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방학 동안 인문과학 독서 시간을 진지하게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고 집중도 못해서 현재 포기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책을 읽지 않자니 학과 공부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최근 깨닫는 중입니다. 20년 이상 독서 문외한으로 살다가 이제야 책과 친해지려니 정말 힘듭니다. 

▲ 이루리_인덕대학교 영어과 1학년
▲ 이루리_인덕대학교 영어과 1학년
A. 나는 책만 보면 수면제를 복용한 것처럼 잠들기 일쑤였다. 고3 시절 수능을 마치고 초반에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점점 내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벌고 싶었지만 앞으로 내 인생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때 택한 것이 독서였다. 그러나 여태 읽지 않았던 책을 읽는 것은 고문 아닌 고문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쉬운 책부터 읽자’였다. 중학생 권장도서였던 <아홉살 인생>을 읽었다. 그 책을 일주일 동안 붙잡고 읽었다. 정말 힘들었지만 이 한계를 뛰어넘어야 독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었을 때 ‘이건 신세계다! 난 왜 이렇게 재미있는 책들을 쌓아놓고만 살았지?’ 하고 탄성이 나왔다. 그때부터 2주에 한 번씩 서점에 가서 부모님의 돈이 아닌 내 용돈으로 책을 샀다. 급속도로 책의 매력에 빠져들어 어느새 책 한 권을 4시간 만에 읽을 수 있게 됐다. 책을 읽다가 ‘여기까지만 읽고 싶다’는 충동에 그만두면 다음에 다시 그 책을 읽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책 한 권을 손에 잡으면 그날 다 읽어버릴 것을 각오로 읽었다.

집은 독서 외에 다른 유혹들이 많아서 도서관에 갔다. 아침 8시에 집을 나서서 하루에 최대 3권씩 읽었다. 그때 세운 나의 2013년 목표가 책 100권 읽기였다. 무리일 것 같았지만 100권의 책을 기록하는 독서기록장을 비교적 비싼 돈을 주고 구매했다. 디자인이 예뻐서 그런지 한 권이라도 더 쓰고 싶었고 매일 읽은 한 권씩 기록해갈 때마다 뿌듯함이 정말 컸다. 목표치를 달성하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목표를 낮게 정하면 그만큼 독서량도 줄 것 같아 목표 100권을 유지했다.
학기 중에는 공강과 휴강시간, 주말에 친구들과 만나서 놀고 싶었지만 뒤늦게 책의 소중함을 알았고 그만큼 책을 갈망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독서에만 집중했다. 결국 나는 작년 한 해 동안 54권의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를 직접 만나 보지 못해도 작가의 의도와 주인공들의 다양한 삶과 마음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내 생각의 범위가 한결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또한 전에는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평가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저 사람은 나와 다른 삶을 살아왔지.’ 하며 타인에 대한 이해도 훨씬 깊어졌다. 그래서 이번 겨울방학 동안에도 책 50권을 목표로 열심히 독서기록장을 작성하고 있다.

다음은 나의 방학 중 독서 방법이다.

1. 하루를 시작할 때 오늘 할 일을 적고 그 아래에 시간을 적는다. 읽을 책에 대한 것도 자세히 적는다. 책 읽기 전에는 항상 독서기록장에 오늘 꼭 읽기로 한 책의 제목, 작가, 출판사, 읽을 시간을 자세하게 기록한다. (연필 말고 볼펜으로 적기 : 연필은 지울 수 있지만, 볼펜은 지울 수 없다. 독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2. 책 읽는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항상 초시계를 가지고 읽기 시작한 시간과 마친 시간을 체크한다. 독서기록장에는 책 제목 옆에 완독한 시간을 적어둔다.
 
3. 도서관 개방 시간에 맞춰 책 2~3권과 독후감 노트를 챙겨간다. 책과 친해지기 위해 우선 관심이 가는 소설부터 읽는다. 시간이 흐르면 고전소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요즘은 고전소설과 같은 두꺼운 책을 거뜬히 읽고 있다. 이번 방학 동안 읽을 책을 모두 적어놓고 한 권씩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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