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빵의 특성에서 비춰지는 독일 사람들


독일에는 유명한 것들이 참 많다. 자동차, 아우토반(자동차 전용도로), 맥주, 소시지, 축구…. 하지만 잠시 독일을 떠나 있을 때면 가장 아쉽고 생각나는 것이 독일 빵이다.
독일에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이 뭘 먹고 사는지 궁금했는데, 독일 사람들은 빵과 감자를 주식으로 한다. 독일인들은 레스토랑에서 감자튀김(Pommes), 빵(Brot), 소시지(Wurst), 야채샐러드, 스테이크, 닭고기를 먹는다. 그것이 주로 먹는 음식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많은 한국에 비하면 독일 음식은 단순하다. 특별히 화려한 음식이 없으며, 실용적이고 뭐든 절약하며 사는 독일 사람들은 음식도 칼로리를 계산해서 필요한 칼로리만큼만 먹는다.
‘밥을 안 먹고, 빵을 먹고 어떻게 살까? 감자튀김으로 배가 부를까?’ 아무리 봐도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 않고 먹어도 배부를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나도 ‘빵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빵이 먹고 싶다’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지금은 점심때 감자튀김 한 접시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독일 빵 가운데에서 가장 대표적인 빵이 ‘브뢰첸(Brotchen)’이다. 크기가 어른 주먹만한 브뢰첸은 겉은 약간 두껍고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러워서, 마치 딱딱하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한 번 친해지면 굉장히 친절하고 부드러운 독일 사람의 성격을 표현하는 듯하다. 

▲ 독일의 빵 브뢰첸
▲ 독일의 빵 브뢰첸


독일 빵을 만드는 곡물 재료로 밀, 호밀, 기장, 보리, 쌀, 옥수수 등이 있다. 단순히 곡물가루와 소금만 약간 들어 있는 빵도 있고, 해바라기씨, 참깨, 양귀비씨 등 씨앗을 다양하게 뿌리고 섞어놓은 빵도 있다. 밀빵은 희고 부드럽고 호밀빵은 고소하지만 딱딱해서 마치 흰쌀밥과 잡곡밥과 같다.

한국 사람들이 밥에 반찬을 곁들여서 먹는 것처럼 빵에 햄, 치즈, 버터나 마가린, 양상추, 잼, 초콜릿, 꿀 등을 곁들여서 먹는다. 처음엔 브뢰첸에 마가린, 잼을 바르고 햄, 치즈를 얹어서 먹곤 했다. 그런데 독일 사람들은 햄, 치즈, 잼을 같이 먹으면 마치 한국에서 우유에 밥 말아 먹는 것처럼 이상하게 생각한다. 독일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빵, 치즈, 햄 등의 고유한 맛을 따로따로 즐기기를 원한다. 그래서 주식으로 먹는 빵에는 곡물가루와 소금 외에 기름이나 설탕 등 다른 것은 넣지 않는다.
한번은 독일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한국 분들이 매운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독일 분들을 위해서 특별히 감자를 삶아서 내놓았다. 그런데 감자에 설탕을 듬뿍 뿌려서 주는 바람에 하나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독일 사람들은 감자에 설탕을 섞어 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고기 맛을 그대로, 야채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요리한다.

독일 사람들은 색깔이 어두운 빵을 건강식으로 생각하며 흰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우리가 그 시커먼 빵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친해지고 나면 잊을 수 없는 것이 독일 빵이며, 독일을 다녀간 사람들이 제일 못 잊는 것도 어쩌면 빵일지 모르겠다. 유럽에서는 독일을 ‘빵의 나라’라고 해서 가까운 네덜란드에 가도 독일 빵을 선물하면 무척 기뻐한다. 그만큼 독일 빵은 맛있다.

 
 

독일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이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단단해 보이는 껍질 속에 부드러운 속살이 들어 있는 브뢰첸처럼, 겉으로는 딱딱해 보이지만 그들도 분명하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부드러운 마음이 있을 것이다. 독일인들의 마음에도 우리와 똑같은 고통, 소망등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이곳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든 것이든 기쁜 것이든 마음을 서로 나눠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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