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in AUSTAILA (3)

용준아,
엄마가 우리 아들에게 편지를 쓰자니 지나온 시간의 추억이 영상이 되어 머릿속을 스쳐가는구나.
작년 가을에 작은 텃밭에 상추씨를 뿌렸는데 추운 겨울을 이기고 파릇파릇 새싹이 올라온 것을 보니, 그동안 집안이 가난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불만과 원망 속에 있다가 해외봉사를 다녀온 후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해 하는 네 모습 같더구나.

 
 

엄마는 어려서부터 어려운 집안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를 못 했단다. 엄마 마음에도 그것이 늘 원망이 되고 한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배우지 못한 것 때문에 가진 한을 너희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너희들만큼은 잘 가르치고 싶었는데…. 공부는 하고 싶은데 참고서가 없어서 친구에게 빌려서 공부하고, 그것마저도 친구가 공부한다며 돌려달라고 했다며 속상해 하는 너희들을 보면 너무 미안해서 할 말이 없었다. 내 자신이 너무 밉고 한심스러워 속으로 울고 또 울었단다. 너희들 볼까봐 차마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고 가슴으로만 울어야 했다. 그래도 삐뚤어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너희를 보면 늘 고마웠단다.   
대학에 떨어졌을 때 한동안 방황하는 너를 지켜보면서 꼭 이 엄마, 아빠 때문인 것 같았다. 엄마, 아빠가 못나서 네 앞길을 막은 것 같고 망친 것 같아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단다. 그래도 네 아빠는 “우리 아들은 잘 이겨 낼 거야” 하며 너를 믿고 기다려 주더구나. 큰소리 한번 안내고.
용준아,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고, 그 시련이 지금의 우리 아들을 만들어 내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구나. 봄에 싹이 트는 새싹은 추운 겨울의 거친 바람과 눈보라를 이겨내고 나왔기에 그 푸르름이 더 빛이 나는 것처럼 그 어려운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지현이가 해외 봉사를 가려고 준비할 때 엄마가 많은 것을 준비 못 해 속상해 하자 “엄마. 가난한 것은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좋은 거예요” 하며 엄마를 위로해 주는 너를 보면서 ‘도대체 어떤 힘이 너를 이렇게 바꾸어 주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세상엔 돈이 있어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돈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그 행복이라는 것은 돈과 상관이 없는 것 같구나. 우리 아들이 가진 행복은 어디서 온 걸까?
해외봉사를 마치고 돌아와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너의 마음을 아빠에게 표현하며 감사하다고 말하더구나. 그동안 잘해준 것보다 못해준 것이 많은데 원망이 아닌 감사를 말하는 우리 아들의 말 한마디에 그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것은 다 사라지고 세상에 없는 행복이 밀려오는 듯하였다. 한편으로는 엄마가 부끄럽기까지 하더구나. 엄마가 가지지 못한 마음을 우리 아들은 가지고 있더구나. 그래서 엄마는 행복하고 감사하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는 네가 가진 행복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전해주며 살아라. 행복은 나눠주고 전해줄수록 더 커진다고 하더구나. 한없이 행복해 하며 웃는 우리 아들의 미소에 오늘도 엄마 아빠는 힘이 나고 행복해진단다.

 
 
겨울을 지나고 나온 새싹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듯 이제 막 새싹을 틔운 우리 아들의 앞날에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길 기도한다.
사랑해 아들~ 그리고 고마워.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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