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ovely AFRICA (2)

느닷없이 불어오는 바람처럼, 가슴이 나에게 말해왔다 
천 개의 언덕을 가진 아프리카 르완다. 바람은 나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가며 저 하늘 위 손만 뻗으면 잡힐 듯 가까이 흘러가는 구름은 나의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그렇게 나는 매일 수도 키갈리 언덕을 넘는다. 굽이굽이 능선마다 위치한 마을의 소소한 일상에 담긴 선한 시선과 진실한 마음들을 나의 두 눈과 카메라로 찍어서 가슴속에 가득 담아내고 있다. 그들의 삶을 담고 있다. 그들의 삶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나에게 자꾸만 말해온다.

 
 

“한국에서 네 삶은 정말 행복했어. 다만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야.”
어느 대학교의 낮은 담장 너머로 교정을 바라보니 분주하게 큰 바가지와 작은 바가지에 물을 담아 손빨래를 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옷가지를 탈탈 털어서 나무든 화단이든 가리지 않고 걸어 놨다. 길가 작은 집 마당에는 한국에서는 숯이라고 부르는 차코를 화로 위에 올려놓고 벌겋게 달구고 있다. 특별한 방법 없이, 성냥개비로 불쏘시개에 불을 붙여 부채질 여러 번이면 족하다. 밥 한 끼를 먹는 것도 이렇게 작은 노동부터 시작된다.
언덕 위를 바라보니 날쌔게 바람을 가르며 내려가는 자전거가 보였다. 흔히 보는 자전거 택시였다. 얼마나 오래 달렸을까? 택시는 거무튀튀한 몸체 속에 기어 하나, 체인 하나, 뒷좌석 하나, 알록달록한 색상의 좌석커버 그리고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는 손잡이까지 재미있는 모양이다. 한국 돈 150~300원으로 요금만큼 태워주는 자전거 택시는 사람뿐만 아니라 닭, 노란 플라스틱 통. 양철 우유통도 태웠다. 태울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태우며 무거운 짐은 배달까지 가능하다.
햇빛에 색이 바라고 남루한 옷을 입고 다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적게 가졌지만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르완다 사람들이 건네는 여유 가득한 인사에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악수를 하는 동안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 손바닥 온기를 통해서 나에게 전해진다. 하루를 온기 가득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배우는 것이 참 많다.

 
 

목마름 끝에 찾아오는 오아시스 같은 행복
머리에는 야채와 과일을 얹고, 등에는 아기를 업고, 가슴에는 내일의 희망을 품고 사는 르완다 아낙네들. 시장을 보러갈 때면 항상 만나는 르완다 아낙네들이 익살스럽게 웃으며 다가와서 냅다 물건을 내밀고는 사라고 권한다. 정중히 사양해도 억척스럽게 권하고 또 권하는 아낙들. 나는 이렇게 부대끼는 삶이 좋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좋다.
길가 어디든 눈길이 닿는 곳이면 어김없이 보이는 잡초가 있다. 잡초는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아무리 짓밟히고 찢겨도 다시 머리를 들고 자란다.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 타운의 도매시장엔 잡초 같은 녹색 옷을 입은 사내들이 무거운 짐을 옮기며 숭고한 노동을 한다. 얼마 안 되는 벌이지만 참으로 열심히 일한다. 아무리 짓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잡초와 같이 그리고 어깨에는 각자의 사연을 매고 오늘 하루의 무게를 견뎌낸다.

 
 

분명 여기 르완다는 한국에 비해서 삶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자본주의에서 행복이라고 하면 물질적인 풍요와 육체적인 기쁨과 만족 그리고 편안함을 느낄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행복의 결말에서는 쾌락에 빠져 넘어지는 수많은 친구들을 보았다. 나 또한 그랬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극적인 만족을 찾아가는 동안 내 영혼에 무수한 생채기가 남았지만 전혀 알지 못했다. 그것에 계속 끌려 다니기만 했다.
지금 르완다에서 한국과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때때로 전기가 끊어지고 물이 나오지 않아서 다시 불이 켜지고 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한계를 만나는 상황에서 마음이 어려워서 눈물이 날 때도 있고 한국이 그리워서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런 신체적인, 심적인 어려움을 견딘 후에 발견하는 기쁨은 어느 때보다 달고도 소중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던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행복을, 이곳 아프리카에서 절제된 삶을 살면서 충분히 느끼고 있다. 목마름 끝에 찾아오는 오아시스 같이 어렵지만 그래서 행복하다.

글 |정희경(한일장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 현재 르완다에서 봉사하고 있는 굿뉴스코 13기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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