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디자인하다!’ PD 직업세계(4)

PD는 남자들도 이를 악물고 견디는 직업이지만, 여성들의 진출도 상당하다. 아주경제신문 방송제작팀 3년 차 PD인 이현주 씨도 그중 하나다. ‘어려서부터 라디오 PD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고, 현재 씩씩하게 꿈을 이루고 있다.

 
 

이현주_ 1985년생,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2011년 아주경제신문 방송 제작팀 PD로 입사했다. <니하오 코리아> <아라의 희망> 등 다큐멘터리를 보조 연출했다.

행복해지는 일을 하고 싶다!
나는 어려서부터 성격이 조용했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왁자지껄 어울려 다니기보다 혼자서 취미를 즐겼다. 중학교 때부터는 홈페이지 제작에 재미를 붙였다. 웹디자이너처럼 디자인한 뒤, 사진도 편집하고 글도 써서 올렸다. 음악 감상도 좋아해서 라디오 마니아였다. 퀴즈가 나오면 풀어보고, 사연도 자주 응모했다. 미니 홈페이지나 라디오에서 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반응을 보이면, 기분이 참 좋았다. 돈벌이와 상관없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롱런의 비밀은 소통과 협력의 마인드에 있다
대학 시절 경험을 쌓기 위해 1년 가까이 비영리단체 라디오 PD로 자원봉사를 했다. 전문적이진 않았지만, 대본 작성, 섭외, 녹음 등 다양한 업무를 접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 회사는 국내 거주 중국인들을 위해 방송팀을 신설중이었다. 졸업 후 언론 고시를 준비하던 중, 입사 공고 소식을 듣고 도전했다.
신입 시절에는 업무상 선배들에게 꾸지람을 많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크게 혼나 본 적 없이 자란 탓에, 나는 늘 숨어서 눈물을 훔치곤 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여성으로서 맞닥뜨리는 취재 현장이었다. 한여름에도 무거운 방송 장비를 들고 다니며 경쟁사들과 어깨싸움을 했다. 새벽에 황급히 취재를 나가는 것은 물론, 의자에 앉아 새우잠을 잘 때도 잦았다. 체력적으로 힘에 부쳤다. 처음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마음을 독하게 다잡았다.
강해 보였던  회사 동기들이 하나둘씩 꿈을 포기하고 사직하는 것을 보며, ‘부족함을 인정하고 조직에 흡수되자’고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생각하니, 주변 사람들이 나를 여성으로서 배려해주시는 것이 고마웠다. 나라는 존재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위계질서가 강한 방송팀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공감능력이 좋은 여성적인 성향으로 동료들과 고락을 함께 했다. 육아, 화장품 등, 여성 PD에게 익숙한 소재가 있을 땐, 남자 선배들에게는 없는 감각과 센스를 발휘했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감싸다
사실 방송의 목적도 우리 주변의 일을 두고 소통하는 것이었다. 나도 힘들더라도 조급해하기보다는 “네, 그렇죠. 다 같이 힘내요!”라며 주위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한다. 상황에 따라서 내 사정에 대해 양해도 구한다. 회사에서는 나를 딸이나 여동생처럼 생각해주는 분들이 많아졌다. “이 일은 이현주 PD와 하고 싶다”며 나를 불러주실 땐 기쁘고 감사하다. 요즘은 다큐멘터리를 연출한다. 예산 정산, 장비 준비 등,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해서 분주하지만, 라디오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어느새 입사 3년 차다. 파스타 한 접시를 놓고 30분 이상 먹었던 나는, 요즘 아저씨처럼 식사를 단숨에 먹어치운다. 가끔 만나는 친구들도 내가 변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항상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 줄지?’ 고민한다. 기술을 익히기보다 선배들의 방송철학과 사고방식을 닮고 싶다. ‘PD는 대중보다 딱 반 발자국만 앞서서 세상을 내다보면 돼!’라고 했던 선배들의 조언을 거듭 되새긴다.

 
 

참고자료 | <PD가 말하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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