고. 이미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중국인들의 마인드를 보면 끈끈한 정이 강하고, 외국의 타향살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고 한다. 그런 점은 국제무대와 제3세계를 겨냥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큰 귀감이 될 만하다."

(인터뷰) 캐롤, 23세_케냐 대학생들은 정부나 관공서의 공무원, 회사, 의사, 교수 등을 인기 직업군으로 꼽는다. 하지만 졸업을 해도 일자리가 부족해 많은 젊은이들이 시내 특정 장소에 모여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특히 결혼식을 올릴 돈이 부족해
서로 좋아하면 동거하는 문화가 발달해,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고 미혼모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때문에 미혼모로 고생하는 여성들의 한이 있었다. 남의 이목에 신경을 쓰는 케냐 사람들은 좋은 옷을 잘 차려입고 다니며, 모임이나 회의 때 가장 좋은 옷을 입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무엇보다 머리 스타일에 가장 큰 신경을 쓰는데, 머리 모양에 따라 그 사람의 수입원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일러스트 | 이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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