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관측이라고 하면 편안히 우주를 감상하는 모습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실제로는 별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고생이 잇따른다. 대기 밖에  있는 천체를 관측하려면 좋은 날씨 조건을 갖춘 때를 기다려야  하며, 피곤함이나 추위를 이겨내야 할 때도 있다. 이화여대 천문 동아리 폴라리스 회원들은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거뜬히 감수한다.

▲ 왼쪽부터 정지영(컴퓨터공학과 2), 전유미(중어중문학과 3), 강수인(사학과 3). 이들은 모두 폴라리스 회원들이다.
▲ 왼쪽부터 정지영(컴퓨터공학과 2), 전유미(중어중문학과 3), 강수인(사학과 3). 이들은 모두 폴라리스 회원들이다.
어둠 속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한 밤하늘. 천체 관측과 천문학 공부를 통해 그 아름다움을 보고자 1978년 이화여대 학생들이 모여 천문 동아리 ‘폴라리스’를 결성했다. 서적 구입이나 고가의 천체 관측 장비를 구입하는 데 있어 어려움도 있었지만, 일일찻집, 일일 칵테일 집 등을 열어 부지런히 돈을 모아 필요한 장비들을 마련할 수 있었다.
폴라리스(북극성)는 북쪽 자전축에 위치하고 있어 1년 내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옛적부터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왔다. 동아리 폴라리스도 화려한 행사나 대회에 참가해 실적을 내는 등의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변함없이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36년째 천체 관측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는 것이 많으면 보이는 것도 많다
폴라리스 회원들은 천체망원경 작동이나 자신들이 촬영한 천체사진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폴라리스 소유의 장비로는 천체망원경 5대, 필름카메라 7대, 디지털카메라 2대가 있는데, 회원들은 이를 이용해 장비 다루기와 천체사진 촬영을 부지런히 연습해왔다.
처음 동아리에 들어오면 성도星圖를 그리면서 북반구에서 보이는 주요 별자리의 모양과 위치를 기억하고, 틈틈이 별자리 어플리케이션으로 별자리 정보를 공부한다. 이렇게 1년이 지나면 별자리의 모양과 위치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기억된다고 한다.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두 번, 방학 중에는 여덟 번 천문학 세미나도 한다. 회원들이 돌아가며 강사가 되어 천문용어, 별의 일생, 암흑물질 등 천문학 관련 주제뿐 아니라, DSLR 천체사진 촬영법, 천체사진 보정과 수정 등 장비 사용법과 관련된 주제로도 강연한다. 1~2시간 강연하기 위해서는 맡은 주제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공부해야 한다. 주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동아리가 소유하고 있는 책, 과학 잡지를 활용하고, 인터넷과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서도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고 있다. 아는 것이 많으면 보이는 것도 많은 법! 많이 공부하고, 그 지식을 서로 공유하는 만큼 폴라리스는 멋진 천체사진 작품들을 탄생시킨다.

고생과 함께 추억이 쌓이는 곳
천체 관측과 촬영에는 고생이 잇따르지만 폴라리스 회원들은 거뜬히 감당해낸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천체 관측 시간은 보통 밤 10시부터 새벽 3~4시까지다.
“천체를 관측하고 촬영하다 보면 늦은 밤 막차 타고 집에 가는 건 예사예요. 5월에 열리는 천체사진전 준비를 위해 밤을 새기도 하죠. 그런 날이면 작업을 마치고 바로 학교 동아리방으로 와서 쪽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 수업에 들어가요.”
천체 관측은 겨울철에 많이 하기 때문에 추위를 감수해야 하는 건 필수. 봄은 황사로 인해 대기가 뿌옇고, 여름은 습해서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에 비해 겨울은 건조하고 구름이 없어서 대기가 투명하고 맑아 별이 잘 보인다.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겨울밤을 보내는 것이 견디기 힘들진 않을까.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옷을 최대한 많이 껴입는다고. 내복 위에 히트텍을 입고, 몇 겹으로 신은 수면 양말 사이에는 발전용 핫팩을 붙인다. 몸에 열을 내기 위해 달밤체조도 한다. 특히 스팸라면이나 누룽지를 끓여먹으면 신기하게도 전혀 춥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폴라리스 회원들은 대부분 시간을 함께하며 고생하기에 서로 돕고 챙겨주는 마음도 남다르다.
“지난 달 초, 회원 4명이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망원경을 설치해놓고 밤을 샜어요. 날씨가 꽤 추웠는데, 회장이 미안했는지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와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챙겨주었죠. 몸은 힘들기도 하지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 거리와 이야기 거리가 차곡차곡 쌓여요.” 
 

▲ 위) 북극성 일주_신희진 국제학부4 아래) 낮달과 밤달_폴라리스 회원들 함께 촬영
▲ 위) 북극성 일주_신희진 국제학부4 아래) 낮달과 밤달_폴라리스 회원들 함께 촬영
필름 카메라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나만의 천체사진으로 앨범이 채워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회원들.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이들은 필름 카메라로 천체를 촬영한다. 디지털 카메라는 별의 궤적을 촬영하려면 조리개를 보통 30~40분 동안 열어두어야 하고, 북극성의 경우는 2시간 동안 열어두어야 하는데, 오랜 시간 조리개를 열어두면 카메라에 무리가 가고 배터리도 빨리 닳는다. 장시간 촬영시 고장날 위험도 있다. 그래서 3~5분 간격으로 찍은 사진들을 모아 인위적으로 합성해야 한다. 반면에 필름 카메라는 조리개를 30~40분 동안 열어두어도 카메라에 무리가 그다지 가지 않는다. 추위에도 강하고 배터리도 많이 닳지 않는다. 하늘의 색상도 주변 환경에 따라 파랑, 녹색 등 예쁘게 표현된다.
필름 카메라 촬영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필름과 필름 카메라가 단종되고 있으며, 필름을 현상하는 사진관도 사라지는 추세라는 것.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보정하고 합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도 병행하여 천체 촬영을 연습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천연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 필름 카메라에 마음이 간다고 한다.
 
별을 보며 사람들과 즐거움과 사랑을 나눈다
폴라리스는 자신들이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일반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5월에 열리는 천체사진전에서는 1년 동안 부지런히 찍은 사진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소개한다. 별자리 이름과 모양뿐 아니라, 각각 별자리에 담긴 유래와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렇게 밝은 별을 대부분 인공위성이라고 착각하는데요, 사실 천천히 움직이는 불빛이 인공위성입니다. 이것은 북두칠성 자리인데요. 우리 눈에 가장 잘 띄는 별자리입니다. 처녀자리는 너무 커서 한 눈에 다 보이지 않죠.” 
사진전을 관람한 후, 마음에 드는 사진 작품을 사는 사람도 많다. 자주 보기 힘든 별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며 즐거워하는 관람객들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11월에는 이틀간 교내에 공개관측회를 열어 비회원에게도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원래 이화여대 학우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였지만, 소극장 공연을 보고 나오는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관심을 갖고 공개관측회에 참여한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먼 거리에 있는 별을 눈앞에서 보며 “정말 신기해요” “고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봉사활동을 통해서도 큰 보람을 느낀다. 지난해 9월에는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 소아 환자들과 함께 망원경을 다뤄보고 별을 관측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 발받침 위로 올라가 숨죽여 렌즈를 들여다보더니
‘목성이 보인다!’고 외치는 아이들. 간접적으로 우주여행을 하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폴라리스 회원들은 계속해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동아사이언스에서 운영하는 과학동아 천문대에서 사이언스 멘토 활동을 시작한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주를 보며 힐링되는 마음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우주 안에 있는 나를 느끼며
“밤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까만 하늘에 박힌 수많은 별들이 지구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보여요. 우주가 멀리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우리가 우주 안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죠. 우리는 우주와 떨어질 수 없는 사이예요.”
학교 공부, 아르바이트 등 현실에 신경을 쓰다가도 별을 볼 때면 이들은 사색에 잠긴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를 상상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별똥별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을 보았다는 감동마저 몰려온다.
사학과 3학년 강수인 씨는 드넓은 우주를 바라보며 인간은 우주의 한 부분이며 정말 작은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와 지구는 하나예요. 수많은 별 중 하나인 작은 지구 안에서 사소한 문제로 다투거나 분쟁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이 저와 다르다고  문제 삼지 않아요.”  폴라리스 회원들은 우리와 하나이며 우리를 품고 있는 존재인 우주를 통해 삶의 이치 또한 생각하고 발견한다.

밤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 사람들의 멘토로서
대기오염도 없고, 밤에 조명도 사용하지 않던 옛날에는 밤하늘이 셀 수 없이 많은 별들로 찬란하게 빛났다. 그 밤하늘이 아름다워 사람들은 자연스레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상에 젖었다. 그러나 요즘은 대기오염과 대낮같은 야경으로 인해, 시골이 아니고서는 수많은 별들을 보는 것이 힘들며, 일상에 쫓겨 밤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위대한 자연을 통해 우리는 삶의 소중한 가르침들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폴라리스 회원들은 많은 사람들이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도록 자신들이 체험한 것을 알려주며, 천체관측 장비도 공유하려고 한다. 먼저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에게 별자리부터 소개할 것이라는 이들을 시작으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날이 오길 기대한다.


글과 사진 |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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