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투머로우 9월호 인터뷰

취준생들이 가장 열망하는 스펙. 한때 김주우 아나운서는 ‘외계인 스펙’으로 유명했다. 토익 만점 5회, 토익스피킹 만점, 태권도 4단, 가수 연습생 출신 등…. 이 모든 것들은 꿈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저절로 따라온 영광의 훈장들이다.


영어에 관심이 없던 한 개구쟁이 소년이 강원도 영월에 살고 있었다. 학교에 처음으로 원어민 영어 선생님이 오시던 날, 마땅한 거처가 없어서 소년의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다. 캐나다에서 온 커비 선생님. 그는 중학생 김주우의 발음을 교정하기 시작했으며 영어말하기 대회, 영어토론대회, 영어연극대회 등 각종 영어스피치대회에 어린 주우가 참가하도록 밀어붙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첫 대회에 나간 그는 영어와 친구가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고부터는 스스로 교내대회부터 전국대회까지 도전했다. 대학생 때는 영어말하기대회와 영어토론대회로 두 차례 진행된 ‘전국대학생영어말하기대회’에서 최종 우승자로서 금상을 수상했다. 굳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해외에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얼마든지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첫째, 영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드를 즐겨 본다거나 커비 선생님처럼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과 자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들을 찾아가 만나는 것도 좋죠. 둘째, 기회가 된다면 외국인 친구들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교환학생 친구들의 환영파티에 초대됐다면 피하지 말고 꼭 참여해서 환영인사 한마디라도 해보세요. 예상치 못한 외국 친구들의 환대에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의 영어회화가 힘들고 두렵지 않게 될 겁니다. 또한 저처럼 영어스피치대회를 찾아서 참가하는 것도 좋습니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이기고 실력도 단숨에 올릴 수 있으니까요.”

▲ <토요특집 모닝와이드>의 아침종합뉴스 장면
▲ <토요특집 모닝와이드>의 아침종합뉴스 장면


열정적인 대학생활을 보냈으나

이렇게 영어로 경력을 쌓은 그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자마자 또 다른 끼와 재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가수가 되기 위해 한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보컬 트레이닝과 춤 연습에 열중했다. 학교축제나 길거리 공연장 등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다니며 공연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기획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2년 만에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왔다.
“남들이 보기에는 제가 정해진 탄탄대로를 걸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굉장히 힘든 20대 중반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가수도 하고 연기도 해보고 싶은 꿈을 품고 열정적으로 2년을 보냈지만 결국 이룬 것 하나 없이 방황하다가 군대에 갔습니다. 제대한 후에 어영부영하다 졸업하니 27살이 되더라고요.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했지 뚜렷한 방향이 없었던 제 생활에 대해서 결단을 내려야 했어요. 제가 이제까지 관심을 갖고 해왔던 활동과 적성, 흥미 등을 고려하여 본격적인 직업 탐색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20대 후반이 된 상태에서 자신이 이제까지 해왔던 것들로 승부해야 하는 취업시장에서 그가 선택해야 할 분야는 어디였을까.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아나운서였다. 방송에 출연하고자 하는 꿈이 컸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했던 그에게 아나운서란 가장 이상적인 답이었다.

잘나가는 영어강사가 된 이유
이후 무턱대고 응시한 아나운서 공채에서 떨어지고 내년을 기약하려 했지만, 당시 미국발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방송 3사에서는 아나운서를 뽑지 않았다. 
“처음 시험에서 면접관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어요. ‘자신에게 주어진 경로와 울타리 안에서 꾸준히 살아온 듯한 느낌을 준다.’ 그 한 마디에 실제로 제가 살던 환경을 떠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는 가보지 않았던 삶을 돌아보게 됐어요. 방송일은 제가 좋아하지 않아도 시청자가 원한다면 촬영해야 되고 저와 성향이 맞지 않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도 만나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저부터 바꿔야 했어요. 그런 다양한 세계에 나를 던져보고 도전해보고 싶었죠. 다음 공채를 기다리는 동안 신촌의 한 영어학원의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가 돼서 일했습니다.”
그는 정말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쳤다. 수험생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강사로 뛰는 동안 매달 토익과 토익스피킹에 응시했다. ‘토익 만점 5회, 토익스피킹 만점 4회’의 기록도 그때 수립한 것이다. 지도가 더 필요한 학생들은  수업을 마친 후에도 따로 만나서 영어회화 연습상대가 되어 주었다. 
“토익과 토익스피킹은 대학생들에게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시험이에요. 공부하다 보면 영어에 대한 감을 기를 수 있거든요. ETS가 처음 토익을 개발할 때 내세운 목적이 ‘비즈니스 환경에서 활용하는 영어 중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능력을 골고루 배양할 수 있는 시험을 만드는 것’이었죠. 토익스피킹 또한 요즘 외국인 고객이나 바이어를 상대하는 직장인들이 공부하러 올 정도로 실제 업무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내용 위주로 출제되고 있죠. 때문에 점수 따는 수단으로만 공부하지 말고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도구로 공부하시면 많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실제로 기업에서도 시험 점수보다는 ‘영어를 말하고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하니까요. 저도 아직 토익 문제집의 예문들은 틈틈이 낭독하고 있는데, 발음 유지와 함께 실질적인 표현들을 다양하게 익힐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열정 담긴 토익 강연은 입소문이 났고, 서울소재 대학에 강연을 나갔다가 출판사의 제의로 <시나공 토익스피킹>이란 책을 출간하게 됐다. EBS에서도 연락이 와서 방송 프로그램 <팝스 잉글리시>도 진행했다. 이런 그의 이력은 고스란히 방송에 적합한 실력이 되었고 2011년 SBS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할 수 있었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영어점수 만점을 받은 것이 결코 아니었죠. 꿈을 정하고 현재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적극적으로 부딪혀서 시간을 아꼈고 그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얻어진 결과물들이었어요. 대학시절을 스펙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보다는 저처럼 실패와 방황이 있어도 하고 싶은 것들을 즐기면서 했던 경험들이 나중에는 아주 긍정적인 효과로 다가옵니다.”

 
 
새로운 아침을 여는 아나운서
SBS에 입사하여 신입 때는 단순히 방송에 자신의 얼굴을 많이 비추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지금은 ‘김주우’라고 했을 때 시청자들의 그만의 특화된 전문 분야를 기대하도록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가 되었다. 그래서 자신이 맡은 방송에서는 항상 그만의 주체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입 때 진행을 맡았던 <미소코리아>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외국인 게스트들을 데리고 지방촬영을 감행했으며, <한밤의 TV연예>에서는 다수의 할리우드 스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해 SBS <연기대상>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유튜브 생중계를 맡아 자신의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뉴스 아나운서로서는 2012년 11월부터 평일 아침을 시작하는 <SBS 5 뉴스>를 담당해 매일 새벽 3시 반에 기상해서 4시까지 출근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토요특집 모닝와이드>의 아침종합뉴스를 맡으면서 주말에도 새벽 3시 반까지 출근하게 됐다. 주말에도 새벽에 출근하기란 힘든 일이지만 평일 뉴스에서 다뤄왔던 소식 덕분에 주말 정시 뉴스의 이슈를 보다 능숙하게 정리하여 소개하는 과정이 무척 보람되다고 한다.
“이제까지 제 인생을 보면 운이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행운은 기회를 적극적으로 잡는 사람에게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시절에는 스펙이나 학점에 구애받지 말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 결국 꿈을 위한 가장 긍정적인 재료가 되는 것입니다. 저도 아나운서가 된 이후에도 중국어와 일본어 학습, 유튜버 활동, 토익 교재 출판도 꾸준히 하면서 또 다른 꿈을 향해 열심히 부딪히고 배우면서 살고 있죠.”
세상을 향해 따뜻하고 바른 마음가짐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김주우  아나운서. 이제까지 그가 달려왔던 방법대로라면 다음 꿈의 종착지도 머지 않을 것 같다.
 

사진 | 홍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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