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재수강으로 학점을 높이는 등의 ‘학점 세탁’ 관행을 바로잡고자 학사운영규정 손질에 나섰다.

고려대는 2014학년도 1학기 시행을 목표로 학사운영규정 개정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취업 등 이유로 발급받는 성적증명서 재수강 이전의 수강 기록과 학점이 지워져 학생의 재수강 여부가 드러나지 않아 학점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학교의 공신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바뀐 학사운영규정에 따르면 앞으로는 성적증명서에 재수강 이전과 이후 수강기록이 모두 나타나고 이전 수강기록 앞에 ‘R(Retake)’를 붙여 재수강했다는 사실이 명시된다. 또 학생이 F학점을 받으면 성적증명서에서 삭제하는 대신 ‘NA’(Not Accountㆍ반영 안함)로 표기해 기록이 남는다.

고려대는 또 다른 학생들의 수강기회를 빼앗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수강철회와 취득학점 포기 제도도 없애기로 했다. 학점에 민감한 학생들의 분위기를 고려해 개정안을 2014학년도 1학기부터 주는 학점에 적용하고, 이전 학사규정에 따라 이미 부여한 학점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학생들의 다양한 대학 생활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학칙 개정도 이뤄진다. 임신, 출산, 육아휴직 등이 휴학 사유로 추가됐다. 교내외에서 집회·행사를 하거나 간행물을 발행할 때 소속 대학 학부장이나 학생처장에게 신고하도록 한 규정도 삭제했다.

고려대 교무처 관계자는 "수업은 학생과 교수의 관계를 함축하는 교과 과정인데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기록이 말소되는 것은 교육철학적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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