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ral america(4)_아이티 영어캠프에 와서 남긴 글
2013년 5월, 아이티에 도착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3년 전에 일어난 지진 때문에 폐허가 된 건물들이었다. 굶주리는 사람들, 썩어버린 물, 먼지가 가득한 하늘, 돈을 구걸하는 아이들, 신호등조차 없는 도시. 꼭 아프리카에 온 기분이었다. 버스가 떠날 때까지 두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밖에서 음료수와 물이 가득 든 장바구니를 머리에 인 아이들이 “음료수 사세요! 물 사세요!” 외치고 있었다. 하도 가난해 어떻게 해서든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다음날, 일일교사로 학교에서 봉사하기로 한 우리 단원들은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갔다. 도착하니 많은 아이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많은 아이들에게 환영받은 적이 없어 어리둥절했다. 나는 1반의 담임이 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자기네들과 다른 내 피부색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머리카락이며 손, 다리, 가방까지 모든 것이 신기하다고 만지작거리며 장난을 쳤다. 그때까지 나는 ‘아이티는 가난한 나라여서 범죄율도 높다’고 들었기 때문에 아이티 사람들을 마음에서 거리를 두고 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직접 만난 아이티 아이들은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가 오기 전부터 스스로 영어를 공부한 아이들은 우리와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고, 고맙다며 음료수를 건네는 아이, 힘내라며 격려해 주는 아이들도 있었다. 내성적인 데다 흑인들의 냄새가 싫어 은근히 아이들을 꺼리던 내 마음이 조금씩 열리면서 보는 눈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성호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미국 12기, 대림대학교 졸업)
담당Ⅰ전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