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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精讀] 독서 노트, '기억도 오래 간다'
김민영, 김성훈 기자 | 승인 2013.12.05 11:42

이번 호에서는 대학생연합 독서토론 동아리 ‘사암’에서 독서광인 두 사람을 만났다. 중앙대 경제학과 하정봉 씨는 학교 친구들과 독서를 하며 면접을 준비 중이며, 독서 소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경희대학교 철학과 왕복근 씨는 어릴 적부터 책을 읽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으며 지금은 다문화와 관련된 독서를 하며 정치학 대학원을 준비해 왔다. 두 사람의 ‘신명나는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를 소개한다.

   
 
1. 즐겁게 책 읽고 늘 책을 곁에 두기 좋아한다는 두 사람의 독서습관을 소개해주세요.
하정봉: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해요. 책을 읽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강할수록 그만큼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요. 그 후에 시간에 맞춰 목표 독서량을 잡아요. 물론 정독을 하려면 독서량을 적게 잡아야하죠. 이런 준비과정 후에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요, 책을 읽다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생기면 표시만 해두고 넘어갑니다. 책을 다 읽고 전체 맥락이나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한 뒤에 보면 저절로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든 의문, 읽었던 다른 책과 연관되는 부분, 핵심적인 주장이나 근거에 포스트잇으로 간단하게 메모해요. 그렇게 책을 한 권 다 읽고 나면 메모해둔 부분들만 정리해서 머릿속에 갈무리합니다. 배경지식이 많아질수록, 혹은 책을 여러 번 읽을수록 메모한 부분들이 많아져 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돼요.

왕복근: 깊이 읽는 책은 전부 필사하는 버릇이 있어요. 사실 눈으로만 읽는 것은 집중을 떨어뜨리기 때문이죠. 주변에서 다양한 소리가 들리고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바로 다른 게 보이니까요. 소설책이야 흠뻑 빠져들지만 사회과학 서적이나 철학책 종류는 그렇게 읽기에는 힘들죠. 그래서 책을 필사하기도 하고, 책 내용을 요약하기도 합니다. 책을 요약할 경우 웬만한 문장을 다 명사화해서 적고 내용 간의 다양한 관계는 제가 스스로 정한 기호료 표시를 해요. 명사화나 기호화 하며 책을 읽는 것은 다양한 문장들로 이루어져서 파악하기 힘들었던 전체적인 책의 구조가 보이며, 문장들로 이루어진 요약본을 만들 때 책을 베끼는 것이 아닌 제 이해를 바탕으로 새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좋아요. 요약할 땐 내용의 10분의 1 정도 줄이며 내용을 파악하는데 충분합니다.

2.대학에 들어와서 읽게 된 책은 몇 권인가요?
하정봉: 100권 정도입니다.
왕복근: 사회과학서적, 인문서적, 소설, 시를 다 포함해서 250권 정도입니다.

3.지금까지 독서를 어떻게 해왔습니까?
하정봉: 독서토론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독서를 했습니다. 그 후에도 소모임에서 스스로에게 이유를 두며 책을 읽었습니다. 사실 학점을 관리하고 대외 활동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다보면 도저히 책이 손에 잡히지 않더라고요. 또 워낙에 가볍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활자만 반복되는 책에 매력을 느끼기도 힘들죠. 하지만 모임에서 다른 친구들과 책을 같이 읽다보니 제 의견을 말하기 위해서 책의 내용과 내 생각을 기록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독서노트를 만들 수 있었죠. 배경지식과 경험이 서로 다른 사람들과 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다보니 책에 담긴 내용보다 더 방대한 지식을 알게 됐어요.

왕복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평범한 이야기보다는 좀 주제가 명확한 대화이죠. 책은 한 방향을 향해서 순차적으로 이야기가 엮여 있어요. 보편적으로 책은 이야기가 길게 전개되잖아요? 그래서 저자도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 설명하는 지도를 만들어놨어요. 그 지도는 목차와 머리말입니다. 그래서 처음 책을 접할 땐 먼저 목차와 머리말을 보고 생각해봅니다. 그런 지도를 활용해서 내용을 추론하며 책을 읽고, 저자와 다른 생각까지 발견하게 되면 책 읽기가 상당히 재미있어요. 퀴즈를 하나씩 푸는 느낌이랄까요? 혹은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렇게 읽다보면 다른 효과도 있어요. 내가 만약 저자라면 책을 어떻게 기록했을까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상대방의 주장만 이해한다고 대화가 이뤄진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과 다른 나의 입장은 어떠한지 분명해야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집니다. 그래서 지도를 보면서 사고를 하다보면 나 자신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사실 말은 한번 방향을 정하면 그 길을 직진으로 쭉 달리는 성질이 있어요. 그걸 우리는 논리라고 하죠. 그런데 논리적이라고 다 말이 된다거나 동의한다고 할 수 없어요. 순간 어색한 부분,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무엇이 다른지 사고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저자와 독자가 대화하는 지점입니다. 이렇게 독서를 하다보면 수백 년 전, 혹은 수천 년 전에 죽은 사람과도 즐겁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5.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었습니까?
하정봉: 배경지식을 많이 쌓게 됩니다. 과제를 하거나 논술시험을 볼 때 맥락에 맞는 적절한 어휘나 학문적인 개념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글이 풍성해지죠. 그리고 어떤 자료를 보고 분석할 때에도 더 많은 참고자료가 떠오르고 활용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미디어에서 투영하는 특정 이미지를 볼 때는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이 생각난다거나, 중동지역 분쟁을 다룬 기사를 볼 때는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나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이 떠오르죠. 배경지식이 많아지다 보면 덤으로 독해력이 늘고, 낯선 개념들이 점차 사라지죠. 다른 책을 읽을 때 다시 도움을 얻기도 하고요. 또 토론으로 이어지는 독서를 하다 보니 상대방의 주장과 근거를 파악하는 것도 쉬워졌고, 제 생각을 말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짧아졌어요. 그러면서 의견을 말할 때 자신감도 생기고 주위의 인정도 많이 받게 됐습니다.

왕복근: 독서를 하며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을 하고 다시 세상을 바라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2010년에 독서토론대회를 나간 적이 있어요. 그때 주제는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어 가는 한국에서의 문제 고찰이었죠. 그때 책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제 주변의 외국인들은 부유했기 때문에 별 문제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박범신의 소설 <나마스테>의 주인공은 한국으로 돈을 벌러 왔지만 수없는 차별과 마주하고 결국에는 분신자살을 통해서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알렸습니다. 소설 초반의 순수한 청년인 주인공은 후반부로 갈수록 그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수렁에 빠진 인물로 표현되죠. 인구 100만에 가까운 인구의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인간이면서 인간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었고, 이유 없이 손가락질 받는 사람으로 전락했는데 말이죠.
토론대회에 참가하기 전까지는 철학 대학원에 진학해서 윤리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주민 문제와 다문화 현상에 대해서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싶어요. 최근 급속도로 이주민이 늘고 있어서 몇 년만 지나면 심각한 한국 사회의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 | 이가희 기자   사진 | 배효지 기자 

김민영, 김성훈 기자  gedicht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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