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기간 동안 ‘독서 학교’를 세워 운영해보라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워 독서하면 모두 겉핥기식으로만 읽게 되고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 같아 쉽게 지치고 답답해요.
방학 중에 독서를 재미있게, 분야별로 읽고 싶어요.
그리고 작가님의 독서 사연도 이야기해주세요~.


 
 
* 김애리 작가
이문열의 <삼국지>는 10대, 20대의 그녀에게 충격을 주었다. 만화로만 접했던 <삼국지>가 이리도 재미있을 수가. 무릎을 치게 했던 <삼국지>는 그녀의 뇌에 자극을 팍팍 주었던 책이다. 그녀는 대학 신입생들에게 <삼국지>를 적극 권한다. 25살이 되던 해부터 1년에 1권씩 책을 내어 어느덧 6권의 책을 발간한 작가이다. 작가 활동의 밑거름은 단연 천 권의 독서가 자양분이 되었고, 지금은 일주일에 2~3권씩 책읽기를 소화해낸다. 3월의 신부로 천생연분 그의 짝도 책을 사랑하는 이라 즐거움이 배가 된다.

<독서 학교>를 만든다

“나는 생각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작심삼일에도 못 미치고 중단해버린 그 숱한 나의 취미 생활에 대해. 하루키의 말처럼 내게는 그것을 지속해야 할 이유보다 자기 합리화하며 때려치워야 할 이유들이 언제나 더 많았다. 하지만 그 작고 사소한 이유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단련하며 사반세기를 달린 작가, 하루키. 나는 이제 그의 작품만큼이나 그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자신이 총장이 되고, 자신이 교수가 되고, 자신이 학생이 되어 학교를 만들어 졸업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작심삼일이란 있을 수 없으며, 한 달 단기코스부터 시작해서 반년, 혹은 1년, 2~3년 코스까지 자유롭게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만든다. 한 분야당 키워드 2개를 만들고, 그것에 맞게 40~50권의 책을 읽는다. 1년 하면 80~100권이 된다. 이번 <작심삼일 대탈출> 코너에서는 한 달간의 단기 코스의 <독서학교>를 소개한다. 2월 방학 한 달간 15권의 독서를 한다. 두 개의 키워드를 정해서, 그것과 관련된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한다. 전공과 관련된 독서도 좋고, 전공 외의 다른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해도 좋다. 자신만의 커리큘럼의 키워드를 만든다. 예를 들면 아동문학과 아동심리학 치료에 관심이 있다면 그 분야의 저서를 15권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독서한다. 이때 목표를 정하고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하는 것이다. 졸업 후 부쩍 내적 성장을 한 것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추가로 오프라인 강의나 온라인 강좌를 찾아서 들으면 효과는 더욱 좋다. 책을 읽은 후 상세한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하므로, 책의 서평을 꼭 쓰도록 한다.

개학 후, 1학기 플랜을 다시 짜서, 4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공강 시간, 수업 전후 자투리 시간들을 활용하면 효과는 배가 된다. 그렇게 하면 평일 2시간씩 5일, 5주간/주말 5시간 5주간 독서를 하면 천 시간의 독서를 확보할 수 있다. 비용 측면에서도 교재로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이점과 책에 아이디어도 적을 수 있고, 비슷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고 콘셉트도 적어볼 수 있다. 1년을 만약 독서학교를 운영하게 되면, 책 한 권 12,000원에 50권(한 키워드당) 60만 원 정도로 1/10의 비용으로 또다른 전공을 공부한 셈이 된다. 그렇게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전공을 여러 개 배울 수 있고, 효율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접목할 수 있다.
 
20대 천 권을 읽어 낸 김애리 작가에게도 독서가 친구처럼, 이제는 동행자로 그녀의 옆에 있게된 사연이 있다. 그녀의 독서 사연을 소개한다. 사업하시던 아버지가 중국에 진출하면서 가족 모두 중국으로 떠나야 했다. 적극적으로 해외 경험을 하겠다는 필요성으로 시작된 게 아닌 중국 생활이 그녀 앞에 펼쳐졌다. 심지어 중국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해 외롭고 낯선 경험의 연속이었다.
타향에서의 삶에서 유일한 위안은 책이었다. 늘 다독을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그녀에게 책은 익숙한 존재였다. 그녀는 점점 책에 빠져들었고, 책 속의 저자와 대화를 나누며 성장했다. 하물며 좋은 글귀, 마음에 감동을 주는 책 한 권을 만나면 매일같이 책을 필사하기도 했다. 그렇게 책이란 그녀에게 10대의 그리움을 채워주는 벗, 절친한 친구 같은 존재였다.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책은 그녀에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주었다. 지독히도 존재에 대한 물음이 끝이 나지 않을 때 그녀는 책에 파고들었다. 결핍 속에서 피어난 그리움처럼 무서우리만큼 독서에 몰입했다. 그리고 20대의 그녀는 천 권의 독서를 이뤄냈다.

 
 
독서 노트
어느 날 문득, 그녀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독서 노트를 시작했다. 읽기형식의 독서 노트의 첫 시작은 책 제목, 저자에서 한두 줄의 간단한 느낌이 묻어나는 정도의 짧은 기록이었다. 그렇게 미약하게 시작한 독서 노트는 표현의 날개를 달며 수십 권에 이르게 됐다. 물론 그 독서 노트들은 현재 그녀의 자산 목록 1호이다. “한글로 된 책을 쉽게 읽을 수가 없게 되자, 오히려 그런 결핍이 책을 더욱 읽게 했고, 인생을 깊게 사고하도록 했죠.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을 치유하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어느 날 문득 손에 들고 있던 책 너머로 ‘책 읽는 순간’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큰 아쉬움을 느꼈고,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독서 노트를 하기 시작했죠. 책 제목, 저자, 출판사 등 짧은 정보를 메모하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부분과 감정을 이입하며 기록하면서 소소한 것들을 적어나갔고, 그때그때 받은 감동의 한두 줄도 표현하기도 했어요.” 2009년, 스물일곱에 그녀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밤>이란 단편 소설로 작가로 등단한다.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책, 그 책과 함께 걷는 인생은 그녀에게 표현의 도구가 되었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되었다.

20대, 책에 미친 그녀의 조언
저서 <20대, 꿈의 다이어리>를 쓴 후, 우연히 출판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20대에 천 권을 읽어낸 그녀의 저력에 감탄한 출판사 대표가 책 출간을 제의해 <책에 미친 청춘>을 출간했다. 그 이후 <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 등 독서 에세이를 저술해왔다. 25살부터 1년에 1권씩, 총 6권을 집필하고, 언론진흥재단, 아모레퍼시픽, 국립중앙도서관 월간지 등에도 독서 칼럼을 쓰고 있다. 그녀는 현재 MBC 라디오에서 독서관련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고, 한 달에 두세 차례는 독서관련 강연을 진행하는 독서컨설턴트로도 활동 중이다. 물론 천 권의 책을 읽은 그녀도 아쉬움을 언제나 크게 느꼈다. 좀 더 필요한 체계적이고 점진적으로 한 분야를 깊게 독서하지 못한 아쉬움을 느낀 것이다. 닥치는 대로, 미친 듯이 읽어본 이의 입술에서나 나올 수 있는 고백이다. 고전과 소설과 각 분야의 책을 읽으며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사실 독서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고 미래의 목표에 도전해 그 길을 간 이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대부분은 서재나 도서관에 박혀서 지금도 책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뿐, 그들은 끊임없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자신이 읽고 얻은 지식이 융합이 되고 삶에 적용되도록 사고한다.

 
 
“한국인의 불균형한 독서와 독서의 무관심으로 제 나이에 해야 할 사고를 하지 못해 미성숙 되는 경우가 있죠. 그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의 화두는 창의력입니다.”
독서로 창의력을 얻은 인물 중 그녀는 (주)대성산업가스의 김형태 대표를 예로 들었다. 김 대표는 회사에서 신화적인 인물과 같다. 그는 분 단위로 삶을 사는 듯 아주 빠듯하고 빡빡한 스케줄을 감행해 내는데, 김애리 작가를 만나며 느낀 소감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달인과 같다고 말한다. 시간 나는 10분 자투리 시간도 그만두지 않고 손에 책을 들어 그가 일주일에 읽어내는 시간은 3권 이상이라고 한다. 특히 명상이 잘되는 아침 시간을 활용하며 책을 읽어 하루를 연다. 김형태 대표는 독서 목록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책읽기로 유명해서, 목록을 기록하고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Ⅰ홍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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