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에서 지내며 꿈을 찾은 김지연 씨

어딜 가나 가족처럼 친절하고 따스한 말라위 사람들
해외봉사를 마치고 귀국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지만 김지연 씨는 지금도 말라위를 잊지 못 한다.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으로 꼽힐 만큼 가난한 말라위이지만,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The Warm Heart of Africa’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그곳 사람들은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혹 낯선 사람이 눈에 띄면 꼭 먼저 다가와서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말라위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지만 순수해서,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꼭 할아버지댁에 와 있는 것처럼 아늑하고 정감이 느껴졌어요.”
한번은 길을 가던 중 신기한 광경이 지연 씨의 눈에 들어왔다. 어느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그 집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그 집에 들러서 함께 슬퍼해 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말라위에서는 자주 그런 일을 겪다 보니 나중에는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공동체의식과 민족의식이 강한 말라위 국민들은 모두가 가족 같다.
무전여행을 갔을 때도 말라위 사람들의 친절을 경험할 수 있었다.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다들 망설이지 않고 차를 태워주어 목적지까지 쉽게 갈 수 있었다. 차비는 소리 높여 아카펠라 노래를 불러드리는 것으로 충분했다고. 덕분에 목적지에는 잘 도착했지만, 따로 묵을 곳도 없고 때마침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옷과 가방이 흠뻑 젖어버린 지연 씨와 친구들. 그런데 지나가던 사람이 자초지종을 듣고는 호텔 방을 잡아 주었다. ‘무전여행을 간 곳곳마다 진심으로 우리를 돕는 손길들을 만나며 말라위 사람들과 진짜 가족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피아노를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의 마음을 느끼다
지연 씨와 동료 봉사단원들은 말라위 학생들을 위해 외국어, 스포츠, 음악, 미술 등을 가르치는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지연 씨의 담당과목은 피아노였는데, 말라위에는 피아노를 구경도 못 해 본 학생들이 많았다. 수강생은 15명인데 디지털 피아노가 세 대뿐이라서 한 대당 두 명이 번갈아 연습하고, 나머지는 건반이 그려진 종이로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건반 하나하나를 누르는 것이나 음표 하나 그리는 것도 신기해하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학생들이 그녀는 너무도 고마웠단다. 지연 씨 역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을지 더 생각하고 고민했다. 그렇게 마음을 주고받는 동안 그녀와 학생들은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 사이가 됐다.

자기 중심적인 나를 인정했을 때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나머지, 마음에 맞지 않거나 섭섭한 일이 있어도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는 김지연 씨. 하지만 말라위에서 보낸 시간은 그런 자신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됐다. 지연 씨는 접시나 디지털 피아노 등 가벼운 물건도 자주 동료들에게 들어줄 것을 부탁했는데, 막상 동료들은 잘 도와주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런 동료들이 내심 서운했다고 한다.
“처음 말라위에 갔을 때는 함께 간 친구들과 협력하고, 가난한 현지인들에게도 많은 것을 베풀 자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보니, 저는 매사에 제 기준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곤란하게 할 때가 많은 사람이었어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녀는 그런 자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마음에 자유를 얻었고,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마음을 표현하면서 주위 사람들과 마음이 더욱 가까워졌다고 한다. 귀국하기 전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해 많이 울기도 했다고.

해외봉사는 꿈을 찾고 실현하는 황금 어장

     
 


말라위 아이들은 대부분 미래에 대한 꿈이 없다는 게 지연 씨의 말이다. 가난한 환경에서 지내느라
 
 
새로운 것을 보고 들을 일이 거의 없기에 꿈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말라위 사람들의 직업은 대부분 상인, 농부, 군인 셋 중에 하나다. 그래서 아이들은 ‘커서 뭐라도 되겠지’ 하고 막연하게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이 살아간다. 회사원 등은 극소수만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만큼 빈부격차가 심하다. 지연 씨는 그런 말라위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고 한다. 작은 베풂에도 크게 반응하는 그곳 아이들에게 책, 스케치북과 크레파스 등을 보내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마음이 따뜻한 그곳 아이들이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면서 상상의 날개를 펼쳐 자신을 위해, 이웃을 위해, 나라를 위해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게 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졸업 후에는 마케팅 회사에 입사해 상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아이디어를 배우고 생각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아프리카에 도움을 줄 것을 호소하려고 한다. 아직은 마케팅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하지만 어려움은 고통이 아닌,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임을 알기에 좌절하지 않고 힘껏 달려나가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지연 씨의 각오를 들어보자.
“말라위에서 해외봉사를 하는 동안 앞으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목적과 방향을 찾았습니다. 한국에서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동안 정작 이렇다 할 꿈이 없었거든요. 해외봉사야말로 제게는 꿈을 찾고, 그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황금어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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