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때의 일이다. 위나라 혜왕은 아들을 조나라에 볼모로 보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아들이 걱정된 혜왕은 방총龐葱이라는 충신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방총은 하직인사를 하러 온 자리에서 왕께 물었다.
“지금 시장 한복판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왕께서는 그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그러자 혜왕은 “누가 그런 말을 믿겠느냐”고 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와서 같은 말을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묻자 “믿기는 어렵지!”라고 했다. “만약 또 다른 사람이 와서 다시 똑같은 말을 전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러자 왕은 “셋이 와서 같은 말을 하면 아마도 믿지 않을까 싶구나”라고 답했다.

 
 
방총은 간곡한 마음으로 말했다. “시장 한복판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셋이 똑같은 말을 하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되고 맙니다. 이제, 저는 멀리 조나라로 갑니다. 제가 떠나고 나면 분명히 저를 모함하려는 무리들이 없는 말을 만들어 참소할 것입니다.” 혜왕은 고개를 저으며 “내 아들을 그대에게 맡기는데 어찌 내가 의심을 하겠느냐. 걱정 말고 떠나거라”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방총의 염려대로, 그가 조나라로 떠난 뒤 음해하는 자들의 상소가 거듭되었다. 처음엔 그런 소리들을 믿지 않았지만, 계속되는 비방에 혜왕도 결국 방총을 의심하게 되었다. 훗날 혜왕의 아들이 볼모에서 풀려나 귀국하게 되었는데, 왕의 의심을 받은 방총은 끝내 위나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처럼 <한비자>에 나오는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사람 셋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말인데, 아무리 근거 없는 말도 여러 사람이 자꾸 하면 사실처럼 여겨져 결국은 믿게 된다는 뜻이다. 사실무근의 잘못된 이야기도 여러 번 듣다보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있겠어? 뭔가 근거가 있으니까 그렇겠지’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로 착각하고 믿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거짓을 진실로, 진실을 거짓으로 잘못 알게 되면서 고통스러운 결과들을 낳았다. 그리고 그 예는 우리 역사 속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진주만 기습 때 방심하고 있던 하와이 주둔 미군들은 자기들을 공격하러 온 일본 전투기를 보면서 ‘아군이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고, 이를 확인하지 않고 믿어버린 결과 적들이 폭탄을 투하할 때까지 구경하고 있다가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원자폭탄 투하의 경고문을 무시했던 히로시마 사람들 역시 ‘에이, 겁주려는 거겠지~’ 하며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끔찍한 고통을 고스란히 당해야만 했다.

인간문명의 발전은 도리어 불확실한 정보를 확산시켜 ‘정확성의 결핍’이란 큰 병폐를 양산해내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 숨겨진 진짜 병폐는 어떤 일이나 상태에 대해 확인하지 않는 마음 자세에 있다.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지금도 똑같이 우리 삶에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모르면 그 사랑은 깨지기 쉽고, 친구의 마음을 정확히 모르면 우정에 금이 가기 쉽고, 부모님의 마음을 정확히 모르면 세대차이라는 큰 장벽에 막힌 삶을 살게 된다. 이렇게 확인하지 않는 마음 자세는 자칫 거짓을 진실로 인식해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왜 확인하지 않는가? ‘그건 맞을 거야’라고 편히 생각하려는 마음의 방만함 때문이며, 자신의 판단이 옳을 것이라는 과신에서 오는 것이다.

사람은 마음으로 만나 마음으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지금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사실을 분별하여 정돈된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마음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인 것 같다. 2014년 새해, 나와 함께하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 확인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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