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야생조류연구회 <야조회>

새는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한 동물로 꼽힌다. 그래서 새의 변화를 알면 환경의 변화도 알 수 있다.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야조회’는 철새들이 많이 찾는 지역을 찾아 개체 수, 종 수, 이동 방향 등 30년 이상 야생 조류의 변화를 조사해왔다. 수천 마리나 되는 조류의 상태를 살피고 기록하는 그들은 환경보호에도 누구보다 앞장선다. 새와 환경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야조회의 역사가 시작된 곳, 서울대학교 야조회를 찾았다.

▲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상규(시각디자인과 3), 고승훈(간호학과 3), 김성재(화학과 4), 김시연(의류학과 석사과정), 조수빈(디자인과 1), 오창환(재료공학부 1) 이들은 모두 서울대 야조회 회원들이다.
▲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상규(시각디자인과 3), 고승훈(간호학과 3), 김성재(화학과 4), 김시연(의류학과 석사과정), 조수빈(디자인과 1), 오창환(재료공학부 1) 이들은 모두 서울대 야조회 회원들이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낙동강은 동아시아 최대의 철새도래지였다. 오리, 기러기 등 수많은 겨울철새들이 물 위를 달려 힘찬 날갯짓으로 날아올라 새까맣게 하늘을 덮은 장면은 을숙도의 갈대숲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가슴으로 느끼게 했다.
그러나 낙동강 하구에 개발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철새들의 안락한 쉼터는 위기에 처했다. 바다와 민물이 섞이지 않게 되면 월동하는 철새 구성이 변하게 되고, 환경 파괴로 인해 개체 수가 줄어들 것을 예상했다. 그렇게 하구둑 건설을 계획한 81년도부터 사회인들로 구성된 일본 야생조류연구회와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철새의 분포와 개체 수를 조사했다. 이것이 서울대 야생조류연구회 ‘야조회’의 시작이다. 서울대 야조회가 자신들의 활동을 전국적으로 홍보하여 함께 하려는 대학들이 생겨났고, 현재 서울대, 서울시립대, 삼육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5개 대학이 모여 대학연합 야조회를 이루었다. 이들은 야생조류조사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새,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녀석
30년 전 우리 부모 세대들은 ‘이 꽃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아름다운 이 색은 어디서부터 나왔을까?’ 하고 자연을 감상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급변하는 디지털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그 자연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없어졌다. 그런데 야조회 학생들은 여전히 자연이 주관심사다. 지난해까지 회원 20명이 활동하던 서울대 야조회에 올해는 아날로그 문화에 관심많은 신입생 30명이 가입했다. 디자인과 1학년 조수빈 씨는 야조회의 활동이 무척 마음에 들어 가입했다.
“여행 가서 새들을 관찰하면서 사진도 마음껏 찍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연합 동아리로서 다른 대학교 학생들과 만나 교류하는 것도 좋았어요.” 
작은 새들이 나무 위에서 열매를 따먹거나 종종 걸음으로 걷는 것을 보노라면 생명의 신비가 느껴지고, 청아하게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야조회. 꼭 한번 보고 싶었던 새를 만나 쌍안경을 통해 눈이라도 마주치면 엔돌핀이 솟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날마다 새를 찾는다. 

 
 

새와 함께하는 생활
조류를 관찰하고 탐색하는 탐조探鳥를 생활화하는 그들은 자주 만나는 새는 소리만 들어도 어떤 새인지 알 정도다. 주말에는 선릉, 홍릉, 광릉국립수목원, 남한산성 등 서울 근교에서 탐조를 하고, 방학에는 약 일주일 간 금강, 낙동강, 제주도, 그리고 서남해안의 섬에서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조사지역 보고
서> 작성을 위한 조사에 착수한다.
10구역을 조사한다면 1구역당 2명씩, 총 20명이 모두 같은 시간대에 3~4시간 동안 쌍안경과 망원경을 이용해 조류의 개체 수와 종 수, 이동 상황 등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이런 류의 생태학을 기록한 데이터는 장기적으로 자료가 쌓이면 쌓일수록 엄청난 영향력이 있다. 따라서 환경에 민감한 동물로 꼽히는 조류의 변화를 30년 이상 기록해 온 야조회의 자료는 우리나라 환경 변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인 것이다.
서울대 야조회 회장 김상규 씨는 그동안 조사해온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환경 변화에 대해서 말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조류의 종 수와 개체 수가 줄었습니다. 반면에 잠수성 오리류의 비율은 높아졌어요. 최근 하천 바닥의 모래와 암반을 퍼내는 작업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수심이 깊어져 나타난 현상이죠.”
회원들은 새 공부, 동아리 활동 홍보도 빠뜨리지 않는다. 한국의 모든 새와 한국에 없는 새 정보까지 수록되어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그림 도감인 <야외원색도감>을 교과서 삼아 일주일에 한 번씩 공부한다. 새소리도 함께 들으며 특징이 무엇인지 공부하는 데에 얼마나 열심인지 새 박사 정도의 지식을 가진 회원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유명 새 박사인 윤무부 교수를 초청하여 오랜 세월 탐조해온 경험담도 듣는다. 윤 교수도 그들의 활동을 무척 대견스러워 한다.
매년 일반인을 상대로 전시회도 연다. 그들이 직접 그린 새 그림, 직접 찍은 새 사진, 직접 만든 박제를 전시하며 야조회가 어떤 활동을 하며 활동에는 어떤 의의가 있는지를 소개한다. 또한 새를 주제로 한 음악과 함께,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새, 잘 알려지지 않은 새의 이야기들도 들려주어 관람객들이 새에 흥미를 느끼고 새와 가까워지도록 하고 있다.

내게 너무 특별한 새 이름
선배들은 야조회에서 활동한 지 2년차가 되는 후배들에게 새 이름을 수여한다고 한다. 새 이름을 받는 날이 그들에게 무척 특별한 날이다. 선배들이 후배 한 사람의 외모, 성격, 특성에 가장 잘 맞는 새를 상의하고 고민하여 새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다. 얼마나 기가 막히게 그 사람과 닮은 새의 이름을 붙여 주는지 새 이름을 받은 후배들은 자신을 유심히 지켜봐준 선배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화학과 4학년 김성재 씨는 “제 새 이름은 검은목지빠귀입니다. 중우한 느낌의 외모를 가진 새인데 의외로 날개 아래에 주황색 부분이 있어 눈에 띄죠. 저는 차분하고 조용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의외로 개그하고 드립치는 것을 좋아해요. 지빠귀 종류의 새들은 수풀 위를 일직선으로 곧게 빨리 날아가는데, 추진력이 뛰어난 면도 저와 닮았죠”라며 선배들이 자신을 생각해 준 것을 보답하는 마음으로 더욱 동아리에서 오랫동안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만큼 야조회는 끈끈하고 가족적이다. 힘든 일이 있어 우울해 하던 한 회원은 가족처럼 대해주는 선배와 동기들이 생기면서 외향적이고, 활발한 성격을 갖추게 됐다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활동한 회원들은 졸업 후에도 동아리의 추억을 잊지 못해 평생 취미로 탐조를 함께 한다. 후배와 함께 탐조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인생에 있어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멘토의 역할도 한다.

 
 

새를 보면 환경을 지키고 싶다
간척 사업, 조력 발전 사업, 4대강 공사 등으로 조류상이 많이 변했다. 이들은 이제 하늘을 가득 메운 철새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을, 직접적으로 환경오염으로부터 새를 지킬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이들은 간접적으로나마 새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자연생태 조사활동과 보호활동을 펼치고, 매년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조사지역 보고서>를 발간하여 사회적으로 공헌을 한다. 그래서 2010년에는 대학연합 야조회가 SBS 물 환경 대상을 수상했다.
그들 말로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새를 보게 된다면 한 번이라도 더 환경에 대해서 생각 안 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하다못해 유리로 된 건물을 세우면 안 된다는 말도 하게 된다고. 새는 유리로 된 건물을 구분하지 못하고 건물을 향해 계속 날아가다 머리를 부딪치고 죽는데, 이를 ‘윈도우 스트라이크’라고 한다. 대부분 건축가들은 건물이 세련미에만 관심 있지, 새들이 죽어간다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쓰레기 정리, 분리수거도 확실히 하고 있다. 청정 구역에서 살고 있는 멸종 위기의 천연 기념물을 보면, 내가 버린 쓰레기로 인해 새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질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쓰레기를 감히 버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1. 교내에서 인공새집으로 번식되고 있는 곤줄박이. 2. 로스쿨 다니는 김준호 씨가 교내에서 탐조하고 있다. 3. 낙동강에서 월동하는 큰고니들의 모습.
▲ 1. 교내에서 인공새집으로 번식되고 있는 곤줄박이. 2. 로스쿨 다니는 김준호 씨가 교내에서 탐조하고 있다. 3. 낙동강에서 월동하는 큰고니들의 모습.
인간이 환경과 동물을 사랑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 지구상에서 삶을 공유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인간은 생명의 기본을 잊고 환경은 어찌되든 자신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야조회는 말한다. 환경과 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자연 파괴를 막는 활동에 함께 하게된다고. 그래서 모든 대학생들에게 탐조 활동을 권한다. 환경의 일부분인 새를 사랑하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과 환경을 사랑하고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글과 사진 |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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