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비자로 미국 밖 다녀오기

방학, 미국 밖으로 떠나보자
방학은 미국 밖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미국만 해도 엄청 넓어서 다 못 가볼 텐데 뭣 하러 미국 밖으로 나가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있다 보면 캐나다, 멕시코 등 우리나라에서 직접 가려면 너무 멀고 비싼 곳이 미국에서는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여행을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 코스타리카에 위치한 아레날 화산의 모습. 구름이 드리운 그림자가 보인다.
▲ 코스타리카에 위치한 아레날 화산의 모습. 구름이 드리운 그림자가 보인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샌디에이고부터 자동차로 국경을 넘어 30분만 달리면 멕시코의 티후아나Tijuana에 갈 수 있고, 워싱턴 주 시애틀부터 캐나다 밴쿠버까지도 자동차로 3시간도 안 걸려 갈 수 있다. 뉴욕 주 버펄로의 나이아가라 폭포에서는 도보로 국경을 넘어서 가면 캐나다 측에서 바라보는 폭포를 볼 수도 있다.
한국에서 남미여행을 하려면 직항이 없어서 대부분 LA에서 환승해서 가는데 그만큼 항공료도 비싸다. 하지만 미국에서 남미까지는 한국에서 동남아 가는 수준의 항공료만 지불하면 된다. 남미는 브라질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미국보다 물가도 훨씬 싸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멕시코 남부의 캔쿤Cancun은 바다 빛이 너무나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명하며 페루, 푸에르토리코, 코스타리카 등에는 한국인에게는 아직 생소한 나라지만 숨겨진 보석 같은 여행지가 많다.
색다른 방학을 보내고 싶다면 위의 여행지를 추천한다.

미국을 떠나기 전 반드시 체크!
방학 때 미국 밖으로 나갔다가 재입국하려면 비자 서류인 I-20나 DS-2019 상에 미리 DSO (Designated School Official)의 서명을 받아둬야 한다. DSO는 미국 이민국에 학생의 세비스SEVIS 정보를 전달하고 관리하는 사람으로 미국 학교의 국제학생 신상 담당자라고 할 수 있다. 학기 초 오리엔테이션 등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두면 좋다. DSO의 서명이 담긴 서류 없이 미국 밖으로 나갔다가 재입국하려면 무척 큰 곤란을 겪게 되므로 잊지 말고 반드시 챙기자.
수학이 종료된 후에 미국 밖으로 나갔다가 재입국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캐나다 등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갔다가 미국발 항공권 때문에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경우다. 이 경우에도 DSO의 서명이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수학 종료
4주 이전에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불법체류에 대한 우려 때문에 뚜렷한 근거가 없으면 서명을 잘 해주지 않는다. 항공권 등의 문제로 꼭 재입국해야 한다면 항공권을 보여주면서 잘 설득해보도록 하자.
DSO의 서명을 받지 못하고 수학 종료 후의 출국준비기간 동안 미국 밖으로 나가게 되면 학생 비자의 효력이 다하기 때문에 재입국이 불가하다. 항공권 문제 등으로 꼭 재입국해야 하는데 DSO의 서명을 받지 못했다면 비자면제 프로그램ESTA을 이용해 관광 목적의 입국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 아레날 화산이 보이는 전망대 앞에서
▲ 아레날 화산이 보이는 전망대 앞에서


비자면제 프로그램 이용법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이자 전자여행허가제인 ESTA(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는 전자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이 관광 목적으로 단기체류할 때 비자를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은 F-1이나 J-1 비자를 갖게 되는데, 수학 종료 후 다른 나라에 방문하고 나서 다시 미국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전자여행허가를 받아둬야 한다. 전자여권 소지자만 가능하며 온라인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한국어로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어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보통은 이틀 안에 허가가 떨어지지만 이왕이면 며칠 여유를 두고 신청하는 것이 좋다. 전자여행허가를 받으면 90일까지 무비자로 미국내 체류가 가능하며 수수료는 14불이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디스커버 등 해외사용이 가능한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한 번 전자여행허가를 받아두면 2년간 유효하기 때문에 재입국시 다시 신청할 필요가 없다.
전자여행허가제 신청 https://esta.cbp.dhs.gov

행복지수 1위, 군대도 없는 평화의 나라 코스타리카
코스타리카는 중남미의 파나마와 니카라과 사이에 위치한 작은 나라다. 물리적인 거리가 먼만큼이나 우리나라와 교류가 많지 않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것이 많다. 세계 최초로 군제도를 폐지했으며, 국방에 쏟을 예산을 교육과 의료에 투자한다. 덕분에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제공되며 의료혜택 역시 무상이다. GDP가 1만 불도 채 되지 않는 조그만 나라이지만 행복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코스타리카는 영국의 민간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하는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자주 1위에 오른다. 신이 선물한 자연을 지키고 가꾸면서 유기농 음식을 먹고 여유롭게 사니까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미국은 105위, 한국은 63위에 머물렀다. 역시 행복은 성적순도, GDP순도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코스타리카에 대해서 알아보고 갔던 것은 아니다.  사실은 그냥 친구 따라 강남 간 여행이었다. 학부 시절부터 스탠퍼드 대학에서 유학하고 있는 대학원생 친구의 봄방학 계획을 따라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코스타리카는 전형적인 미국 대학생들의 방학 여행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방학이면 내일로 여행을 떠나듯이 그들이 가는 곳이 코스타리카였다. 중남미가 처음인 우리는 기말고사를 마치자마자 짐을 꾸려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에 도착했고 LA에 지사를 둔 한국 여행사의 패키지 투어에 합류했다.

▲ 밀림을 쇠줄 하나만 잡고 질주하는 카노피를 체험 중인 필자.
▲ 밀림을 쇠줄 하나만 잡고 질주하는 카노피를 체험 중인 필자.


아레날 화산, 카노피 체험, 생태계의 보고

구름이 그림자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구름이고 그림자고 쳐다볼 여유가 없이 바쁘게 살던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수도 산호세에서 자동차로 북서쪽으로 두세 시간쯤 가면 세계 10대 활화산 중 하나인 아레날 화산Volcan Arenal이 나온다. 우리가 민족의 영산 운운하듯 아레날 화산은 코스타리카 사람들에게 있어서 어머니와 같은 산이다. 화산열기로 데운 온천이 관광지로 유명하기도 하다. 거뭇거뭇한 화산재로 뒤덮인 활화산 위에 얼룩처럼 드리워진 진회색 그림자는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며 새로운 경관을 선사했다. 그것은 바로 구름이었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자랑하는 코스타리카는 또한 다양한 레저 스포츠가 발달해 있다. 타잔이라도 된 듯 쇠줄 하나 타고 밀림을 질주하는 카노피 체험을 하거나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승마 등을 즐길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에코투어리즘을 장려하는 코스타리카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해서,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신기한 새들과 이구아나, 도마뱀, 심지어 악어까지도 만나볼 수 있다.

교포 1세대 어른들과 한밤의 고추장 파티!
솔직히 단체 패키지 투어를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이번 코스타리카 여행은 오히려 패키지여서 더욱 풍성했다. 여행사가 LA에 있다 보니 대부분의 여행객은 한인 교포 분들이었고 연령대는 조금 높아서 대부분 오십대, 육십대 여행객이었고 팔십대 할머니까지도 계셨다. 그런데 이 예순이 넘었다는 어른 분들이 어찌나 잘 노시던지! 진심으로, 이렇게만 나이들 수 있으면 세월이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람들이 특유의 흥이 있어서 무진장 잘 놀긴 하지만, 멍석 깔아주면 빼기 때문에 발동이 걸리려면 좀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그런데 이 분들은 오랜 미국 생활로 스스럼이 없고 활달했다. 그러니까 조선의 풍유와 아메리카의 자유가 만나 최고로 잘 노는 투어 그룹이 탄생했달까?
하루는 같은 방을 쓰던 일행 아주머니가 “우리 이따가 저쪽 방에서 파티 할 건데 놀러와!”라고 초대를 하셨다.


 
 


파티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궁금한 마음을 안고 찾아갔는데 어쩜, 도대체 어떻게 그걸 다 가져오실 생각을 했는지, 미니밥솥에 쌀을 안치고 볶음고추장, 김 등 한 상 차려지는 게 아닌가? 일행이 함께 떠들썩한 밤을 보냈다. 유일한 이십대인 우리 둘을 그저 예뻐라 하며 이것도 먹어라, 저것도 먹어라 챙겨주는 우리네‘정’이 얼마나 따뜻했던지. 거기다가 삽십 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 온 교포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국에 처음 도착한 이민자들이 첫 직업으로 시작하는 건 청소일. 야간 공항 청소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은행 이사까지 하셨다는 아저씨는 “미국은 아직도 기회의 땅”이라며 자수성가한 사람 특유의 자신감을 보였다. 역사책에서나 봤던 우리네 이민사를 몸소 겪으신 분들의 얘기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글과 사진 | 박솔희(숙명여자대학교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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