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이혼 부부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혼한 가정의 자녀는 분노와 원망, 사랑의 부재 등  혼란스러운 감정에 흽싸이게 된다. 그 결과 이성교제와 결혼을 두고 부정적으로 변하고 소심해진다.  이혼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그런 문제를 겪고 있는 한 여학생이 <투머로우>에 상담을 의뢰해왔다.
 

 
 
Q. 대학 졸업을 앞두고 결혼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함께 두려움이 있어요. 부모님이 바람을 피우신 적이 있고, 자주 싸우시는 모습도 봐왔기에 부모님처럼 되지 않을지, 남편과 끝까지 함께 살 수 있을까 두려워요. 저는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습니다. 부부가 싸우고 불행하게 참고 사느니 차라리 결혼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건강한 마음이 아닌 것 같아요. 조언을 부탁합니다. (23세, K양)

A. 옆에 있다면 K양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네요. ‘부모님이 왜 싸우실까? 혹시 나 때문에 싸우는 건 아닐까? 사랑하는 부모님이 헤어지게 되면 나는 어떡하지?’ 그렇게 소리죽여 울지는 않았나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K양 자신은 상처로 멍들어 불행한 미래를 살지 않을까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부모님과 같은 삶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곱씹으면서 말이죠. 부모가 싸울 때 어린아이들은 대부분 자신 때문에 싸우는 거라 오해하고 자신만 없으면 그 싸움이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집 밖을 나도는 사춘기를 겪기도 하지요. K양은 어려웠을 사춘기를 잘 보내고, 이제 성인이 되어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 것입니다. 사랑해야 할 나이가 되어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보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가졌고,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고 싶고, 그런 환경을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K양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틀리다와 다르다
남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존재이지요. 결혼한 부부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서 싸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다름 때문에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나와 다름을 ‘틀리다’라고 정의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일찍 자는 것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늦게 자는 것을 좋아한다고 누가 틀린 것이 아니기에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조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로 다른 습관을 지녔지만 20년 넘게 굳어진 것이므로 조급히 상대가 바뀌기를 요구하기보다 서로 이해하고 기다려주면서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상대방을 바꾸려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싸움의 절반 이상은 줄어들 것입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 다음으로 싸움의 원인은 부부가 서로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서로 알아가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저절로 알 수 없습니다. 남편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묻지 않고는 알 수 없고 음식이 짠 것을 말하지 않으면 아내는 늘 짠 음식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아주 쉬운 것 같아도 작은 일들을 간과하고 나서 저 사람은 나하고 안 맞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보, 나 김치찌개보다는 된장찌개가 좋아, 조금 덜 짜게 하면 훨씬 맛있을 것 같다”
“오늘 내 생일인데 맛있는 거 사줄래요?”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것보다 마음을 표현한다면 오히려 상대가 기쁘게 여기게 되지 않을까요?

작은 틈새를 놓치지 말라
부부간의 불화는 큰 사건으로 인해 빚어지는 것 같지만 사소한 일들이 쌓여 큰 문제가 되면서 서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면 골이 깊어집니다. 작은 문제들을 크게 만들면 막아내기에 힘들어지므로 분을 품되, 해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말처럼, 오래 쌓아 두지 말고 하루가 넘어가기 전에 풀어가는 지혜를 배운다면 결코 두려워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결혼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부부는 초반에 이런 작은 차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므로 대충 넘어가다가 어느 날 소통의 부재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파산하게 되는 것뿐입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도 서로 이해하고 알아가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서로 다른 것을 틀렸다고 단정짓고 의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다른 상대를 찾아가게 되죠. 그러나 바람은 스쳐 가는 바람일 뿐, 그 안에 진심 어린 배려나 위안은 없습니다. 그런 일시적인 위안의 대가가 가정불화나 이혼이란 큰 불행을 몰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
부부간에 서로 실수를 하거나 약점이 드러날 때가 있는데 서로 흠을 잡을 수도 있지만 이때가 가장 가까워지기 쉬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감추고 싶은 약점이 있기 마련인데, 드러나지 않을 때 상대방 앞에 서면 쉴 수 없죠. 하지만 오히려 드러나고 용서를 구하면, 불쌍히 여기거나 품어줄 수 있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내게도 약점이 있듯이 저 사람도 그렇구나!’
오히려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나를 받아준 사랑을 마음에 느끼면서 서로 더욱 가까워지고 오래갈 수 있는 동반자가 됩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결혼연령은 점차 늦어지고,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황혼 이혼’이라고 하는 노년층의 이혼이 급증하고 있어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K양의 부모님이 어려운 과정을 겪으셨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하신 걸 보면 서로 아직도 여전히 노력하고 계신 중이라고 볼 수 있으며 앞으로도 좋아질 기회가 있으니 실망하긴 이릅니다.
영어나 수학 과목은 몇 년씩이나 공부하지만, 막상 결혼해서 삶을 마감할 때까지 함께 살아야 하는 배우자와의 삶에 대해서는 공부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부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결혼 이후 어려움에 빠지기 쉽습니다. ‘난 잘할 수 있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보다는 오히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지만 배우자를 이해하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배우려는 자세로 시작한다면 K양은 이제 좌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요즘 20대들과는 달리, 부모님의 불화로 인해 오히려 K양이 사려 깊은 삶의 자세를 배우고 결혼도 그렇게 맞이한다면 두려워할 불행은 없습니다. 그 누구도 K양의 불행의 담장을 기웃거리지 못할 것입니다.

도움말 최미희
사단법인 푸른아우성 전문강사 및 책임상담원. 성, 부부상담, 자살 방지를 위한 마인드 컨트롤 등을 교육하고 있다. 작년 한 해만 100여 곳에서 강의를 했을 만큼 활발히 활동 중이다. 좀 더 자세한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로 연락주세요.  (무료상담 010-5033-9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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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미희   담당 |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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