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백의 은행과 병원에서의 경험담


 기온이 높고 날씨가 좋아서 구소련 시절 모든 농산물과 과일을 생산했던 곳,
뜨거운 날씨 까닭에 이곳 우즈베키스탄은 ‘태양의 제국’이라 불린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월 30달러의 적은 돈으로 어렵게 산다. 하루 1000원이면 겨우 세 끼 빵을 사먹을 수 있을 정도.
이 나라에는 의무교육이 없다. 먹고살기 바쁘니까. 예닐곱 살 아이들도 시장에서 리어카를 끈다. 그 아이들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면 리어카에 싣고 한 시간이고 따라다니며 옮겨주고 2,3백 원을 받는다. 

▲ *우즈베키스탄/ 한반도의 두 배 면적, 인구2500만 명,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엄청나지만폐쇄정책을 쓰고 있어서 국민들의 삶은 어렵다.
▲ *우즈베키스탄/ 한반도의 두 배 면적, 인구2500만 명,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엄청나지만폐쇄정책을 쓰고 있어서 국민들의 삶은 어렵다.

두 달 전쯤, 한국에서 있었던 세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 표를 사려고 달러를 이곳 돈으로 환전할 때였다. 은행에 돈 떨어지는 나라가 세상에 몇 나라나 될까.
이곳 은행에는 한 달에 보름 정도는 돈이 없다. 이곳은 수도이고, 은행 건물도 웅장한데 말이다.
아홉 사람이 쓸 경비 8000달러를 환전하는 데 12명이 이틀을 매달려야 했다. 돈이 없는 은행도 있고, 돈이 있어도 한 사람 당 100달러 이상은 바꿀 수 없었다. 은행 직원들이 “뒤에 줄 서 있는 사람들도 손님입니다!” 하며 절대로 더 이상은 바꿔 주지 않았다. 이곳에서 가장 큰 화폐 단위가 1000숨(SUM)인데, 8000달러를 1000숨짜리로 바꾸니까 사과박스로 두 박스가 나왔다. 대여섯 명이 달라붙어서 그 돈을 세는 데에만 서너 시간이 걸렸다. 한국에서는 시간이 돈이지만, 이곳에서는 남는 게 시간이다. 그 돈 박스를 들고 비행기 표를 사러 공항으로 갔다.
 
 

 
 
그런 일은 은행에서만 겪는 것이 아니다. 사회 상황 전반이 열악하다. 
     
 
이곳에서는 병원 갈 일 없는 것이 축복이다. 한번은 우리 아들이 이곳 아이들과 놀다가 머리를 심하게 다쳐 피가 좀 많이 났다. 우선 런닝셔츠를 찢어서 동여매었는데, 셔츠가 온통 붉게 물들 정도로 피를 많이 흘렸다.
급히 구급차를 불러서 가까운 병원으로 갔는데, ‘우리 관할이 아니니 관할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공산국가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주소지에 따라 관할 병원이 있는 것이다.
그 병원으로 갔더니 ‘마취제가 없어서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옆 병원을 소개해 주어서 그곳으로 가니까 ‘마취제도 있고 실도 있는데, 바늘이 없어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아이의 터진 머리를 수술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데에만 6시간을 보냈다. 물론 외국인들을 위한, 치료비가 퍽 비싼 병원이 있다고 한다. 의한 번도 가보진 않았지만.

이곳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는 이슬람 제국이다. 고려인을 제외하고는 태어나면서부터 무슬림인데, 개종하면 배반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교회 성도 가운데 차로 2시간 반 걸리는 곳에서 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가족이 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온다. 이렇게 차비를 많이 쓴 날에는 한 끼는 굶어야 한다.  
거꾸로 나는 늘 경찰에게 쫓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꼭 피하고 나면 경찰이 들이닥친다. 
이렇게 사는 삶이 불편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곳에서의 삶을 마음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면 크고 작은 여러 일들에서 행복을 느낀다.

세계대회 기간에 한국에 가보니 모든 것이 풍족했다.
너무 복된 나라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 가운데 얼마나 그 부유함에 만족감을 느끼며 살까. 나는 불만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달려가지 말고 열악한 삶 속에 들어와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아주 작은 것 속에서도 풍족함, 감사함,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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