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ral america(4)_아이티 영어캠프에 와서 남긴 글

2013년 5월, 아이티에 도착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3년 전에 일어난 지진 때문에 폐허가 된 건물들이었다. 굶주리는 사람들, 썩어버린 물, 먼지가 가득한 하늘, 돈을 구걸하는 아이들, 신호등조차 없는 도시. 꼭 아프리카에 온 기분이었다. 버스가 떠날 때까지 두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밖에서 음료수와 물이 가득 든 장바구니를 머리에 인 아이들이 “음료수 사세요! 물 사세요!” 외치고 있었다. 하도 가난해 어떻게 해서든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 노성호 (굿뉴스코 미국 12기, 대림대학교 졸업)
▲ 노성호 (굿뉴스코 미국 12기, 대림대학교 졸업)
몇 시간이나 무거운 바구니를 이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도 안쓰러워 보였다. 몰래 숨겨놨던 1달러를 꺼내 한 아이로부터 음료수 두 개를 사 주었더니 연신 감사하다며 미소를 보였다. 내게 1달러는 작은 돈이었지만 그 아이에게는 소중하고 큰돈이었던 것이다.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한 것은 저녁시간이 훨씬 지난 밤 8시. 콩이 들어간 스프와 망고, 밥, 김치가 저녁으로 나왔지만 콩을 싫어하는 나는 그 음식을 모두 버렸다.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재래식 화장실에 구리구리한 샤워실, 숙소에는 벌레들이 가득했다. 문득 집이 그리워졌다.

다음날, 일일교사로 학교에서 봉사하기로 한 우리 단원들은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갔다. 도착하니 많은 아이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많은 아이들에게 환영받은 적이 없어 어리둥절했다. 나는 1반의 담임이 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자기네들과 다른 내 피부색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머리카락이며 손, 다리, 가방까지 모든 것이 신기하다고 만지작거리며 장난을 쳤다. 그때까지 나는 ‘아이티는 가난한 나라여서 범죄율도 높다’고 들었기 때문에 아이티 사람들을 마음에서 거리를 두고 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직접 만난 아이티 아이들은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가 오기 전부터 스스로 영어를 공부한 아이들은 우리와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고, 고맙다며 음료수를 건네는 아이, 힘내라며 격려해 주는 아이들도 있었다. 내성적인 데다 흑인들의 냄새가 싫어 은근히 아이들을 꺼리던 내 마음이 조금씩 열리면서 보는 눈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카데미를 열어 노래와 춤, 합창, 영어 등을 가르쳤다. 아이들이 어찌나 배우려는 호기심과 열정이 넘치던지 잘 통제가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사소한 노래와 춤, 동작 하나하나에도 크게 기뻐하며 미소를 지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그들을 보며 음식을 버렸던 내 모습이 생각나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불평했던 화장실과 샤워실도 사실은 현지 사람들이 수고해서 마련해 준 것이었다. 우리를 위하는 그들의 마음을 느끼게 되면서 나는 불만과 불편없이 아이티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일이다. 아이티에서 지내는 동안 옆에서 힘이 되어 준 아이티 아이들과 봉사단원들을 비롯한 사람들. 그 덕에 아이티는 다시 한 번 더 가도 후회되지 않고 아깝지 않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내 가슴에 남게 되었다.

노성호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미국 12기, 대림대학교 졸업)

담당Ⅰ전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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