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것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46조원 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면 한은은 금리를 내려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8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낮췄다. 지난해 5월 2.75%였던 금리를 2.50%로 한 차례 인하하고 줄곧 동결 기조를 유지한지 15개월 만이다.

장기간 이어진 금리 동결 기조를 깨고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저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이후 강도 높은 내수 부양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한은도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에 동참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재정정책)와 한은(통화정책)이 정책공조를 이룬 셈이다.

여당 의원들의 '엄호사격'도 이어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과감한 재정 정책뿐 아니라 기준금리 인하 등 선제적 통화정책을 고려해야 할 때"라며 직접적인 압박을 가했다.

올해 상황이 작년과 다른 것은 이주열 총재가 급격히 방향을 틀기는 했지만, 인하 시그널을 어느 정도는 줬다는 점이다.

작년 5월 김중수 전 한은 총재는 동결을 시사하다가 깜짝 인하 결정을 내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주열 총재는 올해 5월 "기준금리의 방향 자체를 인하로 보기 어렵다"고 언급해 '인상 깜빡이'를 켰다는 해석을 낳았다가 6월에는 "내수부진이 일시적인지 통화정책 변화를 불러올 만한 큰 변화인지 지켜보고 있다"며 유보적 태도로 돌아섰다.

7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경기 하방 리스크'라는 단어를 9차례나 언급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경환 부총리와의 첫 회동 자리에선 '내수 부진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 경기 인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통위원 7명 가운데 과반수인 4명의 '비둘기 성향'(통화완화 선호)'이 드러나자 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지난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465%(7월 23일)까지 떨어지며 기준금리인 2.50%보다 더 낮아지기도 했다. 주식시장 참여자들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 코스피가 60∼70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한은이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공조하며 금리를 내렸지만 가계부채 문제와 선진국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 등은 앞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10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등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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