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 주말을 맞아 경남 통영의 삼도수군통제영에 다녀왔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세 도(道)의 수군을 총지휘하고 통제했던, 요샛말로 해군본부와도 같은 곳이다. 임진왜란 때 왜구와 맞서 싸워 나라를 구한 이순신이 1,3대 삼도수군통제사(2대 통제사는 원균)를 지내기도 했다.

▲ 세병관 (사진출처=문화재청)
▲ 세병관 (사진출처=문화재청)
정문을 통과해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아이 키만 한 큰 현판이 걸린 건물이 눈에 띈다. 국보 제305호인 세병관(洗兵館)이다. ‘세병관이라…, 병사(兵士)들이 몸을 씻는(洗) 곳인가?’ 군에 입대해 훈련소 시절, ‘30초 안에 샤워 완료!’를 외쳐대는 조교들의 눈치를 보며 허겁지겁 몸을 씻는 둥 마는 둥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안내판을 보니 병(兵)이란 병사가 아닌 병기(兵器)를 가리킨다는 설명이 나와 있었다. 두보의 시 <세병마洗兵馬>의 ‘만하세병挽河洗兵(은하수를 끌어와 병기를 씻는다)’이란 구절에서 따 온 이름으로 큰 전란을 이겨내고 병기가 더 이상 필요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오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군사시설 이름 치고는 참으로 낭만적이다. 하기야 성경 이사야서 2장에도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라는 구절이 있지 않았던가.

이 땅에는 과연 언제쯤 은하수를 끌어와 병기를 씻을 그날이 올 것인가? 아마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1950년, 한반도를 적화통일하기 위해 6.25를 일으킨 북한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등 평화 제스처를 보이는 한편 올해 벌써 두 차례나 동해상에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등 한반도 내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는 중이다.

오는 3월 26일은 천안함 침몰 사건 4주기다. 오디어노 미 육군 참모총장은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강연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시나리오야말로 미래의 긴급상황 가운데 가장 위험한 사태”라고 역설했다. 지금 우리는 그런 위기의식 속에서 살고 있는가? 다시는 전쟁이 없는 그날을 꿈꾸면서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훈련에 매진했을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세병관 앞에서 그려 보았다. 지금 우리의 안보의식은 과연 몇 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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