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컬럼비아, 뉴욕, UC 버클리, 스탠퍼드

처음에는 낯설고 신기하기만 하던 미국 대학 생활도, 서너 달 지나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이제는 제2의 모교처럼 친근해진 ‘우리 학교’ 말고, 다른 대학에도 방문해보면 어떨까? 말로만 듣던 미국의 명문대학들을 탐방해 보자.

▲ 하버드 대학교 설립자인 존 하버드 동상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들.
▲ 하버드 대학교 설립자인 존 하버드 동상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들.
미국 동서부에 위치한 명문 대학들
미국의 유명한 대학들은 아이비리그와 뉴욕대를 포함하는 동부 명문대와 UC 계열 및 스탠퍼드를 포함하는 서부 대학으로 크게 구분된다. 그 외 미시건 주립대학교와 같이 각 주를 대표하는 주립대학교가 있는데,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다.
하버드 대학교는 많은 교환학생들이 보스턴 여행을 겸해 방문한다. 프린스턴 대학교는 뉴저지에 있어 뉴욕에서 기차를 타고 갈 수 있고, 컬럼비아 대학교와 뉴욕 대학교는 뉴욕 맨해튼에 위치해 뉴욕 여행 중 방문하기 편리하다. 예일이나 브라운 등도 유명한 학교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여행길에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다. 우리나라에는 UCLA 등으로 알려진 UC 계열 대학에서 UC는 University of California의 준말이다. UC 버클리가 가장 먼저 생겼고, UCLA, UC 데이비스, UC 산타바바라, UC 얼바인 등 캘리포니아 전역에 걸쳐 10개의 캠퍼스가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또 하나의 명문대는 바로 스탠퍼드 대학교.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차를 타고 찾아갈 수 있다.

6명의 미국 대통령을 배출한 하버드 대학교
설명이 필요 없는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는 보스턴 서쪽의 케임브리지에 위치해 있다. 하버드 대학교는 1636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신의 존 하버드 목사가 창설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이며, 높은 교육 수준과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졸업생들을 배출한 대학교로 유명하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등 6명의 미국 대통령과 41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보스턴에서 지하철 레드 라인을 타고 하버드 역에 내리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캠퍼스 주변에는 학구열을 느끼고 싶은 어학연수생을 위한 어학원들이 여럿 있어 한국인 학생들도 많이 보인다. 학교가 워낙 유명한 탓에 관광객도 무척 많다. 지하철역에서 올라오면 서점과 카페 등이 모여 있는 하버드 스퀘어가 나오는데, 그곳이 캠퍼스의 초입에 해당한다. 하버드 스퀘어에 있는 홀요크 센터의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가면 재학생들이 안내해주는 무료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설 투어도 있는데, 이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캠퍼스로 들어가면 하버드 야드라고 불리는 잔디밭이 나온다. 이곳에 오면 잔디 위에 놓인 의자에 자유롭게 앉아 공부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또한 근처에는 학교 설립자 존 하버드 동상이 있는데, 그의 발을 만지면 하버드에 입학할 수 있다는 소문 때문에 수많은 학생들이 그의 발을 붙잡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학부 도서관에 해당하는 와이드너 도서관Widener Library에는 수백만 권의 장서가 가득하지만, 방문객은 출입이 제한된다. 도서관 앞의 잔디밭은 전통적으로 졸업식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쿱COOP이라고 불리는 학생 조합이나 서점을 찾으면 된다. 하버드 대학교에는 여러 미술관과 자연사박물관도 있으니 학교에 더 머물며 구경하고 싶으면 겸사겸사 관람해 봐도 좋겠다.
보스턴에는 하버드 대학교 외에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 보스턴 대학교 등 유명한 사립대가 많다. MIT라는 약칭으로 잘 알려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는 지하철 레드 라인의 켄달/MIT 역에서 내리면 찾아갈 수 있다.

▲ 컬럼비아 대학교 도서관
▲ 컬럼비아 대학교 도서관
9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컬럼비아 대학교
뉴욕시 맨해튼 한복판에서 단 여섯 블록 떨어진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는 1754년 창립된 명망 있는 대학이다. 언론인에게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퓰리처상을 주관하며, 컬럼비아의 저널리즘 스쿨은 미국 최고 수준이다. 1950년대‘비트 제너레이션’의 대표적 작가로 <길 위에서>를 쓴 잭 케루악이 졸업한 학교로 자유롭고 진보적인 학풍을 자랑한다. 무려 9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맨해튼 지하철 1호선 116번가 컬럼비아 대학교 역에서 하차하거나 버스로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맨해튼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났을 뿐인데도 학구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학교 주변은 대학가답게 조용하면서도 활기차고, 조그마한 책방과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춘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캠퍼스는 동서남북으로 널찍하게 뻗어 있어서 자유롭게 거닐기 좋다. 중앙도서관에 해당하는 로 도서관Low Library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여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컬럼비아 대학교가 재미있는 것은 역시 그 지정학적 위치다.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떨어지지도 않아서, 언론학처럼 세상과의 접촉이 필요한 공부를 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캠퍼스가 지식의 전당인 동시에 소통의 창구가 되는 셈이다. 그외에 학생들의 출신국 구성도 복합적이라, 동양계와 히스패닉계 등을 포괄하는 다양한 인종 구성을 자랑하는 것 또한 컬럼비아의 특징이다.
컬럼비아 대학교에 방문한다면 반드시 세인트 존 더 디바인 성당과 헝가리안 페이스트리 샵에 함께 들러 보길 추천한다. 캠퍼스를 나서면 바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당이 나타나는데, 1892년 착공해 아직도 짓는 중이며, 2050년
완공과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성당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이라고 한다. 성당의 일부만 구경하더라도 그 위엄과 기품에 놀랄 것이다. 그 바로 앞에는 40년 이상 한 자리를 지키며 컬럼비아 대학교의 학생과 교직원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빵집 겸 커피숍인 헝가리안 페이스트리 샵이 있다. 동네 빵집다운 수더분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이어져 오고 있는데, 커피가 무제한 리필이 된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맨해튼에 위치해 인기 있는 뉴욕 대학교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립대인 뉴욕 대학교New York University는 많은 미국 학생들이 선망하는 대학으로 손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가 맨해튼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서 입학과 함께 세련된 뉴요커의 삶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영문학과 저널리즘, 영화학 등 도회적인 분야의 전공 수준이 높기로 알려져 있으며, 등록금이 무척 비싼 것으로도 유명하다.
뉴욕대는 캠퍼스가 맨해튼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규모가 작은 것은 결코 아니지만 넓은 캠퍼스에 잔디밭이 펼쳐져 있는 여타 미국의 대학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학교 건물은 NYU라고 써진 보라색 깃발로 알아볼 수 있다.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이 깃발이 걸려있는 건물을 마주치면 학교 건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찾아가려면 맨해튼 지하철 N, R, W선의 8번가 NYU역을 이용한다. 뉴욕대 근처에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나와 우리에게 알려진 공정무역 커피전문점 싱크 커피Think Coffee와 헌책방 등 대학가다운 공간들이 여럿 있으니 맨해튼을 여행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기를. 이외에 뉴욕에는 패션스쿨로 유명한 파슨스와 FIT 등의 학교가 있어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 후버 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본 스탠퍼드 대학교 전경
▲ 후버 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본 스탠퍼드 대학교 전경
하버드와 자웅을 겨루는 서부 명문대 버클리 대학교
동부에 하버드가 있다면 서부에는 UC 버클리Berkeley가 있다. 미국의 주립대 중에서도 UC 계열의 캘리포니아 주립대들은 학문 수준이 높은 편이다. 특히 그 중 1868년 가장 먼저 설립된 UC 버클리는 학문성과면에서 하버드와 자웅을 겨루는 명문대로 이과가 특히 강한 연구 중심 대학이다. 우수 주립대들을 지칭하는 ‘Public Ivy’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미국 안팎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6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이 중 9명이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데, 노벨상 수상자 전용 주차장이 따로 있어서 농담의 소재가 되곤 한다.
현지에서는 UC 버클리를 캘Cal이라고 줄여서 많이 부르고 학교 기념품을 사러 가도 UC Berkeley보다는 Cal이라고 쓰인 티셔츠가 더 많다. 이는 UC 버클리가 캘리포니아 대학교 중에 가장 먼저 생긴 캠퍼스라서 처음에는 그냥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라고만 불렀기 때문이다. UC 버클리는 샌프란시스코와 가까워 전철 바트BART를 타고 다운타운 버클리 역에 내려서 찾아가면 된다. UC 버클리는 다소 언덕이 많은 편이지만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며 구경할 것들이 즐비해 재미가 있다. 시계탑이자 전망대인 새더 타워Sather Tower에 올라가보면 좋은데, 재학생은 무료지만 외부인은 2달러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이곳에서는 학교는 물론 버클리시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으며 멀리 샌프란시스코와 금문교까지 보이니 놓치지 말자.
UC 버클리는 자연사박물관과 인류학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버클리 미술관은 대학 미술관 중 전미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작품성이 뛰어난 현대 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추천한다. 도서관도 여러 곳이 있는데 동아시아 도서관에 가 보면 좋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자료를 모아 놓은, 개관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은 도서관으로, 일반인 출입에 제한이 없고,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북한 서적 등이 있어 흥미를 끈다. 한국 책과 신문을 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실리콘 밸리의 인재를 배출하는 스탠퍼드 대학교
우리에게는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사건으로 이름이 알려진 스탠퍼드Stanford University. 학력 위조가 논란이 될 만큼 명망 있는 학교인 것은 틀림없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칼트레인 전차를 타고 팔로 알토 역에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캠퍼스에 도착할 수 있다.
스탠퍼드는 1891년 개교했기에, 아이비리그 학교들보다 역사가 짧은 편이지만 가장 성공적 성과를 이룬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비결 가운데는 지리적인 이점도 있을 것인데, 구글과 페이스북 등 유명 IT 기업의 본사가 있는 실리콘 밸리에 위치하면서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스티브 잡스의 동업자인 워즈니악이 스탠퍼드 출신이고 이외에 구글, 야후, HP 등에 스탠퍼드 졸업생이 많다.
UC 버클리에 새더 타워가 있다면 스탠퍼드에는 후버 타워Hoover Tower가 있다. 이는 스탠퍼드 출신의 미국 대통령 후버의 이름을 딴 것으로 새더 타워와 비슷하게 멋진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종탑이다. UC 버클리 캠퍼스가 자유분방하고 히피적인 분위기라면, 스탠퍼드는 훨씬 더 정돈되고 꽉 짜인 느낌이 난다. 동네 자체가 고급 백인 주거지여서 더 각이 잡힌 분위기다. 넓고 평탄한 부지에 스페인풍의 붉은 지붕 건물들이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로댕 조각공원이다.
‘칼레의 시민’과 ‘생각하는 사람’을 비롯 로댕의 조각 작품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야외공원인데, 모두 진본이다. 명문대학도 탐방하고 세계적인 예술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미국 생활 중에 경험할 수 있는 특권, 명문대 탐방의 기회를 꼭 잡기 바란다.

글과 사진 | 박솔희   담당 | 김양미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