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투머로우 9월호 인터뷰_조건은 배우려는 마음 하나

지난 여름 나승연 대표가 Tomorrow 지면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다고 추천한 박신영 이사. 나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그녀는 젊고 톡톡 튀는 씽크탱크이며 열정가이다. 대학 4년간 공모전 23관왕으로 '공모전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대학 시절을 숨 가쁘게 달린 그녀는 <삽질정신>, <기획의 정석>, <보고의 정석>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며 사람들의 머릿속에 소통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그녀를 소개한다.

▲ 박신영_그녀는 모든 일이 사람에서 시작하고 사람에서 끝나기 때문에 ‘사람 공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그녀는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만남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배울 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탁월하다.
▲ 박신영_그녀는 모든 일이 사람에서 시작하고 사람에서 끝나기 때문에 ‘사람 공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그녀는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만남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배울 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탁월하다.


조셉 콘라드의 고전 소설 <노스트로모>의 책장을 펼쳐보면 현대인들의 여러 인물 유형들이 등장한다. 가공의 남아메리카에서 좌충우돌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유독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한 인물이 떠오른다. 지식인이었지만 자살한 데쿠드. 지식은 아무 쓸모없이 그의 삶을 등지게 했다.
몇 년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를 꿈꾸는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들이 가진 지식이 삶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마치 데쿠드처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20대의 아름다운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지식이 자신의 부족함을 가려 밝은 마음까지 잃어버리게 만든 경우다.
여기서 박신영 이사의 대학 시절을 주목하게 된다. 지식으로 허영심을 키우기보다 자신에 대한 부족함을 올바로 진단하고 삶을 개척한 그녀의 지혜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혜가 죽어가는 데쿠드들의 생명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의 20대 스펙트럼을 조명해보면 배움의 보석을 인생의 바구니에 담은 그의 부지런함이 돋보인다. 그런 박신영의 스토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업가에게 퍼져서 함께 일하고 싶은 인재로 주목받았다. 그 결과 2013년부터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및 폴앤마크 이사로 재직하는 인재 중의 인재가 되었다. 그 탄탄대로의 초석이 된 대학 시절 그녀가 공모전 23관왕이 된 비결이 궁금했다. 쉽게 다다를 수 없는 길을 어떻게 갔는지 묻자, 그녀는 가식 없는 솔직한 속내를 이야기했다.

절대 내공을 쌓자
“공모전에 출전할 때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정말 속된 말로 지겹고, 구질구질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 때마다 알게 되는 것은 그런 과정이 꼭 필요하고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련이 없다면 마음의 내공을 쌓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절대적인 내공을 쌓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리고 무엇이든 배우자고 생각했어요. 먼저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동화책을 하루에 200권 읽었어요. 사람들은 다 큰 어른이 웬 동화책이냐고 묻겠지요?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지 않아요. 어린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책이야말로 창의적인 상상력을 담은 보고寶庫인 거죠. 공모전을 준비하다 보니 배워야 할 게 한둘이 아니었어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생각해보니 경영인의 안목도 필요했어요. 그래서 경영서 10권을 추려서 읽어보았습니다. 정말 신기한 게 경영가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아주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하더라구요.”
우연한 기회의 공모전 준비에서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아 시작한 독서. 그녀는 책을 읽으며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을 들였다.  PPT를 만들어야 할 때도 박신영 이사는 하루 100개의 PPT를 꼼꼼히 찾아봤다. 새로운 공모전에 응모할 때마다 이삭을 줍듯 허리를 굽혀 궂은일도 마다치 않는 그녀였다.
“건축가의 설계도면처럼 사고를 도식화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소통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 또한 여러 가지 지식을 체계적으로 도식화하기 위해 대학 때는 다양한 전공을 듣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식을 도식화하는 연습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수업도, 들으면 들을수록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디자인 수업 시간에도 사람들의 생각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법에 매력을 느꼈어요.”
박신영 이사는 어떤 배움 앞에서도 허투루 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부족함에서 시작된 갈증 때문이었다. 어떤 상황이든 인격체를 대하듯 정성스럽게 귀 기울였다. 배움의 갈망과 마음 씀이 자연스럽게 제일기획에 입사할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된 것이다.  

 
 

 
 

사람을 이해하고 공부하기
하지만 입사 다음날 제일기획 AP 전략그룹에서 브랜드 전략기획을 담당하며 여러 팀에서 일을 시작한 그녀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그리고 점차 소통의 문제로 끙끙 앓기도 했다. 
“중요한 PT가 있을 때마다 바로 실무에 투입됐어요. 저는 한 팀에 소속되지 않고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브랜드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생각해 보세요. 그 벅찬 일 속에서 제가 얼마나 많은 분에게 혼나고 깨졌겠어요?”
상황을 설명하기 바라는 상사, 하지만 논리보다 느낌을 표현하는 데 더 발달한 자신. 박신영 이사는 지난날 대화의 불협화음을 고백했다.
<상사와 박신영 씨의 상황극>
상사 : 박신영 씨, 오늘 oo 놀이동산에 좀 다녀오세요.
신영 : 예~
상사 : 오늘 다녀온 oo 놀이동산은 어떠했나요?
신영 : 대박!!이었습니다.
상사 : 아니, 어떠했냐고요?
신영 : 와우, 대박이었죠~
(평소 박신영을 돕던 직장 후배 투입:오늘 9시에 도착한 놀이 동산에 100여 명의 사람들이 왔는데, 놀이동산의 분위기는 흥미진진했습니다 ......)
느낌 위주로 이야기하는 감각적인 화법을 사용하는 그녀와 논리 정연하게 일목요연한 보고를 원하는 상사와의 만남. 하지만 그런 사회 생활에서 또한 박신영 이사는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경청하게 된 사연을 설명했다. 
“중학생 때부터 저는 남과 다른 나만의 마음을 키웠어요. 남이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었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계속 그렇게만 살 수 없잖아요? 나 중심적인 사고에서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공부하면서 후천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됐어요. 그것은 나와 상대의 차이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발견한 새로운 깨달음이었죠. 다양한 제품, 그에 대한 다양한 기획서를 밤새 만들어 제출하면 윗사람의 평가는 천차만별이었죠.”
어떤 상사는 그의 기획서를 천재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어떤 상사는 쓰레기라며 던져버리는 것을 보며 그녀는 절대적인 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건설적인 사고 연습, 더욱 성장케 한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해 하며 열심히 일만 했던 저는 한 친구와의 대화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됐어요. 평소 집안, 조건, 외모 등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친구는 겉으로 보던 것과 달리 어릴 때 해외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상처가 있었습니다. 전 그 대화에서 완벽한 인생이란 없는 것이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산다는 걸 알았죠. 제가 회사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로 고민할 때 외국에서 오래 살았던 그 친구가 한마디를 했는데 빵 터진 거죠. “빡신~ 그 사람 장동건처럼 잘생겼어? /아니. / 그런데 왜 너는 집에까지 가지고 가서 고민해?”라고 한 말에 전 충격 받았어요. 하루 오만 가지 생각에서 우리는 몇 가지의 생각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죠.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더 건설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사고의 연습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안목이 넓어졌다. 그동안의 눈물과 스트레스가 오히려 성장통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지난날에 대해서도 어려움만 남아 있지는 않았다. 다양한 상사의 스타일에 맞춰 일하는 법을 흡수하면서 그녀 자신 역량의 스펙트럼도 더 많은 색을 낼 수 있게 됐다.
박신영 이사는 여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열심히 일을  한다. 광고대행사에서 교육 컨설팅 회사로 옮기면서 그녀는 사람들의 심장을 움직이는 에너지 메신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연과 교육 사업에 매진하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박신영. 그녀는 진정한 에너자이저이다.


사진 | 홍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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