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Your Life Simple

어느덧 12월,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정리해야 할 시기다. 여러분의 생활공간은 어떤가?  몸이 가는 곳에 마음도 가는 법, 여러분의 생활들이 필요없는 ‘잉여’들로 뒤덮인 혼돈 속에 있다면, 지금 바로 정리하자. 그리고 가볍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자. 

정리는 잘 쌓는 게 아니라 잘 버리는 것
우리는 ‘정리’ 하면 흔히 이런 이미지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는 물건을 잘 간수해 두는 ‘수납keeping’에 가깝다. 단순히 물건을 보기 좋게 가지런히 쌓아두었다고 해서 정리가 잘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본 칼럼에서 말하는 정리란 organizing, 즉 체계화를 말한다. 우리 몸을 생각해 보자. 우리 몸은 하루에도 꽤 많은 양의 음식물과 물, 산소가 유입된다. 이들은 인체의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고, 일부는 만일을 위해 몸에 저장되며, 나머지는 대·소변과 땀 등 노폐물로 배출된다. 이 중 특히 중요한 것은 ‘배출’이다. 우리 몸에서 배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유입→사용→저장→배출’, 이 4단계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 바로 정리다. 우리 삶 속에는 늘 새로운 것들이 끼어든다. 이를 각기 용도에 맞게 사용한 뒤, 다음에 또 쓸 만한 것은 찾기 쉽도록 보관하되 ‘잉여’는 가차없이 버리거나 처분하는 것, 이 과정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이 바로 정리의 기본 메커니즘인 것이다.
 

<정리정돈에 숨은 놀라운 비밀, 파레토의 법칙>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는 이탈리아의 경제인구 중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점에 착안,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비롯된다’는 파레토의 법칙을 만들어냈다. 이 법칙은 정리에도 적용된다. 즐겨 입는 옷의 80%는 옷장에 걸린 옷의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본 와세다대 노구치 유키오 교수는 저서 <초정리법>에서 ‘훗날 다시 사용하게 되는 서류들 중 80%는 보존한 서류들 중 20%에 집중된다’고 말한다.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버릴지만 잘 결정해도 시간과 공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 “쓸모없어진 것을 버리는 쓰레기통은 나의 과학장비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1879~1955
▲ “쓸모없어진 것을 버리는 쓰레기통은 나의 과학장비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1879~1955


지갑정리부터 시작해 보자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앞에서 설명한 정리의 개념이 아직 잘 와 닿지 않는 독자, 혹은 주변이 너무 어지러워 정리를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독자라면 지금 당장 지갑부터 정리해 보자. 지갑이야말로 우리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업무도구 아닌가.
오른쪽의 원칙대로 지갑정리를 해 보자. 온갖 잡동사니의 군살로 빵빵하던 지갑이 순식간에 가볍고 슬림하게 탈바꿈할 것이다. 지갑이 다이어트를 했는데 내 몸이 대리만족을 느낄 정도다. 이제는 가방, 책꽂이, 옷장, 나아가 방 전체로 정리의 영역을 확장하면 된다. 그럼 다음 페이지에서 함께 여러분의 가장 기초적인 학습공간이자 업무공간인 책상을 정리하며 정리정돈의 기본스킬들을 습득해 보자. Go, Go!

지금 이곳에서 당신의 돈, 시간, 능률이 새고 있다!
여러분의 책상은 대개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수라장, 아비규환, 야단법석 등의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책을 사 놓고 읽지 않은 채 두거나, 물건을 어디 있는지 몰라 시간을 허비하거나, 음식을 제때 먹지 않아 상해서 버린 적이 있다면, 이는 여러분의 소중한 재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책꽂이 
그나마 종류별로 정리가 된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펼친 지 오래 된 책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사이사이에는 수업 프린트물, 레포트 초안, 기사 스크랩, 전자제품 설명서 등이 숨어 있다. 중고 서점과 폐지 재활용센터의 중간이라면 표현이 좀 과한 걸까?

책상 위
필기구, 다이어리, 포스트잇, 악세사리, 노트, 책, 배터리, 이어폰, 먹다 남은 간식에 시리얼까지 없는 게 없다. 작은 다이소를 하나 차려도 될 것 같다.

책상 아래
잘만 활용하면 정리정돈의 가장 큰 도구가 되는 쓰레기통과 함께 버릴까 말까 망설여지는 물건들이 쌓여 있다. 

서랍 속
2번에, 상대적으로 사용빈도는 낮고 희소성 높은 물건들이 추가된다. 재밌게 본 공연전시 티켓·카탈로그,
스마트폰에 밀려난 MP3·USB 메모리, 추억 어린 사진과 편지, 통장, 화장품 샘플 등 일일이 적기도 힘들다.
책상 위가 다이소라면 이곳은 네이버 중고카페를 방불케 한다. 
 

 
 

나는 내 공간의 CEO, 지금부터 구조조정을!
정리를 안 해 버려지는 시간은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기준에 미달되면 과감하게 버리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➊ 식품처럼, 물건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물건은 식품과 달리 썩지는 않지만, 분명 유효기간이 있다. ‘이걸 지난 1년간 썼던 적이 있나? 앞으로 1년간 쓸 일이 있을까?’ 자문해 보라. 어떤 공연이 감동적이었다고 그 티켓과 카탈로그를 버리지 못 하기도 한다. 과거의 추억에만 매여 있다면 앞으로 그보다 멋진 공연을 봤을 때 감동이 덜하지 않을까? 묵은 것들을 비워 새 것을 채울 수 있다. 내일을 읽는 <투머로우> 독자라면 ‘과거연연형’이 아닌 ‘미래지향형’이 되자. 철 지난 교재, 프린트물도 주저 말고 처분하되, 다시 쓸 것 같으면 PDF로 만들어 두자.

➋ 다시 구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면 버리자
기사 몇 편 모으자고 큰 스크랩북을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다. 웬만한 기사는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꽃병이 있다면, 페트병에 천을 씌워 사용해 보자. 망치가 낡았다면 프라이팬으로 못을 박아도 지장 없다. 정 필요하면? 그때 다시 사면 된다. 

➌ 수납의 기본은 그룹핑이다
이 물건들을 어떻게 공간을 나누어 수납하면 좋을까? 이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같은 종류끼리 묶는 그룹핑grouping이다. ‘문구(연필, 포스트잇, 집게, 수정펜)’, ‘전자기기(충전기, USB, 외장하드)’, ‘서류(프린트물, 플래너)’로 묶으면 금방 정리할 수 있다. 

➍ ‘언젠가’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정리정돈에 서툰 사람들이 자주 대는 핑계가 바로 ‘언젠간 쓰겠지’이다. 그러나 이는 당장 결단을 내리기 주저하는 사람들이 하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정말 그 물건이 필요한 것인지 냉정하게 질문해 보자. 가령 ‘이건 ○월 ○일 다시 써야 할 자료, 언제 다시 입어야 할 물건’ 식으로 용도가 분명하다면 보관하는 게 맞다. 그러나 막연하게 ‘언젠가 쓰게 될 테니 버리지 말자’ 싶은 물건, 특히 서류나 자료는 버리는 게 상책이다. 그 ‘언젠가’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➎ 가슴이 설레는 것만 남겨라
똑같은 게 여러 개 있거나 한 짝이 없어진 물건, 수리가 불가능한 물건, 행사기간이 지난 쿠폰은 버리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사 놓고 거의 안 입은 옷, 표지에 끌려 샀지만 읽지 않은 책은 버리기 애매하다. 이때는 직감에 의존하자. 직접 만져보며 가슴이 설레는지 확인하자.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고 남기는 작업이 아니다. 물건과 자신과의 관계를 바라보고 수정을 가하며 지금보다 더 설레는 생활을 창조하는 것이다.’ 일본의 정리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말이다.
 

 
 

드디어 최적화된 나만의 공간 완성!

책꽂이
내 인생에 큰 울림을 남긴, 소위 ‘명예의 전당’에 남길 만한 책이 아니면 처분하자. 지금 당장 사용하는 전공서적이나 교재가 아니면 책꽂이에 두지 말자. 단행본은 사든 빌리든 ‘그 순간’ 읽지 않으면 생명력을
잃게 마련이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전자기기 메뉴얼도 웬만하면 인터넷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니
쓰레기통으로 직행!

책상 위
필기구, 휴대전화, 컴퓨터 등 항상 사용하는 물건들을 놓아 작업공간을 최대한 확보한다. 서류나 책은 절대 놓지 말자. 하나둘 쌓이다 보면 금방 탑을 이루니까.

서랍 속
윗서랍에는 여분의 필기구, 샤프심, 칼, 메모지, 스테이플러 등의 문구류나 안경·콘택트렌즈함, 충전기 등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사용하는 물건들을 넣자. 가운뎃서랍에는 한 주에 한두 번 정도 사용하는 프린트물이나 인쇄자료, 명함 등을 보관한다. 부피가 가장 큰 아랫서랍에는  다시 구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PDF형태로 보관하기도 힘든 통장, 잘 쓰지 않는 카드·신분증 등을 넣자.

즉각 꺼내 쓸 수 없는 정보는 정보가 아니다
정리로 컴퓨터를 보다 스피디하게

바탕화면은 간단할수록 빨라진다
컴퓨터는 우리 두뇌를 보조하는 장치다. 따라서 바탕화면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마음도 정리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바탕화면이 꽉 차면 컴퓨터가 돌아가는 데도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바탕화면 아이콘의 수는 세로로 두 줄을 넘지 않도록 하자. 다운받은 임시파일은 컴퓨터를 끄기 전에 지우자.

 폴더정리는 3×5의 원칙을 지키자
폴더의 구조는 3단계 이상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폴더의 구조가 너무 세부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어디에 어떤 파일이 있는지, 어디에 어떤 파일을 넣어야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렵다. 또 각 계층당 폴더 개수는 5개를 넘지 않아야 한눈에 들어온다.

 파일정리는 시간 순으로
텍스트, 사진, MP3, 동영상, PPT 등 컴퓨터에 보관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중 원하는 것을 손쉽게 찾는 방법은 없을까? 도서관에서는 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식으로 내용에 따라 책을 분류해 보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런 ‘도서관식 배열법’은 아주 비효율적이다. 가령 ‘한국문학 속에 나타난 자본’처럼 복합적인 속성을 가진 자료라면 문학에 넣어야 할지, 경제에 넣어야 할지 애매해진다. 그보다는 ‘20131202_한국문학 속에 나타난 자본 기말 레포트.hwp’ 식으로 파일명에 날짜를 붙이는 건 어떨까? 최근 자료일수록 다시 쓸 확률이 높고, 인간의 기억은 ‘그게 언제였더라?’ 하고 시간에 의존하는 속성이 높아 쉽게 찾을 수 있다.

 메일정리는 인터넷 발전에 기여하는 길
우리가 받는 메일 중 상당수가 광고메일이나 스팸메일이다. 며칠만 정리를 안 해도 이런 메일은 엄청난 수로 증식하기 마련이다.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면 해당 사이트에서 탈퇴하자. 스팸메일만 없어져도 전 세계 인터넷이 몇 배 빨라진다는 연구가 있다. 스팸메일은 그때그때 스팸으로 돌리면 인터넷 발전에 일조(!)하는 셈이 된다.

정리로 스마트폰을 더 스마트하게

모바일 메신저는 150명을 넘지 마라
스마트폰을 켜고 모바일 메신저를 띄워 친구 리스트를 확인해 보자. 문화인류학자인 옥스포드대 던바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뇌의 구조상 150명 이상의 인맥을 관리하지 못한다고 한다. 의심되면 모바일 메신저를 열어 확인해 보라. 친구목록에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 중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150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정리하라. 모바일 메신저 인맥이 두터워질수록 진심으로 소통하는 인맥은 얇아진다.

앱은 자주 쓸수록 아래, 그리고 왼쪽에
전화, 메일, 웹브라우저, 카메라 등 자주 쓰는 앱은 화면 맨 아래에 놓는다. 흔히 앱도 뉴스, 은행, SNS 등 종류별로 폴더를 만들어 보관하는데 이는 비효율적이다. 같은 폴더 안에 자주 쓰는 앱과 거의 쓰지 않는 앱이 함께 들어가기 때문이다. 자주 쓰는 순으로 왼쪽부터 배치하는 것이 좋다. 지도나 QR코드 검색 등 기능이 겹치는 앱은 하나만 남기고 삭제하자. 화면도 깔끔해지고 스마트폰도 쾌적해진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유용한 정리의 팁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물건과 공간, 인맥을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올해는 특히 마음까지 함께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 신세를 졌지만 쑥스러운 나머지 고맙다는 말을 못 한 사람, 작은 오해와 섭섭한 일을 마음에 쌓아둔 채 말문을 닫고 지내는 사람에게 마음을 담은 연하장이나 편지를 써 보자. 2014년 새해가 더 의미 있고 행복하게 다가올 것이다.

참고서적 | <정리정돈의 습관>(고마츠 야스시, RHK), <일 잘하는 사람의 정리습관>(시노즈카 다카야) 도움말 | 윤선현    디자인 |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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