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코 12기 은하 씨의 ‘좌충우돌 대만 살이’

흔히 사람의 성장을 새끼 독수리가 나는 과정에 비유한다. 새끼 독수리는 자신의 날개로 하늘을 날기까지, 연거푸 절벽에서 추락하고 어미에게 구출된다. 그 훈련이 사람이 크는 이치와 매우 흡사하다. 5월호 본지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은 장은하 씨. 독수리의 훈련처럼, 지난해 대만 해외봉사로 무기력한 자신을 단련시켰다. 지난 2월 귀국.  이번 학기 누구보다도 활기찬 대학생활을  한다.  

 
 
작은 키, 왜소한 몸매, 아파 보이기까지 하는 허연 피부…. 지난 4월 7일 있었던 인터뷰 자리, 장은하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맥이 없어서 보이고 잘 졸았거든요. 별명이 ‘봄날의 병아리’였어요”라고 자신의 첫인상을 두고 웃었다. 타고난 성격이 유난히 내성적이라는 은하 씨. 어려서부터 말수가 적고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기피했단다. 늘 있는 듯 없는 듯했다고. 평범한 가정에서 별다른 고생 없이 자란 탓도 있었다.  
자신의 성향을 탈피하고 싶어 했던 결과, 대만에서 ‘신드바드의 모험’같이 스릴 넘치는 날들을 보냈다고.

Episode #1: 안 되면 될 때까지
“대만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어요. 손님들을 대접할 망고가 굿뉴스코 지부에 필요했어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저녁이었죠. 대만 지부에는
저를 포함하여 두 명의 여자 단원이 있었어요. 당시 동료 단원이 다른 용무를 보고 있어서 저 혼자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갔어요. 우산을 쓸 수 없어서 온몸이 비에 쫄딱 젖었지요.”
인사말 수준의 중국어만 간신히 구사하던 때였다. 단어 몇 개와 보디랭귀지로 의사표현을 해서 망고를 샀다. 하지만 이게 웬일? 돌아와 지부장님과 확인하니, 망고를 금액보다 적게 받아온 것이 아닌가! 대만의 무게 단위를 잘못 알아들은 탓이었다. 한국에서라면 몇 푼 손해보고 말 일. 곤란한 상황을 외면하고 싶었지만 불가피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비를 맞으며 매장으로 달렸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서 도착했다. ‘중국어를 못한다고 무시하면 어떻게 하지?’ 온몸이 떨릴 정도로 긴장됐지만, 쭈뼛쭈뼛거릴 여유가 없었다. 되든 안 되든 사정을 설명했다. 점원이 자신의 중국어 발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영어로 말했다. 귀찮은 표정을 지어도 필사적으로 붙잡고 늘어졌다. 지부장님께 전화를 걸어 ‘직접 통화하라’며 바꿔주기도 했다. 
그렇게 두세 번 매장과 지부 사이를 오갔다. 휴대폰 쓰는 사람이 드문 현지 사정상 직접 다니면서 말을 전달했다. 다행히 부족한 망고를 모두 받아올 수 있었다.

Episode #2: 주부 9단처럼 억척스럽게
“식당 봉사를 했던 것도 큰 경험이에요. 대만지부는 매월 새벽시장에서 생선을 한 상자씩 구매하는데요. 냉장고에 넣어두고 그때그때 조리해 먹어요.
생선을 사 온 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질을 해요. 처음엔 꼬리를 손끝으로 잡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어요.”
대만은 한국과 달리 어류를 가공하지 않은 채 판매한다. 현지인들이 생선 상자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그에게 ‘손바닥 전체로 몸통을 감싸듯이 잡으라’며 충고했다. 메스꺼움을 참았다. 아가미를 가위로 자르고 비늘을 긁어서 벗겼다. 생선 장수처럼 대가리도 칼로 쳐냈다. 내장은 쓱쓱 긁어내 그릇에 따로 담았다. 새벽에야 일이 끝날 때도 잦았다.

 
 
Episode #3: 대인공포증도 초월하다
“귀국하기 한 달 전이었어요. 대만 단장고등학교의 윤리선생님이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인 우리를 초청했어요. 전교생 앞에서 문화공연을 보여드리기로 했지요. 부채춤과 인도 댄스, 아프리카 스타일의 아카펠라를 준비했어요. 솔직히 고작 두 명이 부채춤을 추어야 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제가 대만에서 품은 소망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한 달에 두세 번씩 양로원에서 공연하던 것을 응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해외봉사활동’ 발표.
중국어로 5분 동안 전교생에게 사진 자료를 보여주며 해외봉사의 경험담을 말해야 했다. 대중 앞에 서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그가 이 일을 맡았다.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지만, 하나뿐인 동료는 음향 담당으로 정해져 있었다. 자신이 아니면 딱히 할 사람이 없었다.
‘한창 사춘기인 학생들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실수해서 비웃음거리가 되진 않을까?’ 일주일 전부터 긴장됐다. 두려움에 땀이 삐질삐질 날 정도였다. ‘제발 무사히 지나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었다.
행사 당일, 예상과 다르게 많은 학생이 환호를 해주었다.
“한류 문화의 중심지에서 왔다는 것만으로도 반응이 좋았어요. 부채춤도 ‘한국 전통춤을 처음 본다’며
기뻐했어요. 어설픈 중국어였지만, ‘대만식 중국어를 구사한다’며 박수도 받았지요. 초청하신 선생님께서 학생들 앞에서 저를 두고 ‘봉사활동 하며 배운 중국어가 이렇게 유창하다’며 칭찬해 주셨어요.”

고루하고 무기력한 성격이 싫어서 감행한 해외봉사. ‘궂은일이라도 기꺼이 하고 싶다’ ‘시키시는 건 무엇이든지 하자’라고 각오했던 초심이 그를 매번 새로운 일과 만나게 했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하다 보면 많은 걸 배웠다. 마음이 점점 담대해졌다. 어느새 소극적이었던 행동에 ‘도전의식’과 ‘성취감’이 배어 나왔다.
‘한국에 가면 그동안 해보지 못한 일을 다시 시도해야지!’ 늘 자포자기했던 버릇도 없어졌다.

 
 
귀국 후, 첫 새학기. 1년 동안 쉬었던 학과 공부가 만만치 않다. 산더미처럼 쌓인 과제로 그는 정신없이 바쁘다. 하지만 예전처럼 낙심하지도, 움츠러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단단해진 마음으로 주어진 일을 씩씩하게 헤쳐나간다. 학교생활도 이전보다 활동적이다. 이달 교내 강당에서 굿뉴스코 해외봉사 설명회도 열어 자신이 경험한 대만 문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많은 분이 해외봉사에 대해 거창한 환상을 품고 굿뉴스코 활동을 지원하세요. 하지만 저는 ‘어디를 가든지 본인 하기 나름’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중요한 사실은, 지원국으로 가면 도망갈 곳이 없다는 거예요. 하기 싫은 일도 다 해야 하지요.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고 극복한 경험이 마음의 자산으로 쌓인답니다.”
‘도전정신’을 품은 그는 국제적인 인재가 되어 가고 있다.
 


사진 | 이규열 (Light House Pictures 실장)  
헤어&메이크업 | 윤미영   의상협찬 | Roem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