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도 정작 친구가 없던 나에게 친한 누나는 내 또래의 외국인 한 명이 우리 집에서 머물면 어떨지 물어보았다. 여름방학 동안 잠시 라이베리아에서 온 20살짜리 청년 사마Saama와의 6일간 동고동락이 시작됐다. 장관 아들이기도 한 그는 수줍음이 많고 크고 멋진 눈망울을 가진 친구였다. 순수하고 장난기 많으며 남의 일에 참견이 많다는 라이베리아 사람들과 달리 그는 말이 없고 차분했다. 엄마는 갑작스레 손님이 오게 되어 식사 준비하랴 방 하나를 만들랴 정신이 없었지만 나는 외국 친구와 우정을 쌓고 추억을 만들 거란 생각에 들떠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로 삐그덕

해외 경험이 처음인 그에게 나는 한국문화를 알려주고 싶어서 첫날부터 불고기와 김치, 된장찌개 등 많은 한국음식을 소개했지만 입에 맞지 않았는지 그는 음식을 입에 대지 못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건축물도 보여주고 싶어서 광화문, 경복궁, 한옥마을, 인사동까지 나름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한국문화를 소개했지만 조용히 ‘좋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다음날도 빡빡한 일정으로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녔는데 그는 점잖게 ‘좋다’고만 이야기해서 점점 기운이 빠졌다. 오히려 핸드폰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해서 서로 삐꺼덕거렸다.
서로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법
셋째 날이 지나고 사마의 얼굴에도 조금씩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굿모닝’이라고 인사하고 식사 후 서툰 한국말로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우리 가족이 그에게 ‘정남靜男, 고요한 사내남’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지만 알고 보니 인정 넘치는 ‘정情남’이었다. 느긋한 걸 좋아하는 사마에게 나는 며칠간 한국 스타일의 ‘빨리빨리’를 강조했고, 식사량도 많지 않은 그에게 많은 음식을 권했던 걸 알았다.


 
 


먼 여행길을 온 친구에게 나는 복잡한 서울 풍경을 보여주려 했으니 사마가 피곤해 할만도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자연스럽게 사마가 가진 문화에 관심이 생겼다. 사마의 꿈, 가족, 일상생활, 라이베리아의 교육, 자연환경 심지어 연애관까지. 어느새 가까워진 우리는 첫 만남 때와는 달리 잘 통하는 사이가 되었고 말문이 막혀도 손짓 발짓 섞어가며 어설프지만 농담도 던져가며 지냈다. 사마는 나와 비슷하게 음악과 춤을 매우 좋아했다. 그렇게 우리는 우정을 나눴고, 고국으로 돌아간 사마는 페이스북에 한국에서 자신과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고 적어놓았다. 사마와의 추억은 우정에 대한 막연한 상상과 생각 밖의 경험의 차이를 알게 했고, 그 일로 나는 더욱 성장했다.

글 | 신요한 캠퍼스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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