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미루고 싶은 심리

나는 왜 계획만 세우고 미루기만 하는 것일까? 작심삼일 습관을 고치고 싶지만 내면의 심리 때문에 주저하게 될 때가 많다. <심리학, 미루는 습관을 바꾸다>에서도 언급한, 주저하는 내면에서는 어떤 갈등이 부딪히고 진행되는지 살펴본다.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
실패 불안. 그 아래에는 완벽주의가 깔렸다. 기대했던 만큼 높은 성취가 이루어졌는가에 따라 자신을 성공작 혹은 실패작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성취에 필요한 능력이나 기술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면 아예 일을 미뤄버린다.
예를 들어 A양이 매주 책 한 권을 읽고 독서기록장을 쓰고자 했을 때, 자신의 인생에 크나큰 깨달음을 주는 책들을 읽고 싶다. 그리고 책 전반적으로 무척 감명 받은 부분들을 장황하게 독서기록장에 쓰고 싶다. 하지만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정하지 못해서 조금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책 한 권 읽는 데 뜻밖에 많은 시간이 걸려 독서에 집중하지 못해 좋은 내용을 놓치고 있지 않나 자책한다. 독서기록장도 기대보다 좋은 내용을 쓰지 못할 것 같아 ‘계획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될 때까지’ 미룬다.

‘나중에’가 주는 환상
‘나중에 하면 돼’는 자신의 골치 아픈 과제가 왠지 지금은 안 돼도 ‘결정적인 영감이 왔을 때’ 할 수 있겠다고 미루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현재 당해야 할 부담을 피할 수 있지만 나중에 그 일이 꼭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시간이 많아서 하루하루 미루던 행동에는 어마어마한 이자가 붙는다. 결국, 미루기는 반복되고 실행력이 약화한다.
예를 들어 K 군이 과제를 작성하다가 자신이 만족할 만큼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일주일간 미루다 보니 다음날 제출할 때가 됐다. 막 과제를 하려는데 방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아 청소기 전원을 켜고, 청소 후에 과제를 하면 된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청소에 집중하면서 불안감을 잊어버린다. 어느새 저녁 시간이 돼서 저녁을 먹고 한숨 자며
‘나중에 정신이 맑을 때 하면 돼’라고 생각한다. 잠에서 깨어 드라마 볼 시간이 되어 곧 생각은 또다시 가지를 친다. 밤을 새워서 과제를 하면 된다(?)고 자기 합리화한다. 드라마 시청이 끝나고 컴퓨터 앞에 앉지만,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인터넷 쇼핑에 금방 빠져든다. 자정이 되어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일찍 일어나서 하자’고 새로운 계획에 만족하고 잔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은 정신없이 등교하느라 바빠 과제를 하지 못하고 결국 제출 기한의 하루를 넘긴다. 완성도가 떨어진 과제를 제출하고 낮은 점수를 받는다. 이처럼 계획한 것을 미루기는 자동으로 반복된다.

‘안 되는 이유 찾기’의 덫
심리학에서는 ‘자기열등화 전략’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 의미는 자신 없는 과업을 처리하면서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인지적 전략을 말한다. 통제 불가능한 장애물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아 실패하고 기준에 미달했을 때 체면을 세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취업을 위해 친구들과 야심 차게 토익 점수 200점 향상을 목표로 잡았지만 막상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없을 때 보통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자기열등화 전략’ 자세를 취한다. 자신은 공부하지 않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적이 오를 때 뒤처진다는 패배감을 느끼기 싫어한다. 그 때문에 다니던 학원의 강사가 실력이 없다느니, 가지고 있는 교재가 자신의 공부법에 맞지 않는다느니 하면서 갖가지 이유를 댄다. 자기방어적 주장을 내세우며 게을리 공부하다가 예상대로 토익 점수도 끌어올리지 못했다. 이럴 때 강사나 교재가 좋지 않다는 자신의 주장은 한층 강화된다. 시험 당일 갑자기 감기 기운을 느껴서 집중력이 떨어졌고 낡은 스피커 소리 때문에 듣기 시험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는 등 이유가 무수히 나온다. 자신의 이미지는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성적이나 자아실현에는 아무 성과가 없다.
위의 심리들은 낮은 자존감, 고집스러운 태도, 압박감에서의 회피 등과 연결되곤 한다. 그러나 이것들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기 안에 존재하는 미루기 심리들을 인식하고 ‘당장 해치우기’ 전략으로 가는 것이다. 지금 미룰까, 시작할까 마음속으로 갈등하지 말고 눈 딱 감고 뛰어 들어가보자. 지금까지 나를 괴롭혔던 고민과 갈등과 전혀 다른 앞으로 달려가기 위한 새로운 질문들이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아직 2월이지 않은가!  

취재Ⅰ 조민지 캠퍼스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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