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YF 대학생 영어말하기 대회 대상 송가람

70년대에나 봤을 법한 ‘2:8 가르마’에 촌스럽기 그지없는 선글라스, 시뻘건 헬멧… 한 참가자가 2013 IYF 영어 말하기대회 단상으로 올라온다.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학년 송가람 씨다. 10여 년 전 모 방송사 신파극 <은실이> 속 ‘빨간 양말 양정팔’처럼 우스꽝스럽다.
“I’m Tony Stark representing Stark Industries나는 군수회사 대표 토니스타크예요!”
하나 둘 씩 청중이 웃음을 터트린다. 코믹하지만 속 깊은 이야기가 모두를 매료시키기 시작했다.

 
 
“전라지역 예선에서 대상을 탈 때도 누가 그러셨어요.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대상을 받았다고요(웃음).”
지난달 12일, 대상을 받은 송가람 씨의 말이다. 그는 영어권 국가 체류 경험은커녕 어학 능력 시험 고득점과도 거리가 먼 사람, 특별히 학원에 다니는 것도 아니다. 영어공부는 평소 <위대한 개츠비>, <다크 나이트> 등 영화를 반복 감상하며 익히고 원어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다. ‘영어 좀 한다’는 대학생들이 전국에서 모여 경쟁하는 IYF 영어 말하기대회에서 최고상을 차지한 게 놀라울 따름이다.
“참가자들은 심사위원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중요한 걸 치중해요. 저는 억양에 전라도 말투가 묻어나오는 편인데요. 심사의원들에게 중요한 건 발음이 아니에요. 저는 항상 심사위원 입장을 생각했어요.”

그는 어법을 능가하는 독창성과 진정성이 담긴 원고를 작성해 발표했다. 구술 면접을 비롯한 모든 웅변대회가 그렇듯, IYF영어말하기대회도 진솔하지만 ‘다른 참가자들과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송가람 씨는 발표시간 4분 중 초반 30초를 청중을 끌어당기는 데 할애했다. 범상치 않은 시작이었다. 등장부터 특이한 차림새로 이목을 끄는 것은 물론이었거니와 대회장 전체 조명을 끄며 가슴의 야광 불빛을 부각시켰다. 그렇게 모든 청중이 자신에게 집중한 뒤에야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제 성격이 독특해요. 엉뚱한 면이 많아서 열등감도 있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혼자 기발한 물건 만들기를 좋아했어요. 이런저런 액체를 혼합해 옷에 발라서 클럽용 반짝 의상을 만든 적도 있어요.”  
자신의 독특한 기질을 활용해 희망을 전했던 이야기였다. 친하게 지내던 이웃 동생이 작년 말 틱 장애를 앓으며 자괴감으로 방황했다. 그는 한 달이 넘도록 두문불출하는 동생을 위해 영화 <아이언 맨>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변신을 감행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도면을 찾은 뒤 스티로폼과 포스터 물감을 사용해 가면을 만들었다. 혹여 신경이 예민한 동생이 니스 냄새를 꺼릴까 마무리로 투명 매니큐어를 세 통이나 발랐다. 이번 대회에서 사용한 가슴의 핵 배터리도 당시 만들었던 아이템이다. 그날 형이 잠수복 차림으로 찾아와 창밖에서 가면을 쓰고 웃기는 광경에 동생은 마음을 열었다.
“나는 이런 모습으로 다녀도 부끄럽지 않다고, 네 얼굴은 나보다 덜 창피하다고 했어요. 대화를 나누고 같이 외출했는데, 제 복장이 그대로여도 동생이 오랜만에 햇빛을 볼 수 있어서 기뻤어요.”
용기를 얻은 동생은 이후 빠르게 회복되었다고. 지금은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지낸단다. 그 모습을 기뻐하며 송가람 씨도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연습하는 내내 즐거웠어요.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강의시간에 4분만 짬을 달라고 교수님께 부탁했어요. 그리고 칠판 앞에 서서 발표를 했죠. 동아리방에 가서도 형들 앞에서 마이크를 켜고 중얼거렸어요. 처음엔 의아해하다가도 영어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더라고요. 어색한 부분도 조언해주고요.”
말은 사람의 생각을 그리며 마음을 비추는 것 도구 아니던가. 자국어든 외국어든, 바람직한 마음으로 표현하는 것이 우선이다. 발표에 앞서 간절히 표현하고 싶은 ‘무엇’이 있었던 송가람 씨. 그는 발표에서처럼 아이언맨 같은  케릭터상품을 만드는 기획자가 되고 싶어 한다. 영화 <토이 스토리>와 디즈니랜드처럼 스토리가 담겨 감동을 더하는 아이템을 만들고 싶다며 디자인공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달여간 1,2,3차 예선을 거친 그의 영어말하기 대회는 이렇게 대상으로  해피엔딩이 됐다.  트로피를 안은 송가람 씨는 꿈을 펼칠 날이 앞서 다가가 있는듯 했다.  


사진 |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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